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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첫 고백성사를 앞둔 대자 이형에게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23 조회수1,163 추천수8 반대(0) 신고
 
 

첫 고백성사를 앞둔 대자 이형에게 - 윤경재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마르 3,13-15)

 

 지난 성탄절에 세례받고 한 형제가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오늘 본당에서 그때 영세한 교우들에게 첫 고백성사를 개최한다는 연락을 받으셨죠. 제게도 연락이 왔습니다. 함께 참석하라고요. 저녁 8시에 뵙죠.

 고백성사는 가톨릭교회가 지닌 특징 중에 하나입니다. 성사는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게 감각적 상징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성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직접 제정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성사에 일곱 가지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어찌 보면 사람의 일생과 비슷합니다. 세례, 견진, 혼인, 성체, 신품, 고백, 병자 성사 일곱 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사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며 하느님과 상통하는 것입니다.  

  성사는 단순히 상징차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성체성사를 예로 들면 밀떡이 거룩한 미사전례 때 사제의 성령기원과 축성을 통해 실제적으로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 근거는 요한복음서 6장 51절 이하 말씀에서 나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또 공관복음서와 코린토 1서에서 나오듯이 주님께서 직접 성찬의 전례를 제정하시며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고백성사도 직접 예수님께 자신의 죄를 밝히고 용서받아 화해하는 성사입니다. 마태오 복음서 16,19절에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사죄권을 주셨습니다. 그 사죄권을 지닌 사제에게 나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세례받고 나서 지은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세례 전에 지은 죄는 세례를 통해 다 씻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첫 고백성사 전례를 한 달 정도 뒤에 개최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례 전에 지은 죄 탓에 마음이 무겁다면 이때 함께 고백하여도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죠.

  50여 년을 살아오면서 어찌 마음에 거림직하고 죄를 지은 적이 없겠습니까? 세례받고 용서받았지만, 습관이 되거나 명확히 인식 못해서 짓는 죄가 있답니다. 또 막상 그것을 누군가 타인 앞에서 말로 고백하자니 어색하죠. 가끔은 고백성사를 부담으로 느껴 이래저래 냉담에 빠지는 교우도 나옵니다. 안타깝습니다. 이형은 고백성사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논어에 증자는 일일삼성(一日三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반성한다는 것이죠. 이슬람 교인들은 하루에 다섯 차례 메카를 향해 절하고 기도드리는데 이때 하느님께 지은 죄가 없는지 살피고 반성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어찌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살면서 반성할 일이 없겠습니까? 고백성사는 바로 이런 죄의식을 용서해주는 것이 목표이지 벌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음속으로만 반성하면 습관이 되어 계속 죄를 짓게 되거나 무엇이든지 죄로 여기고 사는 세심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구체적 행동으로 회개하는 모습을 드러내야만 책임 있고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를 갖게 됩니다. 

  고백성사는 크게 세 가지 행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회와 고백과 보속입니다. 통회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다시는 범죄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지은 죄를 아파하고 저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제 앞에 나아가 진실하게 고백합니다. 이때 완전성이 중요합니다. 죄의 사실을 고의로 빠뜨리지 말아야합니다. ~한 것 같다는 애매한 고백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보속은 하느님께 빚을 갚는 일입니다. 보속은 반드시 실천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는 사죄경을 염해 주십니다. 

  성당에 가면 자신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안내책자가 있을 것입니다. 미리 그 내용을 읽고 자신의 죄를 성찰하면 도움이 되겠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뽑으십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가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둘째는 ‘파견하여 복음을 선포하는 것’ 셋째는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세례받아 주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세 가지 책무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고백성사를 보기 전에 이 세 가지 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성찰하고 부족했다면 잘못한 점을 고백하여야 하겠습니다. 

  이형, 그런데 제가 경험해보니 우리가 자주 짓는 죄 중에서 가장 큰 대죄가 하느님께 뜻을 여쭈어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는 자세입디다. 무슨 일에서든지 먼저 하느님께 해결 방법을 물어야 했는데 무작정 인간적 판단으로 스스로 해결하려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서는 곧 후회합니다. 이것이 대죄가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도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저 미사 몇 번 빠지고, 성 내고, 미워하고 등등을 고백하는 것보다 주님께 여쭙지 않고 내 스스로 판단하여 주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고백하여야 함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답니다. 

  이형, 고백성사를 두렵게 여기지 마시고 주님과 화해하는 귀중한 은총의 전례로 받아들이십시오. 그러면 오히려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의무적으로 바쳐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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