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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나는 혼자가 아니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5 조회수789 추천수14 반대(0) 신고

 

 

 

부활 7주간 월요일 - 나는 혼자가 아니다

 

 

 

 

어렸을 때는 혼자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습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제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절대고독이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엔 혼자라는 깨달음이죠.

저는 평택 시골에서 수원까지 봉고차를 타고 통학하였습니다. 친구들도 사귀고 공부도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느날 친구가 불량배에게 길에서 끌려갔다고 해서 저는 불량배들이 모여 있다는 곳까지 혼자 친구를 찾아갔고, 또 반 친구가 불량학생에게 맞고 있을 때 저 혼자 그들과 맞선 적도 있습니다. 영화가 애들 다 망친다고 하는 말이 바로 이런 저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그 땐 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는 우정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싸움 잘하는 친구와 시비가 붙게 되었습니다. 물론 싸우지는 않았지만, 학교 쌈짱이라고 하는 학생에게 맞서는 제가 어리석어보였는지 저의 친구들은 모두 저를 나무랐습니다. 제가 잘못했더라도 친구들은 저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저의 편을 들어주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고등학교,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때였지만 저는 ‘결국엔 세상에 나 혼자구나.’하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외롭다는 말을 흘리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우울하게 다니자, 한 개신교 신자 친구가 우리가 다 아는 상투적인 충고를 저에게 해 주었습니다.

“예수님이 너와 함께 계신데 왜 외로워~?”

저는 성당을 다니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었지만 속으로, “웃기네!” 하면서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나 학교 갔다 왔다 하면서 그 말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제가 느끼는 외로움은 사람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사실 친구들이 있을 때도 외롭기는 매한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조금 외로움을 채워 줄 수는 있었지만 영혼의 외로움은 채워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외로운 생각이 들 때마다 예수님이 옆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엘리베이터가 한 층을 올라 간 것처럼 그 밑에서 느꼈던 외로움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영혼이 하느님으로부터 와서 그 영혼이 하느님을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외로움을 하느님이 아닌 사람을 통해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누구도 한 사람의 영혼 깊숙한 외로움을 채워줄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 외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가장 고통스러울 순간에 당신과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이 당신을 버리고 떠나갈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함께 계시니 괜찮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그 순간에 당신을 떠나가서 죄책감을 느낄 제자들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마 이 말씀이 아니었다면 그 큰 죄책감에 도망쳤던 제자들이 다시 예수님께 돌아오는 시간이 더 걸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예수님은 아버지로부터도 버림을 받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그러나 이 절대적인 고독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다만 ‘믿음’뿐이었습니다.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도 사실은 하나의 기도입니다. 믿음이 없는 기도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나를 버리신 것처럼 보여도 애정 어린 눈으로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시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서 ‘이런 믿음이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결국엔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라도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사람은 우리를 다 버릴 수 있어도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 영혼이 고향인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하느님도 우리 영혼을 한 없이 그리워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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