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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루카 복음사가의 매력: 예수의 구원 사건이 벌어진 시간과 공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5 조회수3,717 추천수1

[루카 복음사가의 매력] 예수의 구원 사건이 벌어진 시간과 공간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역사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루카 복음사가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그런데 시간과 공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어떤 사건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하는 질문은 그 사건이 어디서 이루어졌는지 하는 질문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래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지리에 관심을 보인다. 내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 장 엘마르 신부는 나에게 대구 가톨릭 신학원에서 교회사 강의를 맡아달라고 했다. 1971년부터 거의 30년간 신학원에서 교회사를 가르쳤다. 그때에 고대 교회사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강의실에 지중해 지도를 걸었다. 어떤 사건의 발생 연도를 칠판에 적으면 그 옆에 걸린 지도에 곧바로 그 사건이 벌어진 도시나 지방을 지적하곤 했다. 

 

루카 복음사가가 전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예수 사건의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테두리에 대해 많은 것을 몰랐을 것이다. 루카는 우선 커다란 지리적 공간을 설정하고 예수 사건을 서술했다. 그 공간의 중심은 예루살렘이고, 복음 첫째 장면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거행되는 전례이다. 루카는 복음 1장에서 우리에게 성전 제단에 향을 올리는 즈카르야를 소개한다. 그리고 복음 마지막 장면도 예루살렘에서 펼쳐진다. 다른 복음에서는 부활하신 예수께서 갈릴래아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지만 루카는 그런 것을 생략하고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나타나신 다음에 거기서 승천하셨다고 서술한다. 

 

이에 덧붙여 루카는 두 번째 작품인 사도행전에서 예수가 전한 기쁜 소식이 예루살렘에서 출발하여 온 로마 제국으로 전파되다가 결국 중심지 로마에까지 도달한다고 서술한다. 그것은 예수의 명령과 같다. “그대들은 성령의 능력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이것이 큰 틀이고 루카는 주인공들이 그 틀 안에서 움직이는 발자취를 보여준다. 루카 복음은 예수의 유년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리아는 나자렛에서 유다 지방의 친척집에 갔다 온 뒤 다시 요셉과 함께 나자렛에서 유다 지방 베들레헴에, 그리고 거기에서 예루살렘에 갔다가 다시 나자렛으로 돌아온다. 

 

그 뒤에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시다가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활동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한 뒤 부활하신다. 이 도식은 마르코 복음에서 따온 것으로 공관복음의 공통점이지만 루카는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부분을 크게 부각했다. 그에 따르면 예수는 굳은 결심을 하고 예루살렘 방향으로 발을 옮긴 것이다(루카 9,51 참조). 또 루카는 루카 복음 13,33에서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한다. 예언자가 예루살렘 밖에서 죽을 수는 없다.”라는 예수의 놀라운 말씀을 기록했다. 성서학자들은 루카 복음 9,51-19,28의 부분을 루카의 ‘상경(上京) 보고’ 또는 ‘여행기’라고 한다. 루카 복음사가는 우리에게 예수를 순례자로 소개하며 중간에 여러 차례 ‘지금 예수께서 목적지를 향해 여행 중’이라는 표현을 반복한다(예 : 루카 9,57; 10,38; 13,22; 14,25; 17,11). 

 

루카의 지리에 대한 관심은 사도행전에서도 계속된다. 복음전파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시리아의 안티오키아가 선교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바오로 사도가 거기서 출발하여 먼저 지중해 동부 지역에 가서 그리스도를 알리고 그 다음 그리스로 건너가 유럽 사람들을 전교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루카 복음사가는 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오로는 수인의 몸이 되어 먼 항해 끝에 그 당시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졌던 로마에 도착했다고 한다(사도 27장과 28장). 

 

이제 루카 역사관에 대해 보자. 루카는 마태오와 달리 예수의 족보를 아담까지 되짚어 보면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초월하여 예수의 사건을 세계사와 연결한다. 그리고 루카만이 우리에게 예수가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하에 태어났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그 넓은 지중해 지역의 통치자였던 아우구스투스를 평화를 가지고 온 구원자(soter)라고 불렀다. 루카는 천사들의 말씀을 통해 예수를 참된 구원자, 하늘에서부터 평화를 주는 이로 소개한다(루카 2,8-14). 그리고 루카 복음 3,1에서 티베리우스 황제를 비롯하여 여러 영주들을 열거함으로써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활동한 시대를 로마 제국의 역사와 팔레스티나 지방의 역사와 연결한다. 예수의 나이에 대한 언급도 루카복음 3,23이 유일하다. 

 

이외에도 루카는 다른 복음사가보다 일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더 드러낸다. 예수에 대한 재판이 헤로데와 빌라도가 서로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오로는 갈리오가 아카이야 총독으로 있을 때 코린토에서 전도했다고(사도 18,12) 하니 바오로 사도가 활동하는 연도를 계산할 수 있다. 유명한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의 형 갈리오가 51/52년이나 52/53년에 현재 그리스 남부에 해당하는 아카이야 총독으로 있었던 것이다. 교회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내용들이 귀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하느님의 구원사업은 어떤 면에서 역사를 초월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구원은 구체적인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인간들이 하는 행동을 통해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이루어진다. 그 역사는 지금 우리 가운데에서도 계속되는 역사, 예수께서 승천하신 날과 예수께서 다시 오실 날 (사도 1,11) 사이에, 다시 말해 이 세상을 심판하고 우리에게 완전한 구원을 주실 날(루카 21,28 참조) 사이에 이루어지는 역사이다.

 

[분도, 2013년 여름호(제22호), 글 · 사진제공 진문도 토마스 신부(Thomas Timpte, 晋文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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