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성경]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성경과 이야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6 조회수3,037 추천수1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성경과 이야기



1. 이야기와 인간의 삶

이야기의 경험은 우리네 삶에서 매우 친숙한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이 들려주시던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라왔다. 지금도 우리는 여러 다양한 이야기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 안에서 자라왔고 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체험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삶은 이야기와 불가분의 관계일까? 그것은 이야기라는 형식이 우리 삶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삶의 체험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다양한 형식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이야기의 형식은 으뜸이다. 인간의 하느님 체험과 구원, 해방의 체험을 기록한 성경이 가지는 이야기로서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루카 1,1-2의 본문을 다시 읽기에서 출발하려 한다.

<루카 1,1-2 본문 읽기>
1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이미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 2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2. 이야기로서의 복음서

- 예수님 사건인 역사(history)를 이야기(story)라는 문학적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 복음서이다. 복음서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복음서가 하나의 꾸며낸 이야기 즉 허구(fiction)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복음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꾸며낸 글이 아니다. 복음서는 실제로 일어난 예수님에 관한 역사를 담고 있다. 즉 예수 사건을 “이야기”라는 문학적 형식 안에 담고 있는 것이다.

- 이야기란 특정한 배경 안에서 벌어진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건을 일정한 줄거리로 구성한 것이다. 복음서 안에서는 예수님과 관련하여 일어난 일들, 즉 사건들이 서술된다. 이 사건들의 이야기는 줄거리를 가진다. 일정한 줄거리로 짜여진 이야기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있고, 이들 사이에 여러 갈등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여러 배경들이 있고, 다양한 문학적인 기법들도 사용된다.


3. 이야기와 이야기꾼

- 이야기는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 의해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바로 이야기꾼(storyteller)이다. 이야기에는 반드시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사람들을 이야기 세계 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 사이에는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이루어진다.

-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author)인 복음사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꾼(storyteller)이다.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예수님 사건을 기억하고 증언하며 전승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해석한다. 해석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복음서의 이야기꾼은 신앙의 눈으로 예수님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선포한다. 복음서 저술은 복음 선포를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예수님 사건의 신앙적 의미를 만나도록 초대한다.


4. 이야기로서의 성경

-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이 하신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하느님을 만나고 구원과 해방을 체험한 이스라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신약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의 이야기이고,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과 해방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하느님에 대해 가장 완전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신 분이다. 그분은 하느님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기계시(自己啓示)이시며, 자기표현(自己表現)이시고, 마침내 하느님 자신이시다. 따라서 예수님은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가장 탁월하신 하느님의 이야기꾼(storyteller)이시다. 그래서 그분은 하느님의 말씀(logos)이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길이시다.


5. 이야기와 성경의 독자

-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이야기에 대한 재발견은 우리에게 성경과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공한다. 이야기라는 모티프는 성경이 증언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더 생생하게 만나도록 한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역사(歷史) 안에서 역사(役事)하시는 하느님 말씀의 역동성과 풍요로움을 잘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생생한 삶의 체험 뿐 아니라 신앙 체험을 담아내는 적합한 그릇이다. 따라서 우리의 성경 읽기는 단순한 지성의 작업이 아니라 전인적이고 실존적인 차원을 가지게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과 신앙은 단면적이거나 단편적이지 않고 통합적이고 전체적이기 때문이다.

- 성경을 읽는 독자(reader)인 오늘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지 과거 사건에 대한 역사적 기록으로 읽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야기로 읽는다. 왜냐하면 성경의 사람들이 만났던 그 하느님을 오늘의 우리도 만나고 있으며, 그 하느님을 만났던 사람들의 놀라운 구원과 해방의 체험을 오늘의 우리도 경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독자는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로 읽는 것이다. 여기서 성경의 이야기와 독자의 이야기가 서로 만나게 된다.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는 그들과 자신을 동일화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의 독자는 단순히 성경 지식의 전수자가 아니라 성경에서 만난 하느님 말씀의 증언자가 된다. 곧 그는 이제 말씀의 봉사자가 되고, 신앙의 전승자가 된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1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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