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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를 처음 읽는데요: 우리를 왜 광야로 끌고 왔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301 추천수0

[탈출기를 처음 읽는데요] 우리를 왜 광야로 끌고 왔소?

 

 

요즘 주말마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준비하는 특별한 식사,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는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캠핑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캠핑용품 시장도 점점 커져 3년 전에 비해 그 규모가 네 배나 커졌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삭막한 도시와 메마른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낭만과 여유를 즐깁니다. 짧은 며칠 밤을 밖에서 보내지만 집에 있는 살림살이만큼 좋은 캠핑용품과 먹을거리를 챙겨서 집을 떠납니다. 캠핑이 비박(텐트 없이 밤을 지내는 야영)이나 노숙처럼 불편하다면 이렇게까지 열풍이 불었을까요?

 

 

여행 양식도 장만하지 못한 채 이집트를 떠나다

 

예부터 어른들은 “집 떠나면 고생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집 떠나면 잠자고 먹는 것 하나하나가 자기 집처럼 편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면서 어떤 물건을 챙겼을까요?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가 일러 준 대로, 이집트인들에게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가지를 요구하였다. 주님께서는 … 요구하는 대로 다 내주게 하셨다”(탈출 12,35-36). “그 밖에도 … 양과 소 등 수많은 가축 떼도 올라갔다”(탈출 12,38). “그들은 이집트에서 쫓겨 나오느라 머뭇거릴 수가 없어서, 여행 양식도 장만하지 못하였던 것이다”(탈출 12,39). 이 구절들로 보아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가지, 그리고 가축 떼는 챙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급히 나오느라 정작 중요한 양식은 장만하지 못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 추위와 바람을 막아 줄 천막, 그 외에 간단한 가재도구를 챙겼다는 말도 성경에 없습니다. 결국 이 결핍은 광야에 들어선 이스라엘 백성에게 큰 걸림돌이 됩니다. 물과 먹을거리의 부재, 이민족의 위협, 백성 간의 갈등이 그들에게 닥친 또 다른 이집트이자 파라오, 갈대 바다였습니다.

 

 

마라의 쓴 물을 단 물로

 

이스라엘 백성은 수르 광야를 사흘간 걸었는데도 물을 찾지 못합니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갈대 바다를 건너게 해 주신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잊은 채 불평을 쏟아놓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마셔야 한단 말이오?”(탈출 15,24) 써서 마실 수가 없는 마라의 물을 하느님께서 단 물로 바꾸어 주십니다. 그러면서 “나는 너희를 낫게 하는 주님이다”(탈출 15,26) 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온 만나와 메추라기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가 엘림을 떠나 신 광야에 이릅니다. 그들이 이집트에서 나온 뒤, 둘째 달 보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동안 물로만 연명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 그런데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곤궁함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들이게 하여라”(탈출 16,4). 그런데 조건을 거십니다. 아침저녁으로 배불리 먹을 빵과 고기를 주겠지만, 그날 먹을 만큼만 모아들이라는 것입니다. 백성은 그분의 말씀을 고분고분 잘 듣습니다.

 

 

마싸와 므리바의 물

 

이스라엘 공동체가 주님의 분부대로 신 광야를 떠나 르피딤에 진을 쳤을 때, 다시 그들에게는 마실 물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모세에게 시비를 겁니다. “우리가 마실 물을 내놓으시오”(탈출 17,2). 그들의 태도는 간절한 부탁이나 읍소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소 위협적입니다. 그래도 주님께서는 그들의 가련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네(모세)가 그 바위를 (지팡이로) 치면 그곳에서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그것을 마시게 될 것이다”(탈출 17,6).

 

 

아말렉과의 싸움

 

그때 그곳 르피딤에서 아말렉족이 몰려와 이스라엘과 싸움을 벌입니다. 물도 먹지 못해 기운이 없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민족이 달려든 것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말합니다. “너는 우리를 위하여 장정들을 뽑아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거라. 내일 내가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언덕 꼭대기에 서 있겠다”(탈출 17,9). 싸움은 두 진영의 전투력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향해 모세가 들어 올린 두 손과 그 손을 받쳐 준 아론과 후르의 수고가 아말렉족을 이긴 원동력이었습니다.

 

 

이트로의 충고

 

그토록 힘들게 광야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모세의 장인 이트로가 모세를 찾아옵니다. 이트로는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를 듣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그러고 나서 백성의 재판을 혼자 주관하는 모세에게 조언을 합니다. “자네가 일하는 방식은 좋지 않네.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가 거느린 백성도 아주 지쳐 버리고 말 걸세. 이 일은 자네에게 너무나 힘겨워 자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네”(탈출 18,17ㄴ-18). 모세는 이트로의 말에 따라 어려운 일만 자기에게 가져오게 하고, 작은 일은 모두 천인대장, 백인대장, 오십인대장, 십인대장에게 맡깁니다. 공동체 내부의 안정을 위해 모세가 이방인의 말을 듣고 행한 슬기로운 처사였습니다.

 

 

일상의 광야에서 찾는 ‘하느님의 것’

 

“이스라엘 자손들은 정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었다”(탈출 16,35). 이스라엘 자손들이 사십 년 동안이나 광야를 헤매며 만나를 먹게 되리라 생각했을까요? 금방이라도 고기와 빵을 배불리 먹고, 여유롭게 양을 치며 따뜻한 잠자리에서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리라 상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광야 생활에 대한 준비 없이 광야에 접어들었기에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 되니 하느님께서 왜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세세히 말씀하지 않으셨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집트의 것은 그냥 거기에 두고 나오라는 뜻입니다. 당신께서 현존하시는 광야에서 당신의 것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것’은 마라와 마싸와 므리바의 물, 만나와 메추라기, 모세가 높이 든 두 손, 이트로의 슬기입니다. 요즘 시대의 광야는 삭막한 도시의 메마른 일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의 광야에서 여러분이 찾은 ‘하느님의 것’은 무엇입니까?

 

[성서와 함께, 2013년 7월호(통권 448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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