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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5: 이야기의 배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2 조회수2,773 추천수0

복음서 읽기의 새로운 방법 5 - 이야기의 배경

 

 

이야기의 상황 묘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으로 복음서를 읽으면, 이야기의 여러 장면들이 각각 여러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단락의 시작 부분들은 해당 장면의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마르 3,1-6은 예수님이 어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신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1-2절) 이 시작 부분은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즉 사건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일어난다. 만일 이 장면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민다면, 무대의 배경은 회당일 것이고 해설자는 그 날이 안식일이었다고 관객에게 알릴 것이다. 회당이라는 구체적인 장소와 안식일이라는 특정 시간에 예수님이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시고, 이 사건은 곧이어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에서 안식일 규정에 대한 논쟁을 벌이게 한다. 그리고 결국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은 예수님을 없앨 모의를 하게 된다.(6절)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요한 5,1-9은 예수님이 어떤 병자를 고치신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그 뒤에 유다인들의 축제 때가 되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의 ‘양 문’곁에는 히브리말로 벳자타라고 불리는 못이 있었다.”(1-2절) 이 시작 부분은 예수님의 치유 행동이 유다인들의 축제 때 예루살렘의 벳자타 못 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치유 이야기가 끝난 후 10절에서 복음서는 “그날은 안식일이었다.”라고 말한다. 즉 예수님이 그 병자를 고치신 날이 바로 안식일이었음을 복음서가 뒤늦게 밝히고 나서, 반대자들은 안식일 규정을 이유로 예수님의 치유 행동을 비판하게 된다. 한편, 첫 번째 예(마르 3,1-6)와 두 번째 예(요한 5,1-9 이하)에서 우리는 예수님 시대 유다인 사회에서 병자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당시 유다인들이 지켰던 안식일 규정은 어떠하였는지, 예수님의 반대자들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알게 되면 복음서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복음서 안에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한 상황 묘사와 당시 사회적 환경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소개되기도 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에 소개되기도 한다.

 

 

배경의 의미

 

복음서의 이야기는 다양한 등장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건들 안에서 등장 인물들은 여러 행동을 통하여 그들의 특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등장 인물들의 행동들과 그것으로 구성된 사건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 안에서 일어난다. 즉 이야기의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들이 행동하는 무대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배경(setting)이다.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배경을 여러 문법적인 품사들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등장 인물들은 명사로 표현된다. 그 등장 인물의 특징은 형용사로 표현된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사건은 동사로 표현되며, 이야기의 배경은 부사에 해당한다. 즉 이야기 안에서 등장 인물들 사이의 사건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배경이다.

 

 

배경의 종류

 

이야기의 배경에는 시간적 배경, 장소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있다. 시간적 배경은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가를 표현한다. 복음서에는 아침, 낮, 저녁과 같은 일상적인 시간 배경이 소개되기도 하고, 안식일, 축제 등과 같은 종교적인 시간 배경이 언급되기도 한다. 장소적 배경도 매우 다양하다. 산, 호수, 광야 등과 같은 자연적인 장소, 집, 마을 등과 같은 일상적인 장소, 회당, 성전 등과 같은 종교적인 장소가 있다. 그리고 배경에는 사회적 환경도 포함된다. 복음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당시의 정치, 종교, 사회, 문화적 배경, 당시 사람들의 생활 풍습과 사고 방식, 제도와 조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배경은 이야기 안에서 두 가지의 차원을 가진다. 즉 이야기의 배경인 시간, 장소, 사회적 환경은 사실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복음서의 시간적 배경으로 언급되는 새벽, 아침, 저녁, 밤 등은 사실적인 물리적 시각을 가리키기도 하고, 각각의 시간적 언급은 특별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배경의 역할

 

배경은 이야기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들이 활동하는 바탕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배경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은 각자의 특성을 배경과의 상호 작용 안에서 잘 드러낸다. 또한 배경은 등장 인물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복음서 안에서 안식일과 축제와 같은 시간적 배경, 회당과 성전과 같은 장소적 배경, 다양한 종교적 규정과 같은 사회적 배경은 예수님과 반대자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계기를 제공한다.

 

배경은 등장 인물의 심리 상태를 암시하기도 하고, 일어날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배경은 이야기의 중요한 주제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이야기 전체의 틀을 잡아 주기도 한다.

 

 

배경과 독자

 

이상에서 우리는 복음서 이야기의 배경이 가지는 의미와 그 종류 그리고 그것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복음서를 읽는 우리는 이야기의 배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복음서 이야기의 한 장면을 읽을 때, 우리는 먼저 그 장면의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사건의 배경은 일반적으로 각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소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 과정 중에 배경이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복음서 이야기의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적, 장소적, 사회적 배경이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이야기 안에서 그것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소개된 시간과 장소가 사실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도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복음서 이야기가 어떤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이 독자인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상황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월간 빛, 2009년 5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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