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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상기님의 둥둥 북소리 127
작성자김명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2 조회수506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의 묵상입니다.[예수 부활 대축일]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9

1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2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4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5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6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7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9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부활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오늘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지 않으셨다면 오늘 부활도 없으므로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을 제 십자가에서 죽여야만 합니다. 우리 자신을 제 십자가에서 죽이는 것은 그릇된 내 자신의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예수님처럼 오직 하느님의  말씀으로만 살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부활에 대하여 저는 불교에서 말하는 成佛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불자들은 ‘성불하십시오.’ 하며 인사를 합니다. 아마 우리 교우들에게 ‘부활을 축하합니다.’ 대신에 ‘부활하십시오.’하고 인사하면 나보고 죽으라는 말이냐? 또는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새롭게 태어나란 말이냐? 하며 기분 나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방지다고 욕이나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예수님의 육신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진리 그 자체이므로 결코 죽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주질서인 진리가 사라진다면 그 속의 생명체도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이 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리인 예수님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십자가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예수님은, 진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이 빈 무덤의 사건입니다.

 진리는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진리의 삶을 통하여 자신의 구원만을 생각하는 것이 소승적 신앙관이며 이를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대승적 신앙관입니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대승적 입장을 가지신 분입니다. 당신 자신보다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피땀을 흘리시고 당신의 뜻을 온 인류가 영원히 기억하여 멸망의 문으로 향하는 저희들을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시려고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습니다. 예수님이 베드로 사도에게 주신 천국의 열쇠는 아마 십자가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희생을 파스카의 제물인 희생양처럼 대속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제는 재고되었으면 합니다. 대속신앙은 유대교의 잔재가 아직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며, 또 예수님을 죽인 로마 당국의 잘못을 합리화시키는 데는 더없이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죽인 그들의 잘못을 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보통명사로 되어버린 희생양은 억울함의 대명사일 뿐이며 타인의 죄를 사하여주는 대속이 결코 아닙니다. 희생양은 잠시 눈속임에 불과한 것처럼 이제는 파스카의 희생양이라는 이러한 생각을 우리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개인 영성만을 추구한다면 무교회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도의 삶을 지향하며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교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대승적인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그런 의사표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복음서 기자는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였습니다. 이는 무심코 지나갈 수 없는 성경 해석의 중요한 가르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비평적 관점에서 보면 요한복음서 기자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신약에서 성경은 당연히 구약을 말하고 있으므로 구약에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는 말씀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말씀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히 없습니다. 비평적 관점은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입니다.

기자의 의도는 하느님의 말씀이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를 강조하기 위하여, 이를 더 확실히 하기위하여 의도적으로 이런 잘못된 기록을 하였을 것으로 묵상하고 있습니다. 다시 살아나야 하는 것은 그들에게 죽임을 당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율법의 틀 속에 가두어버렸기 때문에, 유대교 지도자들의 이익을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깜깜한 돌무덤에 장사지냈기 때문에 말씀인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서의 기자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기록하였으며, 또한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으로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예수님이 뜻하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인 영원한 진리로 묵상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무수히 많은 말씀들이 있지만 모든 말씀들이 영원불변의 하느님의 말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민중들이 알 수 없으므로 하느님의 말씀만을 간추려서 당시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알려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이렇듯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새로운 약속을 이제는 우리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모든 경전은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되지 않으면 경전의 의미가 없는 것처럼 성경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되지 않으면 하느님의 말씀은 또다시 회칠한 깜깜한 무덤에 갇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빈 무덤이 상징하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은 결코 죽일 수 없으므로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들이 죽이고 있다면 우리들 속에서 살려내야 하고, 우리 교회가 죽이고 있다면 우리 교회 속에서 살려내야 하고, 우리 사회가 죽이고 있다면 우리 사회 속에서 살려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장사지낸 예수님의 무덤은 예루살렘의 성묘교회 지하에 있는 무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 속에 있으며, 우리 교회 속에 있으며, 우리 사회 속에 있습니다.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빈 무덤이 상징한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장사 치른 모든 무덤을 빈 무덤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잊지 말고 기억하여 실천하는 것이 오늘 부활 대축일을 기념하는 참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금 송아지를 숭배한 나머지 영세 세입자들을 학살하고 70여일 지났건만 아직도 장례조차 치루지 못한 용사참사 현장에서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웃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또 무덤에서 나온 예수님은 분명 그곳에 계실 것이므로 오늘 용산참사 현장에서 봉헌하는 서울 대교구 빈민사목 사제단이 주례하는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례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접하겠습니다.

 대자대비하신 아빠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을 장사지낸 무덤은 빈무덤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결코 죽일 수 없음에도 이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 교회가 바르게 알려주고
저희도 바른 가르침을 통하여 이를 실천하여
저희와 저희 교회와 우리 사회가 새롭게 부활하도록
성령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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