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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어떻게 공부했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392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 어린이들은 어떻게 공부했나?

 

 

- 기도서를 읽고 있는 예루사렘 소년.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선생님께 질문 많이 해라."

 

이스라엘에서 학교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한국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부분 "그래, 학교에서 재미있었니? 오늘은 선생님한테 무얼 배웠니?"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어머니는 절대로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어머니는 어린이에게 "그래, 오늘은 선생님한테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스라엘 학교에서는 말만 잘 듣는 아이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선생님 말씀을 잘 듣거라"하고 가르치는 법이 없다.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나중에 커서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이가 말수가 적다는 것은 사회성이 약하거나 바보스럽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성서시대에도 이스라엘에서는 어린이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어린이 교육에 자신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세우는 규정도 아주 철저하고 세밀했다. 우선 어린이 학교는 위생상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곳에 세워야 했다. 또 마을 중간에 강이 있는 경우 학교를 하나 더 세워야 했다. 어린이들이 다리를 건너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학급당 인원수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대략 한 교사가 25명 정도 학생을 돌보게 했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몇 살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문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남자 어린이들은 보통 다섯 살부터 일곱 살 사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

 

성서시대 이스라엘 교사들은 어린이에게 어떤 교육 방법을 사용했을까? 이스라엘의 교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교수 방법은 암송과 반복이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암송은 학문의 어머니이자 지식의 어머니였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토라를 암송하지 않고 배우는 사람은 누구든지 씨앗은 뿌리되 거두지 않는 사람과 같다"며 암송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성서를 따로 해석한 교과서가 없었기에 교사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히브리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예로니모 성인은 이스라엘 어린이들의 암송 실력을 전해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어린이는 학교에서 알파벳을 완벽하게 암송하게 되면 이어서 그와 관련된 낱말들을 완벽하게 암송했고, 계속해서 자기 이름을 부르기나 하는 것처럼 성서에 나오는 모든 이름을 유창하게 암송했다고 한다. 이처럼 암송을 강조하는 교육 덕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암기력이 대단했다.

 

암송은 주어진 학습자료를 암기하고 그것을 입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서당에서는 어린이들이 뜻을 잘 알지 못한 채 스승이 한자를 읽는 대로 따라 읽었으며, 그것을 반복해서 암송했다. 유럽에서도 19세기 중엽까지 수업형태는 오로지 암송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 암송은 이해나 사고, 학습자의 주체성,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 창조성과 개성 등을 무시한다고 하여 강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의미에서 암송법이 재평가되고 있다. 암송은 기억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해서 교육에서 중시하고 있다.

 

반복 교육 역시 암송만큼이나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인들은 성서를 교육할 때 반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탈무드는 "말씀을 백번 읽는 것과 백한번 읽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만일 성경을 공부하면서 반복해서 읽지 않는다고 한다면 파종은 하고 거두지 않는 농부와 같다"고 가르친다.

 

이스라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성서를 반복해서 읽을 때 반드시 큰 소리로 읽도록 지도했다. 크게 소리내어 읽는 것은 집중력도 높이고 졸음도 쫓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우리도 성서 암송을 열심히 하면 성서 말씀을 몸과 마음에 온전하게 지닐 수 있지 않을까.

 

[평화신문, 2004년 10월 3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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