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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유다인들의 인사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609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유다인들의 인사법

 

 

- 예수께 입맞춤하는 유다(부분), 1295, 프레스코, 모나스트리성당, 마케도니아.

 

 

사람은 만남에서 첫인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첫인상은 인간관계 출발점이기에 외모나 스타일뿐만 아니라 '인사'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인사의 본질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과 반가움의 표현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사는 악수다. 

 

인사의 표현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마사이 부족 사람들은 반가움의 표시로 얼굴에 침을 뱉는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서로 코를 두번씩 비비는 코인사를 한다. 태국의 전통인사는 두손을 모으고 팔과 팔꿈치를 몸에 붙인 채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이때 합장한 손이 위로 올라갈수록 공경의 정도가 크다고 한다. 성서에서 예수님은 제자 72명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시면서 명령하셨다.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 말라"(루가 10,4 참조). 

 

예수님은 왜 이런 명령을 내리셨을까. 복음 전파를 위해 예절이나 인간관계는 무시하라는 말씀일까? 물론 아니다. 예수님 말씀은 당시 유다 사람들의 풍습처럼 인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따라서 예수님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유다인들의 인사 풍습을 잘 알아야 한다. 

 

유다인들은 인사를 나누면서 보내는 시간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다인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우선 서로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 다음에는 각자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그 손을 다시 입술에 가져다 댔다. 이 행동은 '당신과 우정의 입맞춤을 하고 싶다'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손을 천천히 이마 높이까지 올린 뒤에 서로의 손을 굳게 움켜쥔다. 이런 뒤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상대방을 향해 대략 반시간 정도 칭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유다인들은 대개 이런 인사를 주고받았다. 

 

유다인들이 즐겨하는 인사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먼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인사법이 있었다. 이때는 인사말을 건넬 수도 있고, 말 대신 그냥 손으로 반갑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건네는 인사말에는 그리스식으로 '기뻐하시오', '평안하냐?'(마태 28,9 참조) 또는 '여러분에게 평화'라는 표현들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입맞춤도 인사법 가운데 하나였다. 이 인사법은 서로 각자 어깨에 손을 얹고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오른쪽 뺨과 왼쪽 뺨에 번갈아 가면서 입을 맞추었다. 사도 바오로가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고 편지한 것도 이 인사법을 의미한 것이었다(로마 16,16 참조). 그런데 나중에 이런 입맞춤을 남용하는 일이 벌어지자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만 서로 '거룩한 입맞춤'을 나누도록 제한하는 규정까지 등장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과거의 손님 환대 풍습이 남아있는 곳도 있다. 물론 성서에 나오는 수준의 손님 환대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광야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인족들은 지금도 손님을 환대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유다인들은 나름대로 기간을 정해 놓고 위험한 광야를 가는 나그네를 일정 기간 보호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유다인의 풍속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유다인들의 인사법을 올바르게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평화신문, 2004년 7월 1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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