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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서간◆ 인쇄

한자 司牧書簡
라틴어 Epistolae pastorales
영어 pastoral Epistles

   1. 개관 : 디모테오에게 보낸 첫째, 둘째 편지와 디도에게 보낸 편지 등 세 서간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그 직분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시를 하면서 교회의 제도와 조직 그리고 이단 단죄 등 사목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각 서간의 문체, 어법, 내용, 신학사상도 서로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다. 이렇게 세 서간은 두드러지게 단일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18세기부터 '사목서간'이라 불려왔다. 이들 사목서간에는 초대 교회의 제도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와 함께, 초창기의 교회론적 가르침과 그리스도론적 가르침에 관한 전승도 수록되어 있다(1디모 3:16, 6:15-16, 2디모 1:8-10, 2:8-13, 디도 3:4-7).

   2. 필자 문제와 집필 연대 : 사목서간은 서기 180년경 작성된 무라토리 경전목록에 바울로서간으로 배열된 이래 바울로의 친서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19세기 중엽부터 사목서간의 문체, 내용, 신학적 용어 등이 바울로의 친서들과 다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바울로 친저설을 부정하는 가명작품설이 제기되었다.

   ① 사목서간에 전제되어 있는 역사적 상황이 바울로의 친서들과 사도행전에 묘사된 그의 생애 및 전도활동과 부합하지 않는다.

   ② 용어와 문체도 바울로의 친서와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특히 바울로 특유의 개념들이 사목서간에서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의화'라는 개념이 바울로의 친서에서는 하느님이 베풀어주시는 은총의 상태를 뜻하는데, 사목서간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닦아야 할 덕을 의미한다(1디모 6:11, 2디모 2:22, 3:16). 그런가 하면 바울로의 친서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은 '경건함' 또는 '건전한 가르침'이란 말이 사목서간에서는 중요한 용어로서 자주 쓰이고 있다. 사목서간의 문체도 바울로의 친서 같은 박력이나 다양성이 없고, 대체로 평면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③ 사목서간의 신학사상은 바울로의 사상과 일치하는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사목서간의 필자는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목자로서 전통을 중시한다. 그 전통의 내용은 사도 바울로의 가르침으로써, 필자는 이를 '건전한 가르침'(1디모 1:10)이라 하며 충실히 지키려 하였다(1디모 6:20, 2디모 1:12-14). 한편 바울로와의 뚜렷한 차이점들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바울로예수재림을 뜻하는 낱말로 '파루시아'(내림)란 말을 썼지만, 사목서간의 필자는 '에피파니아'(현현, 현시)란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은 예수재림뿐 아니라 예수의 육화(강생)도 가리킨다(2디모 1:10, 참조 디도 2:11, 3:4). 둘째로, 바울로예수십자가 수난부활구원사건으로 보았는데, 사목서간의 필자는 예수의 지상생활 전체를 구원사건으로 보고 있다. 셋째로, 바울로의 '의'란 믿는 사람이 하느님은총으로 구원을 받는 상태로 보았으나, 사목서간의 필자는 '경건성'과 비슷하게 도덕적 성실성으로 보고 인간이 스스로 노력하여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넷째로, 바울로는 결단이 요구되는 신앙행위를 강조했으나, 사목서간의 필자는 신앙의 내용, 곧 전해 받은 가르침(말씀)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섯째로 바울로세말이 곧 다가올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목서간의 필자는 세말을 먼 미래의 일로 보고 교회 공동체와 현세의 질서를 중시하였다.

   ④ 사목서간이 쓰여진 무렵에는 확실히 이단자들이 공공연하게 준동하며 일반 신도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이 이단자들은 유태교그노시스(영지)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단유태교적 요소는 족보 시비, 또는 ‘꾸민 이야기’와 율법에 관한 토론 등에서 엿볼 수 있고 (1디모 1:3-4, 디도1:10-14, 3:9), 그노시스주의적 요소는 그릇된 금욕주의, 예컨대 결혼을 금하고(1디모 4:3) 자기들은 이미 영적으로 부활하였다고 믿은 데서 엿볼 수 있다(2디모 2:18). 사목서간의 필자는 이단의 오류를 바울로처럼 일일이 논박하지 않고, 오직 그것이 건전한 가르침과 어긋나니 철저히 배격할 것을 역설한다(1디모 6:3, 2디모 2:14).

