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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서의 세계: 감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2,982 추천수0

성서의 세계 : 감옥

 

 

예수님 당시의 헤로데 왕은 자기 이복 동기의 아내 헤로디아와 혼인한다. 율법에서 금하는 이러한 근친 결혼을(레위 18,16; 20,16) 세례자 요한이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로마 제국의 임명을 받은 지방 영주에 불과하면서도 통상 임금으로 불리는 헤로데는 주민들에게 거의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요한은 두려움없이 헤로데가 한 혼인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선다. 그러자 헤로데가 요한을 투옥시킨다. 요한은 상당 기간 감옥에서 지내다가 헤로데가 생각없이 내뱉은 말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만다(마르 6,17-29).

 

 

감옥과 교도소

 

성서에는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세례자 요한처럼 옥에 갇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성서를 살펴볼 때, 우리는 먼저 한 가지 근본적인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성서는 사법 제도가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은 아주 먼 옛날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때에도 나름대로 엄격히 규정된 재판 제도가 있었지만, 헤로데의 경우처럼, 절대 권력자의 말이나 명령 한마디로 사람들이 투옥되기도 하고 사형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옛날에는 지금처럼 범죄자를 일정한 곳에 가두어 활동의 자유를 빼앗는 자유형이 원칙적으로 없었다. 주로 사형, 수족 절단 같은 신체형, 벌금형 등으로 범죄자들을 다스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의 옥은 지금처럼 교도소가 아니었다. 곧 감옥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집단으로 수용한 다음, 나중에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교도하는 교정기관이 아니었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건이 밝혀지거나 재판관 또는 결정권자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피의자 또는 죄인을 임시로 구금해 두는 곳일 따름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구치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옥 제도나 건물이나 시설 등이 매우 간단하였다.

 

감금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형벌은 있었다. 세례자 요한과 예레미야 예언자의 경우처럼(예레 32,2-3), 왕실이나 국가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정해진 기간 없이 옥에 가두어 사회와 격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 의미의 감금형은 기원전 6세기 중반 이후의 페르시아 시대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에즈 7,26), 이 형벌은 별로 적용되지 않은 것 같다(사도 22,19 참조).

 

 

감옥에 갇히는 사람들

 

성서에서는 어떠한 사람들이 무슨 잘못으로, 또는 무슨 범죄 혐의로 옥에 갇히게 되는가? 여기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전쟁 포로들이다. 성서에는 특별히 따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는 고대 근동 전역에 공통된 현상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형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임시로 구금되는 일반적인 범법자들을 생각할 수 있다. 레위 24,2의 하느님을 모독한 자, 민수 15,3의 안식일 규정을 어긴 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와 비슷하게 요셉도 강간 미수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감옥에 갇힌다(창세 39,20). 이 감옥에는 이집트의 대신도 둘 있었는데, 그들은 무슨 일 때문인지 임금을 진노하게 만든 탓에 투옥되었다(창세 40,1-3). 그들은 사흘 뒤 임금의 생일에 그의 결심에 따라서, 한 사람은 복직되고 한 사람은 사형을 받는다(창세 40,20-23).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의 아내나 자녀를 종으로 데려가기도 하고(2열왕 4,1; 느헤 5,5; 이사 50,1), 채무자 자신을 투옥시키기도 한다(마태 18,30; 루가 12,58-59). 그렇게 하여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노역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임금들도 감옥에 갇힌다. 북부 이스라엘 임금 호세아는 종주국인 아시리아에 조공을 바치지 않고 친이집트 정책을 펴다가, 아시리아 임금에 의해서 투옥된다(2열왕 17,4). 패망국의 임금들은 때로 전승국의 포로로 끌려가서(2역대 33,11; 예레 37,7) 감옥살이를 하였는데(2열왕 25,27; 예레 52,11), 이때에 죄수복을 입기도 하였다(2열왕 25,28). 패전한 나라 국민의 감정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심산으로 임금을 직접 죽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고대 근동의 대왕들은 자기들이 쳐부순 나라들의 임금을 많이 거느릴수록 권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이른바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국익을 훼손시키는 이들도 감옥에 갇혔다. 불레셋인들에게는 삼손이 바로 그러한 존재였다. 그래서 그들은 삼손의 눈을 후벼낸 다음 청동 사슬로 묶어 감옥에서 연자매를 돌리게 한다(판관 16,21). 역설적이게도 예언자들까지 이러한 명목으로 감금된다. 임금이나 권력자들이 예언자들의 비판 소리를 듣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1열왕 22,26-27; 2역대 16,10). 특히 갖은 고난 속에 예언 활동을 하던 예레미야는 여러 번 여러 모양으로 감금된다(20,2; 33,2; 37,15.21; 38,6). 이리하여 ’예언자들은 박해를 받는다.’라는 전통이 신약성서 시대에는 이미 확고히 형성되어 있었다(마태 23,30; 사도 7,52; 1데살 2,15-16; 히브 11,32-38; 야고 5,18).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에 이어서 자기들도 바로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여겼다(마태 5,12). 사실 사도들의 복음 선포는 많은 경우에 즉시 투옥으로 연결된다(사도 4,3; 5,18; 12,4; 16,24; 24,27; 28,16). 그래서 특별히 바오로는 자기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일하다가 감옥에 갇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필립 1,13; 필레 1,1; 에페 3,1; 골로 4,3 등).

