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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유다인의 머리 모양과 수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5,055 추천수1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머리 모양과 수염

 

 

동서양을 막론하고 머리카락에 관한 전통적 사고는, 어떤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 사람들은 다양한 머리 모양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서 머리카락은 길어지면 잘라버리는 그러한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특히 머리카락은 민간신앙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옛날 우리나라 여인들은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빗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아 기름종이에 싸서 일년 동안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설날 황혼을 기다려 문 밖에서 태우면 무병 장수한다고 믿는 풍속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특히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이것은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으로, 마음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유교 가르침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1895년(고종 32년)에 단발령이 반포되었을 때 많은 선비들이 ’손발은 잘라도 두발(頭髮)을 자를 수는 없다’고 완강하게 반대했던 것이다.

 

지금도 이스라엘 거리에는 전통적 복장과 꽁지머리를 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유다인 남성들은 예로부터 개인 치장에 있어서 머리 모양을 중요하게 생각해 머리카락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독실한 유다인들이 머리에 동그란 빵모자 같은 것을 쓰고 귀밑 꽁지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르는 것은 유행과는 전혀 무관하다. 유다인들이 귀밑 꽁지머리를 기르는 것은 머리카락을 통해 하느님의 권위를 나타내려 하는 전통인 것이다.

 

유다인 남자들은 머리를 빡빡 깎지 않았다. 그 이유는 머리를 깎은 이방인들과 같게 보이는 것을 금지했던 것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나지르인 서약이 있었다(민수기 6장 참조).

 

나지르인 서약을 하면 약속 기간 중에는 하느님께 헌신을 서약하고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못하고 시체나 부정한 것을 접촉하지 못하고 머리나 수염을 깎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자들은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지 않음으로써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나지르인이 머리카락에 칼을 대지 않은 것은 ’머리카락을 하느님께 바친 표’(민수 6, 9 참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예언자 사무엘이 머리카락에 칼을 대지 않은 것(사무엘 상 1, 11 참조)도 하느님께 특별히 봉헌된 사람이라는 표시였던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 중 남자가 전쟁에서 포로로 잡아온 이방인 여인 가운데 아내로 삼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그 여성의 머리카락을 밀고 손톱을 깎고 잡혀올 때 입은 옷을 벗겨야 했다. 이것은 이방 세계와 관련된 과거와 단절을 의미했다.

 

또한 유다인 남자들은 자기 수염 관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존경과 사랑으로 우의를 다지면서 입맞추는 때를 제외하면, 남자들의 수염을 만지는 행위는 모욕으로 여겼다. 수염을 뜯는 일이나 완전히 깎아내는 것은 깊은 애통의 표현이었다. 유다인과 이집트인들은 수염을 손질하는 모양과 방법이 크게 달랐다(창세기 41, 14 참조).

 

이집트인은 일반적으로 수염을 기르지 않았고 상류층 남자들만이 지위의 상징으로 수염을 길렀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도 일반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 로마 남자들은 머리를 빗질하고 깨끗이 수염을 깎은 깨끗한 얼굴을 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이 관습은 그 후 서구사회에 기본적으로 답습되었다.

 

이처럼 머리카락, 수염 하나에도 신앙적 의미를 담아냈던 유다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삶 전체가 그들의 신앙과 연결되어있는 한가지 예라고 볼 수 있다.

 

[평화신문, 2003년 10월 1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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