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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풀이: 탈출기와 광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02 조회수3,552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탈출기와 광야

 

 

“그 모든 여정 중에 이스라엘의 온 집안이 보는 앞에서, 낮에는 주님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탈출 40, 38)

 

필자가 예루살렘에 살 때만 해도 유다 광야가 가까워서 자주 나가보곤 했습니다. 황량한 광야에 풀을 찾는 양 떼와 더불어 앉노라면, 텅 비어 허무한 아름다움이 가슴 가득히 담겼습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세속을 피하려고 산으로 들어갔지만, 나무가 부족한 이스라엘은 번잡한 도시를 떠나 광야에서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철저히 자신을 비워 광야가 된 토양에 나를 맞추고, 나를 감싼 모든 인위적인 껍데기에서 벗어나는 곳, 기본적인 것조차 너무 간절하여 절대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고, 또 기본적인 것도 해결할 수 없어 불평하고 절대자를 원망하게 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광야에 가면 하느님과 사탄을 동시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구름과 불로 보호하시는 하느님과 있으면서도, 불평과 유혹에 빠져 주님을 시험하기도 했었나 봅니다. 그러나 살을 태울 듯이 이글거리는 광야의 태양 속에 몇 시간 걷다 보면, 시원하게 나를 가려줄 구름 한 점이 얼마나 아쉬운지요. 어쩌면 하느님이 백성들을 보호하셨다는 구름 기둥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온도가 떨어지는 밤에는 추위뿐 아니라 밤에 우글거리는 들짐승들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해 주셨을 불기둥을 상상합니다. 

 

이처럼 나를 시험하는 광야에 오랫동안 이웃하여 살다가, 어느 따뜻한 봄날 고향의 푸름을 다시 접했을 때, 십여 년 만에 보는 연두색 이파리가 매우 아름다워 눈물이 났습니다. 산과 들을 채운 초록색이 어쩌면 그리도 감동적이던지요. 가까이 있을 때는 깨닫지 못하던 평범함의 축복에 새삼 감사를 느꼈습니다. 40년 세월을 광야에서 떠돌던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처음 발을 들여놓던 날, 우리 같은 금수강산은 아닐지언정 미치게 그리웠던 풀 한 포기에 가슴 떨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고통과 깨달음을 선사하는 광야의 품에서 이집트 노예의 기억을 지우고,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자아를 되찾아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광야를 사는 또 다른 이스라엘 백성일는지 모릅니다. 때로 인생길이 광야처럼 황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구름과 불로 백성들을 보호하신 하느님이 늘 함께 계셨음을 잊지 않고, 척박함 속에서도 주님을 찾는 인내를 배우고 싶습니다. 

 

[2013년 9월 29일 연중 제26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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