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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이 성의 점령과 스켐의 계약식(여호 8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26 조회수1,618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이 성의 점령과 스켐의 계약식(여호수아 8장)

 

 

여호수아는 다시 아이 성을 공략하기 위해 나섭니다. 주님께서는 아이 임금과 그의 백성은 완전 전멸하되 전리품과 가축은 차지해도 좋다는 허락을 주시면서, 복병전을 펼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잠깐 완전전멸(헤렘)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 법은 현대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입니다. 선하신 하느님께서 어떻게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지도 않고 성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라고 명하실 수 있을까요? 도대체 헤렘법과 같은 잔인한 법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구약성경의 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헤렘법이 가나안 정착 시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후대에 생긴 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법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 법은 재산이나 영토를 늘리기 위하여 함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을 막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전쟁은 영토 확장과 부를 늘릴 수 있는 주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전쟁을 금하셨고, 오직 거룩한 목적을 위한 전쟁만 허락하신 것입니다. 헤렘법은 이기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법입니다. 아칸의 예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헤렘법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과연 백성이 하느님께 충실한지를 알아보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여호수아기 8장에 따르면 아이 성의 전 주민의 수는 만 이천 명입니다. 여호수아는 이번에는 힘센 용사 삼만 명을 동원합니다. 그는 이들의 일부를 아이 성 주변에 야간 매복을 하게 하고, 자신은 군대를 이끌고 직접 아이 성을 선제공격한 후 후퇴하는 척합니다. 아이 성의 전군이 그들을 추격하기 위해 성을 떠나 있는 동안 미리 매복해 있던 이스라엘의 군사들은 아이 성을 공격하여 불을 지릅니다. 결국 양쪽의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포위된 아이 성의 백성들은 전멸합니다. 아이 임금의 시신은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가 저녁에 성문 어귀에 매장하였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작전의 수행으로 아이 성을 공략하였지만, 성경의 저자는 이 일을 이스라엘의 공로로 돌리지 않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께서 하신 일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성경의 저자는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여호수아가 창을 든 손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광야에서 아말렉족이 쳐들어왔을 때 모세가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아론과 후르의 도움으로 양팔을 쳐들고 있었던 때를 연상시킵니다. 이 작은 성읍의 공략도 오직 야훼의 도움으로 가능하였음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아이 성을 점령한 후 이스라엘 백성은 스켐으로 가서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새롭게 합니다. 스켐은 그리짐 산과 에발 산 사이에 있는 골짜기로 아이에서는 상당히 먼 곳(약 48km)입니다. 걸어서 간다면 적어도 3일은 소요될 것입니다. 우리도 짐을 꾸려서 이들을 따라나섭시다. 이스라엘의 역사 깊은 성소가 있는 곳이니 힘들어도 꼭 가볼 만한 곳입니다. 여호수아는 에발 산에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제사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율법 사본을 돌에 새긴 후 일찍이 모세가 명한 대로 이스라엘 백성의 절반은 그리짐 산에, 나머지 절반은 에발 산 앞에 서게 합니다. 그리짐 산에서는 축복문(신명 28,1-14 참조)을 읽고, 에발 산에서는 저주문(신명 27,14-26; 28,15-68)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짐 산은 축복의 산으로, 에발 산은 저주의 산으로 불립니다. 계약식에서 축복과 저주문을 읽은 이유는 이스라엘의 성공 여부가 하느님께 대한 충실성에 달려 있고, 하느님이 주신 성공에 대한 백성의 올바른 응답은 하느님의 법을 알고, 그 법에 따라오는 축복과 저주를 명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호수아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곳 스켐에서 다시 한 번 장엄한 집회를 열고 계약을 새롭게 맺을 것입니다(여호 24장 참조). 우리도 이곳에서 세례 때 하느님과 우리가 맺은 계약을 새롭게 합시다.

 

[2022년 9월 25일(다해)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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