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만남과 이별 그리고 또 만남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0 조회수511 추천수6 반대(0) 신고

제가 텍사스로 이사 온 지도 2년이 되어갑니다. 샌디에고에서 살 때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하고 또 낯선 곳에 정착하기까지 1년은 호된 아픔도 겪긴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저를 위한 축복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 와서 알게 된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빠가 2년 과정으로 근처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타 주에서 왔었습니다. 우리 모두 2년 전 여름에 이곳에 이사를 왔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계셨지만 이사 온 후 1년이 지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되어갈 즈음부터 거의 1주일에 한 번꼴로 그 언니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타운이나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곳에서 우리 두 가족 모두가 생활을 하였기에 이 곳에 처음 도착해서는 우선 한국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조금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꿋꿋이 살기 위해 각자가 노력을 하였습니다.

미국 교회를 다니던 그 언니가 교회의 성서 공부를 통해 느낀 위로가 되는 성경 말씀도 많이 해 주었고 또 내가 매일 미사와 묵상 방에서 느끼는 은총을 나누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답답한 일이 있거나 힘이 들 때는 하소연도 서로 주고 받았습니다. 함께 사는 남편이라도 미워질 때가 있게 마련이고 아무리 희망차게 살려고 애써도 가끔 허무감에 빠질 때도 있었기에 그때마다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곤 하였습니다.

그냥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이 무엇인가 둘이서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 넣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아는 언니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우리가 마음 깊이 가진 하느님 사랑을 다른 분들에게도 주고받으며 지냈어요. 함께 식사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어요. 사랑의 속성이 퍼져 나가야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고 또 우리 안에 나누었던 그 사랑이 커져가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하느님께서 각자의 마음 안에 심어 준 다른 이의 사랑도 받으며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희생하고 섬기는 모습을 보여 주면 누구나가 그렇게 섬기고자 함을 압니다. 그래서 조금 손해 보는 듯해도 본전 따지지 않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진실된 사랑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다른 이들도 어느새 그렇게 우리를 사랑해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난히 마음이 잘 맞고 통하던 그 언니와 이제는 함께 얼굴을 보고 소박한 일상을 나누던 일도 서서히 접어가야할 때입니다. 그 언니 가족은 다음 달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가족 모두가 귀국을 합니다. 어제도 냉동실에 있던 마른 멸치, 다시마, 미숫가루, 고춧가루 등을 잔뜩 챙겨 와서는 멸치볶음도 만들어 주고 제가 준비한 국수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근처에 사시는 최근에 아기를 낳은 언니와 또 두어 달 전에 한국에서 파견 근무를 나와서 알게 된 분도 함께 불러서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저를 너무나 잘 아는 언니이기에 아마도 그 언니가 떠나간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제가 아직 많이 친해지지는 않았으나 함께 만나고 기쁘게 지낼 사람이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몇 주 전에는 성당에서 주일마다 뵙는 자매님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우리 동네에 이사 오실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아빠의 사업체가 가까운 이곳으로 이사를 오겠다고 오늘 렌트할 집을 보러 오신답니다. 지금은 그 분을 기다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사랑하는 그 언니의 딸도 지원이고 새로 이사 올 성당 교우의 딸도 지원입니다.

한국 사람이 없어서 외롭게 지냈던 시간들을 주님 당신으로 채우기 위해 애쓰고 또 그렇게 당신으로 채워가기 위해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하며 주님 말씀으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였더니 이젠 하나둘 씩 제 곁으로 좋은 분들을 보내주십니다.

바쁜 중이었지만 어제 복음 말씀이 오랫동안 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습니다. 주님과 이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자들에게 주님 당신께서 친히 협조자 성령님을 보내주시겠다 약속하신 말씀 말이예요.

일상에서 만나고 나의 사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과의 이별은 슬픈 일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얼굴을 뵙고 주님과 함께 지내던 제자들도 아마 매일 당신의 얼굴을 보고 함께 밥을 먹고 슬픔과 기쁨도 나누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듣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일이 참으로 행복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주님께서는 떠나셔야 했고 대신 성령님을 보내주신다고 약속 하셨습니다. 성령님은 주님 자체이심을 가르쳐 주십니다. 주 성령님은 사람을 통해 행하는 하느님 일의 주관자이며 협조자이시고 또 위로자이십니다.

이별이 슬프지만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다른 만남을 예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가슴 깊이 심어주며 언제 어디서든 생각날 때마다 떠올리며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랑하는 미수언니와의 이별에 주 성령님의 도움으로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늘도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세례 이후로 한 번도 저를 떠나신 적이 없는 성령님이 늘 저와 함께 계심을 알고 성령님이 나의 모든 것을 주관하여 살게 하시도록 온전히 저를 맡기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저녁에 성당 다녀오다 불타 오르는 구름을 봤어요. 집에 도착하니 이미 깜깜해져서 오늘 붉게 타오르던 구름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몇 주전에 찍어 두었던 사진 한장 올려 놓아요. 저희 마음도 오늘 제가 보았던 붉게 타오르던 구름처럼 그렇게 타 올라 아름다운 주님의 사랑을 하기도 소망해봅니다. 아참, 오늘 만난 에디타 언니와는 속 깊은 신앙 이야기,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언니 남편이 경영하는 햄버거 가게에 가서 맛있는 햄버거도 먹고 수요일 저녁미사에서까지 보게 되었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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