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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 즉흥적?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5 조회수539 추천수6 반대(0) 신고

 

즉흥적?

   로마서는 사도가 로마에 가기 전에 미리 써 보낸 편지이다. 사도는 이 편지에서 로마는 물론 스페인에까지 가고 싶다고 하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대로 제국의 중심지였던 로마에서부터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도가 유럽 땅에 발을 내딛은 것은, 주도면밀한 자신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성령의 인도에 자신을 맡긴 결과였다.

   사도는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지역을 선정하고 나름대로의 청사진을 구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히 자기 계획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마케도니아 지방에는 갈 의도가 없었지만 기도 중에 마케도니아 사람이 자기들에게 와달라고 청하는 환시를 보고 그곳으로 떠났다(사도 16, 6-10). 말하자면 사도는 언제든지 주님의 지시를 따라 계획을 수정하는 융통성 있는 선교전략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잠시 머물려던 코린토에서는 1년 6개월 동안 있었고(18, 9), 예루살렘을 떠난 것도(22, 18), 로마로 가려던 것도(23, 11) 모두 기도 안에서 주님의 지시를 받고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고 증언한다.

   사실 자신의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즉흥적으로 보이는 사도의 태도는, 그러나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이라는 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사도는 환난도 역경도 박해도 굶주림도 헐벗음도 위험도 아니, 그 무엇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갈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로마 8,35). 그렇다. 사도는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고 어디든지 두려움 없이 따랐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바오로 선교의 최고 성공비결은 바로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영에 복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성령께서 열어놓으신 문들을 통해 나아갔을 때 뜻밖의 많은 수확을 건질 수 있었다. 성령에 복종하여 마케도니아 지방으로 갔었기에 필립비, 테살로니카, 페레아에 이어 아테네와 코린토에 복음이 전해지고, 이들 교회에 보낸 편지들이 대거 신약성경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주님의 영의 인도를 받기 위해서는 기도생활이 필수적이었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바오로 사도는 기도를 통해서 새로운 선교 활동의 장을 찾아 나갔고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기도야말로 바오로 선교의 모든 방향을 설정하고, 과정을 이끌고,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바오로 해를 맞아 거창한 선교 계획을 세운 교회가 많다. 그런 계획을 구상하고 추진할 때 얼마나 기도를 하고 진행하고 있는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는지, 목표 달성 후의 후속 프로그램은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는가? ‘올 한 해 선교 목표 몇 백 명!’ 남이 한다니 즉흥적으로 따라한 것이 아니라면, 또한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면, 올 한 해 뿐 아니라 지속되는 선교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바오로 해는 끝나도 바오로의 정신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이 글은 수원교구 주보3면에 기획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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