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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과 신들6: 하늘 나라와 하느님 나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3 조회수3,341 추천수1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6) 하늘 나라와 하느님 나라

하늘, 유배 후 하느님 대체어로 사용


하늘의 새로운 인격성

유배 기간을 거치며 이스라엘 종교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하늘'이 '하느님'의 동의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이 새로운 인격성을 부여받은 이같은 현상은 구약성경의 후대 본문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데, 특히 마카베오기와 다니엘서에서 잘 나타난다.

구약성경의 가장 마지막 역사를 다룬 마카베오기는 사람을 구하고 도와주는 주체를 '하느님'이 아니라 '하늘'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표현한다.

"우리는 하늘로부터 도움을 받기 때문입니다"(1마카 12,15). "하늘이 너희를 도와주시기를 빈다"(1마카 16,3).

유배 이전 구약성경은 '하늘'이 어떤 인격성을 띠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했다. 그래서 꼭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기도를 들어주시며, 심판하시고, 다스리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유배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하늘의 하느님'이라는 표현이 급증한 것이다. 또 하늘이 하느님과 동의어로 사용돼 때로는 '하느님'을 대체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하늘은 어느 정도 인격성을 부여받았다.

이후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하늘을 직접 찬양한다. 이때부터 하늘은 하느님의 완벽한 상징어로 사용됐다. 종교학적 용어를 빌리자면 '재신화화'된 것이다. 하늘이 하느님을 상징하게 돼 야훼 신앙 안에서 새로운 자리를 찾았다. 이렇게 유배 이후 재신화화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왜 유배 이후 하늘을 하느님으로 부를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에는 유일신 신앙이 깊이 뿌리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하느님을 상징해도 하느님과 구별되는 '하늘 신'으로 오해할 소지가 그들 사이에선 그만큼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구약성경의 하늘관은 유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배 이전에는 공간과 피조물의 탈신화화된 개념으로 인격적 요소를 탈색하는 데 주력했다. 혹시 하늘신이라는 요소가 있을까봐 걱정하는 태도를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유배 이후에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낱말이 이스라엘의 신앙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그만큼 이스라엘에는 굳건한 유일신 신앙이 자리 잡았다. 하늘에 기도하고 하늘을 보고 청하며, 하늘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말해도 하늘신을 생각할 사람들은 적어졌다. 하늘이라고 말해도 모두가 하느님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신약성경의 '하늘들'

여러 차례 변화해온 구약성경의 하늘관은 신약성경으로 이어져 예수님의 '하늘 나라' 또는 '하느님 나라'를 이해하는 배경이 된다. 신약성경에서 '하늘의'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또는 '거룩한'이라는 의미다. 유배 이후 하늘은 하느님의 상징어로 굳어져 신약 시대로 전승됐다. 신약성경에서 구약성경의 하늘관을 가장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책을 꼽으라면 신약성경을 여는 마태오복음이다. 마태오복음의 특징적인 하늘관은 다음의 두 가지 호칭에서 볼 수 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마태 5,48). "하늘의 내 아버지"(마태 15,13; 18,35).

이 호칭들은 오직 마태오복음에만 나오는데, 유배 이후 정착된 '하늘의 하느님'이란 호칭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하느님'이 하늘의 '아버지'가 됨으로써 하느님이 더욱 가까이 계신 분이 되셨다.

구약의 하느님은 우리가 감히 다가가기 어려운 분으로 여겨졌다. 물론 구약성경을 잘 읽다 보면 그분은 정말 친근하고, 마치 아기를 돌보는 아빠의 마음을 지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려운 하느님을 친근한 아빠 하느님이라고 하셨다.

이 밖에도 마태오복음은 유배 이전의 고전적 호칭, 곧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란 호칭도 즐겨 사용한다. 주님의 기도를 전하는 마태오복음 6장에서 하느님의 호칭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는 루카복음 11장의 호칭 '아버지'와 구별된다. 마태오복음 저자가 사용한 표현은 고대 이스라엘의 탈신화화된 하늘관이다.

마태오복음은 유배 이전 하나의 장소로 여긴 하늘관과 더불어 유배 이후 하늘의 하느님으로 표현한 하늘관이 모두 나오는 책이다. 이런 면에서 마태오복음은 구약성경의 하늘관에 정통한 책이요, 구약성경의 하늘관을 종합하는 책이다. 신약성경의 첫머리를 차지하는 마태오복음의 하느님은 '하늘의 님', 곧 '하늘님'이다. 이스라엘 종교신학사적 맥락에서 하늘이 하느님의 강한 상징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하늘 나라'와 '하느님 나라'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신약 시대에 '하늘'과 '하느님'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구약성경의 하늘관에 정통하고, 하늘이라는 상징어를 즐겨 사용한 마태오복음에서 '하느님 나라'(4번)보다 '하늘 나라'(32번)가 더 자주 나오는 현상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나라는 사실상 동의어다.

신약성경에서 드러나는 여러 겹의 하늘은 구약성경에서 시대마다 독특하게 형성된 것이다. 각각의 하늘 개념이 고대 이스라엘의 어느 시대 어떤 상황에서 형성돼 구약성경에 들어왔는지 알게 되면 신약성경을 더욱 풍요롭게 읽을 수 있다. 어떤 표현은 이스라엘 밖에서 유래했지만 그런 표현을 수용한 생각의 뿌리는 깊은 신앙심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때로는 경계하고 때로는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화신문, 2013년 2월 24일, 정리=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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