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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 이들의 하느님" - 6.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4 조회수370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3 수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1886)
기념일 
                                                                            
토빗3,1-11ㄱ.16-17ㄱ 마르12,18-27
 
 


                                                        
 
"산 이들의 하느님"
 
 


가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참 난감한 질문이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제나 수도자 대부분이 난감해 하는 질문일 것입니다.
 
사실 꼭 필요한 것도 없거니와
막상 받는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여,
"잘 생각이 안 납니다.
잘 생각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적당히 끝내곤 합니다.

꼭 필요한 하나는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 삶의 전부가 될수록
필요한 것 역시 점점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하느님 한 분 만을 따르고 섬길 때
풍요롭고 자유로운 내적 삶에 품위 있는 삶입니다.
 
하느님만으로 행복할 때
대부분의 것들은 짐만 될 뿐
필요한 것들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만 함께 계시고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만 된다면
부자요 행복한 사람입니다.
 
늦가을이 되어 온갖 무성한 나뭇잎들이 떨어져나갈 때
배경의 푸른 하늘이 점점 크게 드러나듯,
세월 흘러 삶의 나무들에서
환상과 탐욕의 나뭇잎들 떨어져나갈 때
점점 크게 드러나는 우리 삶의 배경이신 하느님이십니다.
 
다 사라져가고 남는 것은 영원한 하느님뿐입니다.

토빗의 고통 중에 드리는 기도가 심금을 울립니다.
 
마지막 피난처인 주님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죽게 해주십사 기도하는 토빗입니다.
 
이런저런 고통과 시련을 통해
삶의 환상은 말끔히 걷히고
투명하게 드러나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 당신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의롭고,
  당신의 길은 다 자비와 진리입니다.
  이제 저를 기억하시고, 저를 살펴보아 주소서.
  저희는 당신의 계명들을 지키지 않았고,
  당신 앞에서 참되게 걷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흙이 되게 하소서.
  저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들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낫습니다.”

토빗의 입에 담아 고통을 호소하며 회개하는
시련 중의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또 고통 중인 사라 역시 목을 매는 것보다는,
평생 모욕하는 말을 듣지 않도록 죽게 해 주십사
마지막 피난처인 주님께 기도합니다.
 
바로 그 순간 그 두 사람의 기도는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다다랐고
하느님은 곧 라파엘을 파견하시어
이 두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우리가 간절히 기도할 때 하느님은
어떤 방법으로든 응답하시며,
이런 기도의 응답으로 삶의 허무는 삶의 충만으로 바뀝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대로
우리의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의 기도를 즐겨 들어주시는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진리를 모르는 사두가이들의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일곱 형제를 남편으로 두었던 어느 여자가
이들과 함께 부활했을 때
이 여자는 일곱 중 누구의 아내가 되겠는가 하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질문입니다만
친절히 답변에 최선을 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너희가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

살아계신 하느님, 능력의 하느님이십니다.
 
성경을 알고 하느님을, 하느님의 능력을 안다면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안했을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는 죽음이 없고 모두가 살아있습니다.
 
이미 세례로 죽음을 넘어 부활하여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이
영원한 삶을 살고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천사와 같은 삶을 앞당겨 사는 이들이
수도자들입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과 시련들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를 기도의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기도할 때
하느님을 만나 삶의 탐욕과 환상은 걷히며
이어 뒤따르는 치유의 응답이요,
더욱 본질적인 하느님을 찾는 일에 전념하게 됩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으로
우리의 영육이 치유되어 깨끗해지고 거룩해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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