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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른이 된다는 것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1 조회수503 추천수3 반대(0) 신고

 

 

 

 

                                                                                                                     


말씀: 루가 2, 41-52


예수님의 나이 열두 살이 되던 해의 일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세가지 축제 중에(초막절, 과월절, 오순절)

적어도 한번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야한다는 율법에 따라,

예수님의 부모님도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길에 올랐다. 

 
이러한 의무는 남자들의 경우 이스라엘에서 성인으로 인정되었던 열세 살부터 해당된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성인도 되기 전에 함께 동행한 것이다. 

과월절과 무교절은 한데 겹쳐져있어서

근 한 주간의 축제 기간동안(니산달 15-21일) 

예루살렘을 찾는 사람들의 양상은, 가히 '민족의 대이동'을 방불케했다.

 

먼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중에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을 피하고

서로 의지하기 위해서 온 집안 친척들이 함께 여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리고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함께 하면서

친척들의 수레 위에서 서로 번갈아 잠도 자며 이야기도 하면서 가곤 했다.

 

예수의 부모님도 아들이 당연히 일행들 중에 끼여 있으려니 하고

느긋하게 하룻길을 가다가 문득 아들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허겁지겁 아들을 찾아 헤매며 예루살렘으로 다시 되돌아온 부모.

사흘 만에 성전에서 아들을 찾아냈을때, 믿지못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아들은 당대의 율법학자들과 나란히 앉아서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는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 모두 소년 예수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니

그 부모님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이 간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흘 만에 만난 어머니의 채근에 아들이 응답하는 말이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눈 앞에 요셉 아버지를 두고도, 다른 아버지를 염두에 둔

아들의 이상한 대답은 어머니로서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말이었다.

(어머니 마리아는 어린 예수에게 '너의 진짜 아버지는 요셉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을까?)

 

(루가복음의 독자들도 이 말을 흘려버릴 수 없다. 

루가복음에서의 예수님의 첫마디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소년 예수님은 하느님이 계신 예루살렘 성전을 '아버지의 집'이라고 부른다. 
 
소년 예수님의 말에서 우리는,

순례의무가 있는 13살 이전부터도,  

축제가 끝나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자신은 남아서 성전에 머물고 있는 것이 모두

'아버지'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소년 예수님의 '하늘 아버지'에 대한 열정은,

성인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말씀인,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깁니다!"에서 끝이 난다.

즉 루카복음에서의 예수님의 첫마디에서부터 시작되어 마지막 말마디까지에 나타난 것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열정이었다!

 

예수님은 일생  '아버지'의 뜻을 따라, '아버지의' 일을 충실히 실현시키신 분이라고

루카복음 사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미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자신의 삶의 방향과 지표를 소년시절부터 확고하게 갖고 있었음을 또한 알려준다.


 

이는 마치 석가모니의 깨달음에 해당하는 '대각(大覺)'의 발언이지만

그러면서도 예수님은 그 길로 출가하지 않고

부모님을 따라 다시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살았다고 한다.


 

우주라는 大家庭의 가장(家長)이신 '아버지'의 뜻은

사람들의 가장 작은 공동체인 자신의 가정 안에서 먼저 실현시켜야 하므로...

 


예수님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여느 때처럼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 이 모든 일들이 어머니에게 그대로 이해될 수 있었을까?

 


아들을 잃었다가 사흘 만에 찾았다는 이야기는 훗날 다른 상황과 결부된다.

십자가에 아들을 뺏겨 버리고 다시 아들을 찾게 되기까지 사흘 동안의 일.

부활한 아들을 만나 단장을 끊는 고통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어머니는  

마음 속에 간직하였던 그 옛날의 상황을 떠올리며, 모든 의문을 풀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키가 자라면서 지혜도 날로 자랐고

그러면서 하느님과 사람의 총애를 더하여갔다는 말로 예수님의 유년기는 막을 내린다

 

......................................................
 

소년이면서도 이미 성인보다 확고한 신념, 철학을 가지셨던 예수님을 보면서,

새삼 진정한 성인(成人),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뚜렷한 삶의 목표는 있는 것인지.

흔들리지 않는 삶의 철학은 있는 것인지. 

나 하나를 바로 돌아보고 내 집안부터 점검해보아야하지 않겠나? 

중견 사회인으로서의 이 사회에는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정 고민해보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2000/12/31 ...마지막 날에 쓴 글을 조금 손질하면서,....

그때로부터 지금, 나는 얼마나 큰 '어른'이 되어 있는지 생각해보는 밤이다

 

 

 

Bossa Baroque - Dave Gru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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