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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이스라엘에게 길을 내주지 않은 에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4,533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이스라엘에게 길을 내주지 않은 에돔

 

 

- 거대하고 비탈진 산지로 이루어진 에돔 전경. 자료제공=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에돔 땅을 지나가야 했다. 이스라엘과 에돔의 공식적 첫번째 접촉이었던 셈이다. 당시 에돔은 견고한 성읍들로 요새화돼 있었다.

 

모세는 에돔 왕에게 전갈을 보냈다. "우리는 당신의 국토를 지나갈 때에 밭이나 포도원에도 안 들어가고 물도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저 왕의 큰길로만 지나가겠습니다. 만약 사람이나 가축이 물을 마시면 보상해 드리겠소. 그냥 걸어서 고이 지나만 가리다."

 

그러나 에돔 왕은 "너희가 우리 영토를 지나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 만약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리 땅에 한 발자국이라도 들어오면 군대를 풀어 치겠다"며 거절했다. 에돔 왕의 위협에 결국 이스라엘 백성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민수 20,14-21 참조). 이러한 사건은 이스라엘과 에돔의 역사적 갈등을 깊게 했다.

 

이스라엘의 인접 국가는 한결같이 작은 나라들이다. 모두 기원과 혈통에서 이스라엘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와 성서를 이해할 때 인접국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창세 16,19-21 참조). 에돔은 이스라엘 동남쪽 세일 산악 지방과 아라바 계곡, 지금은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된 페트라 지방도 속해 있었던 작은 왕국이었다.

 

"에사오는 아내와 아들딸과 자기 집에 딸린 모든 식구들을 거느리고, 가나안 땅에서 얻은 가축과 재물을 포함한 그의 재산을 싣고 아우 야곱을 떠나 세일 땅으로 갔다… 이렇게 해서 에사오는 세일 산악지대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에사오를 에돔이라고도 했다"(창세기 36,6-8 참조).

 

창세기는 에돔의 기원을 에사오라고 기록하고 있다. 창세기에 보면 야곱의 형 에사오가 사냥에서 돌아온 후 배가 고파 야곱이 끓이고 있는 붉은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에돔이라고 부르게 됐다(창세 25, 29-34).

 

’에돔’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붉다’는 뜻의 ’아돔’과 비슷하다(창세 25,31 참조). 재미있는 것은 에돔인들이 살던 세일산도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돔족에 관해서는 그들이 기원전 13세기 사해 남단에 모여 살았다는 사실이 고고학적 발견으로 밝혀졌다. 에돔인들이 살던 집단 주거지로 들어가는 입구와 안쪽의 굉장히 넓은 지역이 발굴됐다.

 

이 집단 거주지는 전반적으로 붉은 바위로 된 협곡에 위치하고 있는데 바위를 뚫어 집도 짓고, 신전과 무덤도 만들어 오랜 세월 동안 살았다. 에돔은 이스라엘과는 혈통 관계가 있었으나 역사적으로 에돔과 이스라엘은 숙명적으로 적대적이고 갈등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에 에돔은 국력이 강해진 이스라엘에 계속 눌려지내야만 했다.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왕정을 도입한 사울 왕은 에돔과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다윗은 불레셋, 모압, 암몬, 아람, 아말렉과 전쟁을 치른 여세를 몰아 에돔도 이스라엘의 속국으로 만들었다(2사무 8,13-14 참조).

 

실제로 에돔은 이스라엘이 남북 왕국으로 분열된 후에도 유다 왕국에 대항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후에 여호람(기원전 847∼845년)이 왕위에 오르자 에돔은 다시 자신들의 왕을 세워 독립국이 되었다.

 

그러다 아시리아의 침략을 받은 뒤로는 아시리아에 정기적으로 조공을 바쳤고 요청이 있을 때에는 군대도 빌려주었다. 기원전 587년에 유다 왕국이 바빌로니아의 침략을 받아 멸망할 때에도 에돔 왕국은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바빌론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예루살렘을 파괴했을 때 에돔은 크게 기뻐했다. 이후 에돔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대감은 더욱 깊어졌다. 이러한 사건들과 관련해 구약의 오바디야서 전체는 에돔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바빌론이 강성하던 시기에 에돔 왕국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페르시아 시대 말기에는 나바테야족에게 밀려나 유다 남쪽 지방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이두메아 사람이라 불리게 되었다.

 

에돔인들은 유다 마카베오로부터 시작된 독립전쟁 때에는 할례를 받고 유다인들과 함께 살게 됐다. 에돔은 비록 성서에서 많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역사 안에 존재했던 백성임은 분명하다.

 

[평화신문, 2003년 8월 3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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