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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성경과 신들5: 하늘의 신격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10 조회수2,706 추천수1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5) 하늘의 신격화

유배 후 다른 종교 새 호칭의 수용


고대 근동 사람들은 현대의 합리주의와 과학, 대량 소비주의 의식이 아닌 신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살았다. 구약성경은 그런 고대 근동 세계를 배경으로 탄생한 책이다. 고대 인류는 하늘을 최초, 최고의 신으로 여겼지만 구약성경은 하늘을 신으로 여기기보다 일종의 장소로만 여겼다. 이는 최고신인 하느님이 다른 이들에게 잘못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우려와 더불어 애초부터 한 분이신 하느님에 대한 강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등장과 이스라엘의 귀환

고대 근동 패권은 신아시리아부터 신바빌론 제국과 페르시아를 거쳐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제국으로 옮아갔다.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신바빌론 제국은 이스라엘 백성을 자국으로 끌고 갔다. 이때 신바빌론 제국은 이스라엘 백성을 유배시키는 등 잔인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바빌론을 함락시키고 기원전 538년 새로운 시대를 연 페르시아 제국은 종교적 관용정책을 폈다. 총칼이 아닌 문화로 다스린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적 관용정책에 따라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누리며 살 수 있었다. 유배 이후 이 시기는 구약성경의 전체적 모습이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완성되는 때이다.

이때 고대 근동의 공용어가 바뀐다. 신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의 언어는 아카드어였다. 그런데 이미 신바빌론 제국 말기부터 고대 근동 사회에는 아람어가 실질적 표준어로 쓰였다. 페르시아 제국은 자신의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를 강제하지 않고 널리 쓰이는 아람어를 표준어로 삼았다. 이때부터 국제공용어(lingua franca)는 아람어가 됐다. 교역으로 살아가는 이스라엘인에게도 아람어는 일상 언어가 됐다.


'하늘의 하느님'이라는 새 호칭

바빌론 유배가 끝난 뒤 페르시아 시대에 들어서면서 구약성경 본문에 주목할 만한 현상이 발생한다. '하늘의 하느님'이란 호칭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유배 이후 역사를 전하는 에즈라서와 느헤미야기에는 이런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늘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뜻을 이루게 해주실 것이오(느헤 2,20), 하늘의 하느님께서 내리신 법의학자인 에즈라 사제(에즈 7,12) 등이 그것이다. 하늘을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라고만 여겼던 고대 이스라엘인은 이때까지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만 써왔다. 그런데 '하늘의 하느님'이라니?

이런 표현은 함부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구약성경에서 신의 호칭, 곧 우리 하느님을 어떻게 부르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신의 호칭은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정 시대에 왜 하느님을 이런 호칭으로 갑자기 바꿔 부른 것일까? 하늘관이 급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 유배 이후 이어진 종교적 변화 때문일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적 관용정책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유배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누리며 살았다. 이때 이스라엘은 혼란스럽지만, 역동적 시대를 맞이했다. 이때 유다인들은 자연스럽게 페르시아 문물을 받아들였다. 이후 히브리어는 종교적 언어로 축소되고, 아람어는 이스라엘 일상어로 사용되는 이중 언어생활이 확산했다. 아람어가 유다인 일상에 깊이 침투한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 구약성경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아람어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일상 언어의 급변은 문화적 변화를 동반했다.


페르시아 종교의 확산

이 시기 페르시아 제국의 공식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는 주변 종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로아스터교 유일신 아후라 마즈다는 다양한 호칭을 지녔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 호칭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늘의 하느님'이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이 호칭을 과감히 수용해 야훼 하느님에 적용했다. 따라서 유배 이후 본문에 '하늘의 하느님'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다. 다른 종교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 새 호칭을 수용했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게 사용됐다.

'참된 하늘의 하느님'은 대제국 페르시아의 신이 아니라 '오직 우리 야훼 하느님뿐이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호칭의 수용은 '신학적 반론'의 성격을 띤다.

이는 대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확산하는 데 대한 적극적 대응이었다. 아마 이 호칭을 주도한 세력은 유배 이후 활약했던 사제들로 보인다. 새로운 호칭은 고대 근동 패권을 새롭게 거머쥔 막강한 문화 제국인 페르시아의 종교적 영향력을 차단하고 야훼 신앙을 지키려는 신학적 노력의 결과다. 또 고대 이스라엘 신학자들은 주변 종교의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려고만 하지 않고, 때로는 적절히 흡수해 야훼 신앙을 더욱 두텁고 튼튼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하느님에 대한 올곧은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명기에 잘 드러나는 이런 믿음의 태도야말로 '고대 이스라엘의 영성'이다. 그들은 이런 태도로 다른 종교에 대해 적절히 대응했던 것이다.

※ 평화방송 TV 방송시간 : 수요일 오전 9시(본방송), 금요일 저녁 9시(이하 재방송), 일요일 저녁 9시, 월요일 오전 4시ㆍ오후 3시

[평화신문, 2013년 2월 10일, 정리=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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