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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Story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5 조회수793 추천수7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Story
                                        이순의
 
 
 
 
고생!
7월 첫 일요일 화창한 여름 날에 고생의 결실은 있었습니다.
알 좋고
청 좋고
잘 생겼고
반들반들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서
고냉지 총각무를 첫 출하했습니다.
저 얼굴들이 방실방실 웃도록 옷을 입혀 주시던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아이구 이 더위에 워찌께 이렇게 잘 생긴 물견을 맹글었디야?>
< 농사를 잘 지어노니께 우덜도 좋고 쥔네도 좋고 참 좋네.>
<비법이 뭣이여? 좀 갈차줘봐?>
비법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짝궁이 장비를 잘 못 다루어서
죽을 뻔 한!
<아이구 엄니두? 그것두 모르남유? 서방님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짠 눈물을 약통에 타서 뿌려 줬드니 간이 간간하여 총각무들이 묵을 만 혔든가 봐유?! 정신도 혼도 없이 눈물인지 콧물인지 막 섞어서 뿌려 줬드니 그렇게 잘 되야 뿌리드랑께요. 그러니께 엄니덜두 약통에다가 간간한 눈물 콧물을 짜서 타 봐유?! 그 농사는 꼭 성공헐 것이우.>
 
그렇게 좋은 작품이 한 밭자리에서 끝이나고
계속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파종한 밭자리에서 실패를 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작업해서 나가는데 우리는 손 놓고 팔 상품이 없으니 애가 달았지요.
그런데 폭우가...
폭우가 어찌께나 쏟아지든지요.
다리만 부러진 짝궁이
병원에서 퇴원을 하자마자 목발을 짚고 산으로 왔는데
그 폭우에 작업이 이어졌더라면.......
인간의 의지로 다 이겨냈을 일이지만
그 고생이 또 말도 못할 상황이지만
남들은 비 맞고 작업하는데
우리는 할 작업이 없으니 성당에 미사 참례하러 다니고
낮잠도 자고
띵가띵가
에구~~
그래도 폭우 앞에 장사는 없어서
이 밭자리 저 밭자리
물고를 보러 동분서주 하느라고 힘들어 죽겠는데
거실에 앉아 드럼통으로 붓는 것 같은 빗줄기를 보며 애태우는 짝궁에게
위로 삼아서
<여보야. 우리의 전능하신 아버지께서 여보야 아픈데 작업하면 안되니까 두 번째 파종을 실패하게 하신거고, 이렇게 폭우 내리실 건데 고생할까 봐서 다 알아서 그거 실패하게 하신거야. 진짜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이다. 그렇지?!>
<자네가 그렇게 믿으면 또 그렇게 감사한거지. 안그런가?!>
언제나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면사무소 강당으로 주일 미사도 참례하러 갔습니다.
성당 옆집의 임시 성당은 틈 날 때마다 들려 보곤 했지만
면사무소에서 집전하는 주일 미사 참례는 처음이었습니다.
 
 
 
 
 
 
 
 
 
 
 
 
 
 
으와!
퀘퀘한 곰팡내 나던 전 성당 보다 훨씬 상쾌합니다.
지난 주일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교우들은 건강해 보입니다.
전에 성당 안은 맑은 날에도 교우들이 곰팡이 균에 시들시들 해 보였었는데
면사무소 강당 안에서 드리는 미사는
같은 교우들 인데도 여칸 땟깔이 고와보입니다.
 
 
 
폭우를 걸어왔을 저 노랑 장화도 말쑥해 보입니다.
참!
집도 좋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장소가 어디든
주님을 믿는 백성이 원하는 곳이면
언제나 함께 해 주시는 분!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멘!>
아멘을 아는 아가!
아멘이라고 말을 하면 손을 모을 줄 아는 아가가
산골의 진부 성당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가가
곰팡이 균 속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게 할 것입니까?
이렇게 귀여운 아가가
찬 겨울 눈바람을 옆에 앉혀 놓고 미사 참례하게 할 것입니까?
아니면
짓다가 말은
위험한 성당에 시멘트가루 깔아놓고 아멘 아멘 하게 할 것입니까?
 
 
 
 
 
 
 
 
 
 
 
 
 
 
 
빌려 썼으니 곱게 돌려 드려야 다음 주일에 또 빌려 쓰지요.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 앞에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대걸래의 희생!
그 중간에 선 우리들!
열심히 열심히!
 
