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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시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05 조회수2,272 추천수0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시편

 

 

시편은 낱권으로는 구약 성경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 또한 전통적으로는 다윗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150편 가운데 73편에 다윗이라는 머리글이 붙어 있으며, 다윗이 전례를 정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훌륭한 임금으로 추대받기 때문이지 실제로 다윗이 썼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한 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시편을 작성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작성 시기 또한 BC 13세기 모세 때부터 BC 6세기 바빌론 유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합니다. 또한 시편의 유형도 찬양 시편, 탄원 시편, 감사 시편, 군왕 시편, 지혜 시편 등 다양합니다. 그래서 시편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을 정의해본다면 시편은 하느님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 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편은 총 15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다섯 권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이는 모세의 다섯 개의 율법서(오경)에 상응하는 다윗의 다섯 개의 기도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신학적인 편집의 결과입니다.

 

먼저 첫 번째 책은 시편 1-41편으로 대다수가 다윗의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주님(야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시편 42-72편으로 코라와 아삽의 시편과 다윗의 시편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하느님의 이름을 ‘하느님(엘로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시편 73-89편으로 코라와 아삽의 시편이 절대 다수를 이루며, 하느님의 이름을 ‘하느님(엘로힘)’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책은 90-106편으로 두드러지는 지은 이는 없으며, 하느님의 이름에 대해서는 ‘주님(야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책은 107-140편으로 대부분이 성전 순례와 축일 때에 바치는 전례용 시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4권까지는 각 권의 끝에 영광송 또는 종결찬양이 등장하는 반면, 5권에서는 마지막 150편 자체가 대찬양가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5권의 마지막이자 사실상 시편 전체의 마지막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시편집의 형태에 따른 분류 말고도 시편의 유형에 따른 분류를 살펴보는 것도 시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먼저 찬양 시편(44, 47, 48, 84, 87, 93편 등)은 이스라엘의 축일을 맞아 전례 때 사용하던 시편이며 한 분이신 하느님을 구세주로 고백하고, 하느님 곁에 머무를 때 번영할 수 있음을 고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찬양 시편은 시편집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탄원 시편(3, 4, 5, 6, 7, 12, 31, 35, 44, 123편 등)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곤경과 고통, 특히 유배 등과 같은 민족적인 아픔에 대한 탄원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탄원 시편은 단순히 두려움이나 슬픔 또는 분노에 사로잡힌 울부짖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실하심과 자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신앙고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감사 시편(30, 32, 116, 138편 등)은 하느님께 신뢰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잘 해결되었을 때, 구원자이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사 시편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대표하는 감사 시편도 있습니다. 찬양 시편, 탄원 시편과 내용적으로는 구분이 되지만 자신들의 삶에 닥친 위기와 어려움에 대해 하느님께 탄원하고, 그리고 이를 들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찬미와 찬양을 바친다는 점에서 찬양 시편, 탄원 시편, 감사 시편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 시편의 경우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에 대한 감사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개인과 공동체에 주어지게 은총에 대해서 미리 감사를 드리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군왕 시편(2, 18, 21, 45, 110, 132편 등)은 하느님의 대리자로 활동하는 이스라엘의 임금들에 대한 시편이며 임금의 생애와 주요 업적이나 사건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군왕 시편에서 임금과 왕조에 대한 찬양은 그를 뽑으시고 돌봐주시는 하느님을 향한 찬양으로 연결이 됩니다. 또한 임금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으로 백성에게 파견된 하느님의 대리자이기 때문에 군왕 시편은 때로는 메시아 시편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지혜 시편(1, 19, 73, 78, 127편 등)은 지혜문학 전통 아래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가르침과 교훈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시편들은 하느님의 위업 또는 개인과 공동체의 불행에 대한 탄원, 감사, 찬양을 다루는 반면 지혜 시편은 우주 전체의 질서를 통해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권능과 자비로움을 발견하고 이를 배울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편의 최종 편집이 유배 이후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시편의 최종 편집자는 성전이 파괴되어 성전 예배가 사라진 이스라엘 백성이 가져야 할 믿음을 시편을 통해 가르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시편의 시작인 1편이 지혜 시편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글로 읽고 있는 시편은 사실 노래입니다. 오랜 역사 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개인 또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쳤던 노래이며 그 안에는 삶의 어려움, 하느님을 향한 탄원, 감사와 찬미가 녹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편은 단순한 전례적 찬가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진솔한 신앙고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편에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계시가 담겨 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모습, 하느님의 자애,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역사, 인간의 실존적 모습, 하느님과 인간이 맺는 친교 등 시편이 담고 있는 내용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하는 계시이며 가르침입니다.

 

참고로 시편을 보다보면, 시편의 번호가 괄호 안에 포함된 것까지 2개가 제시되서 혼동을 겪게 됩니다. 이는 히브리 성경의 시편 번호와 칠십인역 성경의 시편 번호가 일치하지 않기에 현재 우리가 보는 새 번역 성경은 히브리 성경의 번호를 앞에, 그리고 칠십인역 성경의 번호를 괄호 안에 표기한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2년 7·8월호, 김영훈 베드로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교육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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