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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6: 병자를 고치며 죄를 용서하는 예수님(마르 2,1-1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12 조회수3,192 추천수1
[도란도란 성경이야기] 마르코 복음서 (6)


이번 호에서는 마르코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모습들 중 ‘병자를 고치며 죄를 용서하는 예수님’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마르 2,1-12)

우리는 지난 호(마르코 복음 첫 장)에서 예수님의 치유 기적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의 통치가 이미 이 땅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병자를 고쳐주심으로써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온전함과 건강을 회복시켜 하느님의 구원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권위를 가지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신 예수님의 모습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죄를 용서하시면서 병을 고쳐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통치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며칠 뒤에 예수님께서는 다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율법 학자 몇 사람이 거기에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그들이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신 영으로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마르 2,1-12)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의 집에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께 몰려듭니다. 이때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네 사람이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가서 치유를 받으려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그 구멍으로 중풍 병자를 예수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인정하십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장애물(군중)을 극복한 이들의 믿음을 좋게 보셨을 것입니다. ‘믿음’은 마르코 복음의 기적 이야기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통 믿음이 기적에 앞서 요구됩니다. 여기서 요구되는 믿음은 예수님의 능력을 굳게 믿고 예수님의 인격에 자신을 조건 없이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굳은 믿음으로 그분 앞까지 다가온 병자에게 예수님께서는 그의 병이 나았다고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죄를 용서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치유 이야기 한가운데서 죄를 용서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연스럽지 않게 왜 갑자기 치유 이야기 가운데 사죄 선언이 나오는 것일까요?

아마도 예수님의 사죄권에 대한 이야기는 후대의 어느 전승자가 집어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승자가 사죄권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집어넣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대 교회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죄권을 행사했었는데, 유다인들이 이것에 대해 신성 모독이라며 비난을 했습니다. 이에 마르코 복음서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확증해 보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치유 기적 이야기에 예수님의 사죄권에 관한 논쟁 이야기가 섞여 하나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사죄권에 대한 논쟁은 죄로 말미암아 병이 생긴다고 생각한 유다인들의 사고방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병자를 죄인으로 취급했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병자가 모세의 율법을 어겼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당시 유다인들은 오직 하느님만이 죄를 용서해 주실 수 있는 분이며 그것도 저 세상에서나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히 예수님이 죄를 용서해 준다는 말을 했으니, 유다인들에게 이 말은 곧 예수님이 스스로를 하느님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율법 학자들은 이 말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성 모독은 사형을 받을 만큼 큰 죄에 속했으므로 그 파장이 더욱 컸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믿음에 의하면 죄를 용서받지 못하면 병이 낫지 않아야 하는데, 병자는 병이 나았습니다. 그는 죄를 용서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마르코 복음 2장 1-12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 모습은 구약 시대 사람들이 생각해 왔던 엄격한 심판자로서 하느님의 모습이 아니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죄를 짓고 멸망하기를 바라시는 분이 아니라 회개하여 다시 구원받기를 바라고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앞에 나약한 죄인이지만 그 죄를 용서해주시는 예수님을 통해서, 즉 그분의 가르침과 계명을 따름으로써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나라에 동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 성서못자리 그룹공부교재 「마르코 복음」, 2010, 기쁜소식, 71-85쪽.

[길잡이, 2013년 2월호, 사목국 성서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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