   ⑤ 사목서간에서 살필 수 있는 교회상은 바울로의 친서들이 보여주는 교회상과 많은 차이가 있다. 사목서간에는 이미 교계제도가 상당히 기틀이 잡혔고, 감독장로봉사자 등 성직자들은 특별한 자격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바울로시대에는 성령의 작용인 은사가 다양했지만, 사목서간이 씌어진 시대에는 예언의 은사만 남고(1디모 1:18, 4:14), 그 밖의 은사들은 교계제도에 흡수되고 말았다.

   이상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사목서간은 바울로의 친서가 아니라, 후대에 바울로를 존경하며 그의 사상에 심취한 성명미상의 어떤 사람이 집필한 가명작품으로 추론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집필연대는 대체로 서기 100년경으로 추정하면 무난할 듯하다. 왜냐하면, 사목서간에서는 감독자와 장로가 구별되지 않고 있지만, 서기 117년경 안티오키아 주교 이냐시오가 막네시아 신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3:2, 6:1) 감독자를 교회 최고 지도자로 지칭하고 장로들이나 봉사자들과는 명확히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내용 : ① 디모테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는 이단의 사설을 배격하고, 전해 받은 ‘건전한 가르침’에 따라 정통신앙을 지킬 것을 권고하고(1:3-10·18-20, 4:1-11) 참된 예배를 강조한다(2장). 또한 성직자의 자격을 자세히 설명하고 그 임명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3:1-13, 5:17-25). 그리고 교직자 자신이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며(4:12-16) 신도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어느 계층이건 두루 보살피는 한편 교회의 규율 확립에 진력할 것을 촉구한다(5-6장).

   ② 디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편지는 전서에 비해, 형식상의 수신인인 디모테오에 관한 개인적 이야기가 많지만, 그 목적은 전서와 같다.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떳떳이 신앙고백하고(1:6-14), 이단자들에 맞서 건전한 가르침을 지킬 것을 권고한 다음(2-3장), 바울로의‘유언’형식으로 교직자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명령한다(4장).

   ③ 디도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디모테오에게 보낸 첫째 · 둘째 편지와 마찬가지로, 성직자의 자격과 자질을 강조하고(1:5-9), 이단자들의 그릇된 가르침을 물리칠 것을 촉구한다(1:10-16, 3:9-11). 그리고 각 신분에 따르는 처신의 규범을 밝히고(2장), 성직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며, 특히 신도들을 올바르게 가르쳐 선행을 하게 하라고 당부한다(3장).

   4. 가명작품에 대하여 : 가명작품(위서)은 구약 말기부터 서기 1-2세기에 걸쳐 널리 이용되던 문학유형의 하나였으며, 그것을 현대의 관점에서 한갓 거짓말이나 위조작품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명작품의 저자들은 대개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빌어 자기작품을 썼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의 권위를 높일 뿐 아니라, 그 위인의 사람됨과 사상을 되새겨 그가 만약 자기 시대에 살고 있다면 이러저러한 말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그것을 작품화했던 것이다. 사목서간의 필자도 같은 생각에서, 지난날 사도로서 명성을 떨친 바울로가 그의 제자이며 협조자였던 디모테오(사도 16:1-3, 필립 2:19-22)와 디도(갈라 2:3, 2고린 2:13, 7:6·13, 8:6·16·23, 12:18)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서간을 썼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문학유형을 택함으로써, 사람들을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바울로 사도의 신학사상을 자기시대, 자기 환경에 적용하여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가명작품이라고 해서 성서무류성을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계시헌장도 "성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바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그 저자의 시대에 널리 통용되고 당시 사람들의 공동생활에서 관습화되었던, 감정과 말과 이야기의 표현양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하였다. (金允桂)

   [참고문헌] 200주년 신약성서 제10권 / 장 마노엘 역주, 사목서간, 분도출판사, 1981.
출처 : [가톨릭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