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쓰기 느낌 나누기

제목 믿음이 너를 살렸다.
작성자심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6-05 조회수1,409 추천수6 반대(0)

찬미 예수님.

 

어제 밤 아이들을 다 재워놓고도 왠지 다시 둘 중 누군가 하나 깰것같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이 쉽게 들지 않아, 컴퓨터를 켜고 여기 저기 둘러보던 중, 발견했습니다. "성경쓰기"

예전 창세기 성서공부 시절, 창세기 한 번 필사 한 것을 제외하면 이제껏 성경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죄로(여러 번 도전했으나 항상 실패...--;;) 언제가 반드시 성서필사를 완성하겠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이 기회에 정말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쓰는것보다 타자가 정말 익숙합니다..이런 공간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주전 6개월 된 둘째가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갑자기 토하면서 시작한 경기가 4일동안 무려 28번...정말...무슨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면서,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올라가서, 2~3시간 간격으로 눈이 돌아가고 숨이 넘어가고 경기를 하는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병명도 확실히 몰라 넘어가는 애를 붙잡고 피검사, 소변검사, X-ray, MRI, 뇌파검사, 심장초음파, 위역류검사...정말 괴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경기 횟수에 집에 있는 큰딸이 보고싶고, 다 두고 집에 가고만 싶고, 내가 이러다 집에는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차마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기가 무서워 기도도 못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째 되던 날했던 검사들이 모여 병명이 나왔습니다. 경기를 동반한 위식도역류 증후군. 신랑이 인터넷을 뒤져보더니 경기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 많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6개월밖에 안된 어린게 그동안 뭐가 그렇게 힘들어 저렇게 넘어가나..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다 사흘째 되던 날, 처음으로 또 경기로 넘어가는 우리 아들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주었습니다. 괜찮아.. 주완아,, 엄마 여기 있어. 할수있어. 숨쉬면 되. 숨쉬어봐..

 