 

 

감옥의 형태와 옥중 생활

 

감옥이 단순히 범죄자를 처벌할 때까지 가두어놓는 곳이었기 때문에, 옛날 이스라엘에는 본디 이 용도로만 정해진 특별한 건축물이 따로 없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여러 가지 시설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히브리 말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옥’이나 ’감옥’처럼 한 낱말이 일종의 전문 용어로 정착되지 않고 여러 용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우선 굴, 그리고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구덩이가 감옥으로 이용된다(즈가 9,11. 그리고 창세 37,22-24 참조). 이스라엘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바위에 동굴을 파서 물을 모아놓았는데, 물이 없을 경우에는, 개인 집이나 마당 밑에 있는 이러한 저수 동굴에 사람을 가두기도 한다(예레 37,16; 38,6). 성전의 부속 건물처럼 공공 장소에 있는 "기둥"도 죄수를 묶어놓는 감금소로 이용된다(예레 20,2; 29,26). 그리고 왕궁 안이나 곁에 있는 특정 장소, 구체적으로는 왕궁 경비대 울안도 감옥 구실을 한다(예레 32,2). 요셉은 이집트에서 임금의 경호대장 집에 있는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창세 40,3), 말만 감옥이지 사실은 "구덩이"였다(창세 40,15; 41,14).

 

이스라엘에서는 왕정 시대에 들어와서야 감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신약성서 시대에 와서는 제대로 꼴을 갖춘 시설물이 감옥으로 이용된다. 감방도 여러 개가 구비되고 본격적 의미의 경비병 또는 간수들도 있었다(사도 12,6; 16,24).

 

시편 107은 이러한 감옥을 비참과 사슬과 어둠으로 특징짓는다(10절). 범인을 체포하고서 달아나지 못하게 눈을 후벼내고서 투옥하기도 한다(판관 16,21; 예레 52,11). 수인들은 대부분 사슬로 묶이고 발에는 차꼬가 채워진다(판관 16,21; 사도 16,24; 22,30). 이것으로도 모자라서, 예컨대 베드로는 간수들이 문밖에서 지키는 가운데 두 줄 쇠사슬로 묶인 채 두 군인 사이에서 잠을 자야 했다(사도 12,6). 이러한 ’중죄인’이 탈옥할 경우에는 간수들이 처형되기도 한다(사도 12,19. 그리고 16,27 참조). 물론 감옥생활이 항상 엄격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바오로는 로마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일종의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면서 복음을 선포한다(사도 28,16).

 

특히 메소포타미아의 문헌들에 따르면, 죄수들은 많은 경우에 전쟁 포로들과 비슷하게 중노동을 해야만 하였다. 삼손처럼 연자매를 돌리는 일이라든가(판관 16,21) 피륙을 짜는 작업이었다.

 

감옥 음식은 물론 형편이 없었다. 잘해야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였다(1열왕 22,27). 많은 수인들이 질병과 영양 부족으로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감옥에 사람을 감금하는 것이 특별히 권력자들에게는 반대자들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감옥에 그냥 던져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피를 흘리는 살인죄를 뒤집어쓸 필요 없이 적대자들을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다(창세 37,22-24; 예레 38,6-9 참조).

 

 

갇힌 이들에 대한 배려

 

감옥과 관련한 성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감옥에 갇힌 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록 크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구약성서에서 구세주를 미리 가리키는 존재 가운데 하나인 ’주님의 종’이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소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일이다(이사 42,7; 49,9).

 

마태오 복음서 25장에서는,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보는 일이 최후의 심판 때에 주님께서 사람을 판단하시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다(36절). 그리고 루가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일이 당신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씀하신다(4,19).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히브리서는, 감옥에 갇힌 이들에 대한 배려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하는 형제애의 한 구체적 모습이라고 강조한다(13,1-2).

 

[경향잡지, 1999년 9월호, 임승필 요셉 신부(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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