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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유다인들의 음식, 생명의 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651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유다인들의 음식, 생명의 빵

 

 

장례나 결혼 때문에 가톨릭 미사에 참석한 일반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가톨릭 미사는 엄숙하긴 한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다리 아프게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 특히 사제가 하는 기도문 중에 '내 몸을 받아먹어라, 내피를 받아 마셔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뜻인지 무척 당혹스러워요."

 

실제로 초대교회가 박해를 받던 시절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인육을 먹는 예식을 하고 있는 무리'라고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최후만찬을 하시던 중에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셨다(마태 26, 26참조).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마태 6,11)에서의 '양식'은 빵을 의미한다. 빵은 원래 유다인의 주식이었다. 그런데 유다인들에게 빵은 그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밥을 먹는다'고 하면 '식사를 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유다인들 역시 '빵을 먹는다'는 말을 식사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유다인들이 먹는 빵은 물과 밀가루를 반죽해서 약간의 소금과 누룩으로 만드는 간단한 음식이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빵을 특별하고 거룩하게 대했다. 유다인들은 빵을 쪼갤 때에 손님이 찾아와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빵을 쪼개는 일을 다 끝내고야 손님을 맞이했다. 유다인들이 빵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지나칠 정도였다. 유다인들이 빵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밀의 파종에서부터 빵을 굽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행해졌기 때문이었다.

 

빵을 중요시하는 유다인들의 관습은 빵을 절대로 칼로 자르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유다인들에게 빵은 곧 생명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빵은 칼을 대서 자르지 않고 늘 두 손으로 직접 뜯어서 먹었다. 길을 가다가 빵 조각을 보게 될 경우에도 그것을 주워서 이마에 가져다 대고 경의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그 빵 조각을 벽이나 바위틈에 조심스럽게 끼워두었다. 길에 떨어져 있는 빵 조각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의 발에 밟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유다인들이 먹던 빵의 주된 재료는 밀과 보리였다. 보통 유다인들은 밀과 보리를 갈아서 체로 치고 반죽을 만들고 주물러서 얇은 과자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보리로 만든 빵은 거칠고 텁텁해서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값이 싸서 가난한 서민들이 즐겨 먹었다.

 

밀가루는 경제 사정이 좋은 넉넉한 사람들의 양식이었다. 그래서 보리 빵과 밀로 만든 빵은 생활 수준의 차이를 드러냈다. 예수님께서 오천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행하실 때에 한 어린이가 예수님께 가져온 것은 가난한 이들의 양식인 보리빵 다섯 개였다(요한 6,9).

 

유다인들은 이집트인들에게서 전수받은 빵 제조법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집트인들은 예로부터 빵을 만들 때 발효된 밀가루 반죽을 약간 떼어두었다가 다음번 반죽 때 사용했다. 혹은 밀가루와 포도즙을 함께 넣고 반죽한 덩어리를 햇볕에 말렸다가 갈아서 누룩으로 썼다.

 

유다인 여자들은 시집을 갈 때에 반드시 친정에서 빵 반죽의 일부를 떼어갔다고 한다. 그 반죽을 효모로 삼아서 시댁 가족을 위해서 계속 빵을 구웠다. 이처럼 빵 반죽은 여러 대에 걸쳐 후손들에게 전수됐다. 유다인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데서도 강한 유대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예수님께서는 "정말 잘 들어 두어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진정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이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준다" 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이들이 "선생님, 그 빵을 항상 저희에게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셨다(요한 6, 32-35 참조).

 

이제 우리 생명의 원천은 예수님이다. 세상의 빵이 우리 생명을 유지시켜주듯 예수님은 바로 우리 생명의 주님이시다. 또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하느님 섭리와 은총을 생각해야 마땅하다. 식사 때 기도할 때 더욱더 열심한 마음으로 해야겠다.

 

[평화신문, 2003년 5월 1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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