그날 저녁, 어른들의 권유로 병원에서였지만, 손을 따주었습니다. 경기로 또 넘어가서 잠들어있는 작은 손에 피를 내보니, 거의 어혈 수준의 까만 피가 흘렀습니다. 그리고선...우리 아들의 얼굴이 정말 천사처럼 편안해보였습니다...엄청나게 체한것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들었지만...그게 먹힐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시간을 더 자더니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히 깨서 놀고 먹고 5일만에 끙아까지 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트림을 하고 똥을 누고 입부터 항문까지의 길이 드디어 다시 뚫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정말 다시 거짓말처럼 심하게 경기를 했습니다. 아이를 끌어안고 이제 그만 하라고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드냐고...많이 울었습니다. 더이상 가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역류만 고치면 경기는 안한다고 의사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데 과연 그럴까하는 의심만 들었습니다. 역류는 요맘때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인데 우리 아들은 경기를 동반한다니...그날 오후에 어머니랑 성당 모임에서 만나신 분이 기도를 해주신다고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기도를 해주시는데 아이가 또 넘어가서 다 못해주시고 가셨습니다. 또 끌어안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되던 기도가, 마음이, 갑자기 열렸습니다. 우리 아들이 지금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누나한테 쏟는 그 무한한 사랑. 그 사랑을 우리 아들은 그제까지 한번도 진심으로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바라는 주변의 기대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 무언의 그 무엇이... 우리 아들을 그토록 사지로 내몰았던 것이었습니다. 위로 딸이 있고 둘만 낳고 끝내고 싶은데, 아들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둘째를 아들로 낳고 나니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아무 죄없는 우리 아들에게 풀고 있었나봅니다. 사랑으로 낳은 아이가 아닌, 의무로 낳은 아이였습니다. 태어난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사랑을 그제까지 큰애한테만 쏟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큰애를 잡고 있던 두 손 중 한 손은 작은 애에게 내밀었어야 하는데 그제까지 그걸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아파 넘어가는 작은애를 병원에 데리고 있으면서까지 큰애 손만 잡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나흘 째 되는날 오후에 깨달았습니다. 뱃속에서 열달, 태어나서 여섯달 동안 단 한시도 큰애에게 쏟은 만큼의 정성과 사랑으로 둘째아이를 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너무도 기가 막히고 미안하고, 그동안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외로움과 그 마음 고생을 생각하니 정말...기가 막히더군요. 그토록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살아온 제가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자식에게 그렇게 냉정하고 모질었다니...너무 미안해서 아이를 안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울부짖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너무 미안해서...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 더 이상의 경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먹으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고, 많이 자려고 하더군요. 4인실 방이 그 후로 3일간 비었습니다. 독방을 쓰는 것이나 다름 없어 3일 동안 조용히 잘 쉬었습니다.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5일째 되는 날 오후 회진시간에 교수님께서 주말 잘 지내면 월요일 날 퇴원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에 갈 생각에 겁이 많이 났습니다. 병원에 들어온 순간부터 산소포화도를 보여주는 모니터를 손에 달고 그 수치로 아이 상태를 판단하고 산소호흡기에 매달려 있었기에 그 숫자들 없이 아이를 집에 데려가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일주일이나 속이 타들어가 젖이 거의 말라 젖이 없는데 아이가 먹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모니터고 숫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만 보이더군요. 짜서 얼려놓은 모유가 있었는데 우유병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우유병도 잘 빨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유병에라도 넣어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간호사실로 갔는데 우유병이 없다고 했습니다. 생각 생각 하다가 신생아실로 갔습니다. 정말 무릎이라도 꿇을 심정으로 아기 우유병 하나만 빌려주싶사 간청했더니 다행히 빌려주시더군요. 신랑에게 우유병을 건내고 의자에 주저앉아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차지도 넘치지도 않게 그냥 주완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만 그만큼만 젖이 다시 나오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우유병에 넣은 젖을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먹은 아이가 제 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끙아를 하더군요. 이제 진정으로 정말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정말 신기하게도 젖이 차있었습니다. 전날 밤까지도 비어있던 젖이.. 배불리 먹을 만큼 차 있었습니다. 더이상 경기도하지 않고 컨디션을 점점 회복해갔습니다. 6일째 되는 날, 전에 오셨던 그 분이 다시 기도해 주시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아들 대부님 해주시겠다는 분도 오셨습니다.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제 깨달음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칠일째 되는 날까지도 더이상 경기 없이 아주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생각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병실이 금새 다 찼습니다.4인실이 순식간에 다시 다 찼습니다. 더이상 모니터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그제서야 사랑하는 내 아들. 아들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힘들었을까. 온 몸으로 그렇게 표현해야 겨우 엄마가 눈을 떴으니 그동안 그 많은 사인을 보내고도 답이 없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싶으니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딸이랑 통하는 그 텔레파시가 아들하고는 안되서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마음을 닫고 있어 느낄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8일째 되는 날, 퇴원수속을 하면서 또한번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일인지 MRI와 심장초음파는 비보험으로 중간정산때 거의 160만원 가까이 나왔던 병원비가 90만원도 안되게 줄어있었습니다. MRI가 보험 처리되 무상으로 60만원 정도가 빠져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신기한 건 그렇게 고생을 한 우리 아들. 몸이 하나도 상하지 않고 몸무게며 혈색이며 거의 정상 수준이었습니다.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5일째 밤에 우유병 구하러 뛰어다니면서 간절한 그 마음이, 내 눈을 띄어 주시려고 아이를 사지로 몰아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절대 다시 경기는 하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과 우리 주완이를 절대 해하지 않으시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신앙체험이랄까? 사랑이 충만했다면 없어도 될일이 부족한 사랑때문에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원하면서 집에 오던 날, 차에서의 느낌은...소아과병동이 아닌 산부인과 병동에서 퇴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아들을 낳아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배아파 낳은 것이 아닌  가슴으로 고통을 느끼며 낳은 듯. 아이 낳는 순간에도 큰애때는 느껴지던 아이의 고통이(아이가 태어날 때 아이가 받는 고통은 엄마의 산통의 1000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아이때는 별로 느껴지지 않고 내 고통만을 느꼈었습니다. 그때 못느꼈던 그 고통. 아이의 고통을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느꼈나봅니다.

 

퇴원하고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이제까지 아이의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아직도 무겁습니다. 이미 6개월이나 커버린 아이에게 지나간 6개월을 보상해 줄 방법을 아직도 못찾아 방황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정성을 다해 잘 해주면 된다고들 쉽게 말하겠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그게 생각보다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습니다. 또 전공이 전공인지라 유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는 저로서는 큰애한테 쏟았던 그 올인이, 뚝 잘라 가장 중요한 시기인 태어나서부터 6개월을 놓치고 나니, 그 올인이 쉽게 되지를 않습니다. 또 일주일 동안 병원에서 제가 받은 스트레스도 다 풀지 못한 상태라 아직도 눈을 감으면 아이가 경기해서 넘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해 자꾸 잠을 설치게됩니다. 잠들어있으면 20분에 한번씩 들여다 봐야 안심이되고...외출은 꿈도 못꾸겠습니다. 이러다 제가 우울증이라도 올까 겁이 납니다. 하루하루 두 아이와 씨름을 하다보니 기도할 여유도 점점 사라집니다. 시간적 여유도 그렇지만 정신적 여유가 점점 사라집니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항상 잊지 않고 이 무거운 마음을 이겨내야 하는데 자꾸만 뒷걸음질 치게 됩니다.

 

마르코복음을 먼저 선택하였습니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가장 많이 나오는 마르코 복음을 먼저 쓰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는 밤시간에라도 잠깐씩 틈내어 하루 1장씩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하루하루 그렇게 기도하는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을 뜨게 하시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소중한 아들을 찾아주신 주님, 성모님. 제 이 마음을 하루하루 잊지 않게 하시어 평생 아들과 사랑으로 소통할 힘을 주소서. 사랑합니다. 아멘.

 

 

 

p.s 마음 못잡는 이 답답한 마음을 툭 터놓고 하소연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시기적절하게 제 앞에 보여주신 이 공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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