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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 파견 설교(마태 10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12 조회수1,820 추천수0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님 : 마태오 복음을 중심으로


파견 설교(마태 10장),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마태 10,7)

 

 

보좌 신부 때의 일입니다. ‘생명의 빵’에 관한 복음 말씀이었는데, 강론을 하며 신자 분들에게 여쭤보았습니다. “교우님들, 미사 중에 언제 가장 좋으십니까?” 저는 내심 “성체를 받아 모실 때요!”라는 나름의 ‘모범 답안(?)’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형제님의 매우 씩씩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모든 신자 분들이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그 대답에 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조점이 앞에 있든 뒤에 있든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모릅니다. 심지어 부활 대축일 밤 미사의 끝에는 이 파견 인사 뒤에 “알렐루야, 알렐루야!”까지 덧붙이면서 더욱 장엄하게 기쁨을 노래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언제나 새로운 가르침을 선물해 주시는 교우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울러 늘 교우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끊임없이 배우는 사제가 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오늘 살펴볼 내용은 마태오 복음 9장 35절에서 11장 1절까지의 소위 “파견 설교”(마태 10장)라 불리는 단락입니다. 이는 마태오 복음서를 구성하는 중요한 다섯 설교(마태 5-7장; 10장; 13장; 18장; 24-25장) 중에서 두 번째로 나오는 설교입니다. 앞서 마태오 복음 5-7장의 “산상 설교”에서 예수님께서는 권위있는 ‘말씀’을 통해서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생명의 가르침을 주시고, 이어서 8-9장의 열 가지 기적이라는 ‘행동’을 통해서 하늘 나라의 도래와 하늘 나라 구원의 기쁨을 직접 실현해 주십니다. 이제 10장의 '파견 설교’에서는 예수님을 따라서 “말씀과 행동”으로 하늘 나라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는 사명과 권한이 제자들에게 주어집니다.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9,35; 11,1 참조) 그분은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9,37-38)

 

예수님은 열두 사도를 뽑으시고(10,1-4), 그들을 파견하십니다.(5-15절) 파견된 사도들의 역할은 예수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병들고 약한 이들을 다시 일으켜 주는 것입니다.(7-8절) 이어 언급되는 박해(16-25절), 복음의 증언(26-33절), 분열(34-35절)에 관한 내용은 당시 마태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겪었을 박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이러한 혼란 가운데에서도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도록 불리움을 받은 제자들의 사명을 잘 드러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10,26.28.31)

 

흥미롭게도 이 단락에서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자들을 향해 세 번이나 강조되어 사용됩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세 번 같은 말씀으로 제자들에게 권고하시는 경우는 “걱정하지 마라.”(6,25.31.34)와 “두려워하지 마라.”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상 일에 관해서 “걱정하지 마라.”고 하셨을 때 그 근거는 바로 하늘의 아버지께서 당신 자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시고 그들을 돌보아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6,26.30.32 참조)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 “두려워하지 마라.”고 하신 까닭은 제자들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실 정도로 제자들을 잘 아시고 그들을 매우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보살핌 덕분입니다.(10,29-31 참조)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10,32)

 

결국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의 권고는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용기있게 고백하도록 제자들을 이끕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루어지는 예수님에 대한 증언, 혹은 부인은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서 이루어질 예수님의 증언, 혹은 부인을 좌우하는 종말론적 심판의 결정적 기준이 됩니다.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10,39)

 

버림과 따름(37-39절), 보상(40-42절)의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선물을 약속하십니다. 예수님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잃는 사람은 주님 덕분에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기에 제자들은 세상 안에서 당당히 주님을 증언하며 살아갑니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10,20)

 

특별히 믿는 이들의 변호자이시며 위로자이신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주님을 증언할 수 있도록 제자들 안에서 말씀하시며 도와주십니다. 따라서 주님의 제자인 우리는 세상의 모진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언제나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고 성령께 우리 자신을 내어 맡겨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4-15)

 

온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주님의 충실한 일꾼들을 청하며, 특히 신학생들과 성소자들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동시에 오늘도 주님의 밭에서 묵묵히 복음을 전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제들과 수도자들, 선교사들을 위해서 교우님들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수님께로부터 파견된 사도들임을 명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기쁘고 당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합시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월간빛, 2022년 7월호, 이민영 예레미야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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