 
 
 
 
 
 
 
 
 
 
 
 
 
대성당이 대회의실로 변신했습니다.
이 모습이 본 모습이고
대성당의 본 모습은 지금 건축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본당을 짓던 모습과는 정말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추위가 오시기 전에 완성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저기 옆의 작은 오두막 같은데는 서울성당으로 말하면 교육관 같은 것이고요.
대성당은 아직도 골격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교육관이 오두막처럼 아담 하듯이
대성당도 아담할 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오늘 수요일 미사 강론에서 그러셨습니다.
<사제가 성당을 여러 번 지어보았다고 해서 작은 시골성당 쯤이야 쉽게 지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성당은 지을 때마다 그 규모가 다르고, 그 구성원들이 다르고, 그 이루어가야할 모습이 다 다릅니다. 그러니 진부성당에서는 또 다른 난관에 매번 부디치고 극복하며 새로운 마음과 초심으로 성당을 짓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지역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 건축을 빈번히 하신 관계로
다시는 성당 건축은 하지 않는 본당으로 가게 해 주시라고 기도를 하셨더랍니다. 
그런데 또 성당을 지으시니.......
아마도 손 벌릴 동기신부님들도 등을 돌릴 입장이시고
아마도 도움을 청하러
아름 아름 뚫어 가실 성당도 마땅하지 않으실 것이고
저 번에 오셔서 손 벌린 신부님이
또 손 벌리러 오는 거 기억하는 교우들께서는 
전혀 다른 본당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고
도대체 몇 년을 성당 짓는 신부님으로 기억하실 것 같고 
그래서 드리는 부탁인데요.
아름 없는 본당에서 좀 도와 주십시오.
아름 없는 교우들께서 좀 도와 주십시오.
많은 곳에서 도움이 펼요하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여기 진부 성당에 머물러 있으니
이곳의 입장에 서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제가 또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면
저는 분명히 그곳을 알리려 할 것이고
그곳을 도우려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산골에서 고냉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골의 평창군 진부면 진부 성당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는 잠실 7동 성당의 교우이며 그곳이 제 본당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산골에 있으니
제가 머무는 이곳에서 또 주님을 만나고
이웃을 만나고
신앙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저는 제 집이 있는 저희 본당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돌아 갈 때 쯤에는
귀여운 저 아가가
곰팡이도 없고
눈바람도 막아주며
공사가 중단되서 시멘트 가루 날리는 성전이 아닌 곳에서 
고사리 손을 모아 아멘 아멘
하기를 진심으로 빌고 있습니다.
 
산골의 성당은 서울의 성당들 처럼 몇 년 동안 건축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자본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조금씩만 도와 주십시오.
조금씩만 도와주시면
산골의 추운 겨울이 오시기 전에 성전이 완성 될 것입니다. 
 
 
 
 
 
 
 
 
 
 
 
 
 
 
  
 
성당의 옆집 거실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촛불이 꺼지기 전에
그 집 마당의 성모님과
교우들께 배웅 인사를 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생활은 고생이나 사진은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제가 진부성당 교우도 아니며
제가 진부성당 편도 아니며
저는 지구 안에 소속 된 가톨릭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원이며
우주 만물의 주관자이시고
한 모금 숨 까지도 세고 계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이며
거룩하신 성령의 인도로 지금 이 사진 묵상을 올립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빛을 발하고 계시는 각 수도회 장상들께서도
이 작은 산골 성당을 조금씩만 도와 주십시오.
그 선하심이 곧 받은 것을 나누는 겸손이 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번 폭우로
저희 밭의 어린 작물들도 참으로 많이 쓸려 내려갔습니다.
사람의 심성이......
저희 피해도 큰데
쏟아지는 물 줄기가 제 알아서 이밭저밭을 누비고 다니시던데
물 흘려 보내서 피해 입었다고 따지는 이웃 밭 어른들이 무섭습니다.
무서워서 도망다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그래도 머리 조아리고
해 달라는대로 시늉으로라도 물길 돌려 드리고
최선을 다 해 보지만
그렇다고 물이 제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르지
어데 사람의 마음대로 흘러 줍니까?
에구~!
안부 전화는 많이 받습니다.
비 피해 없느냐고?
왜 피해가 없겠습니까?
그래도 대답은 분명히 해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드시고 남은 것 만 먹기로 마음 비웠습니다.>
 
 
 
 
 
 
 
 
 
 
 

 
 
저기요.
잠실7동 성당 신부님.
진부성당 신부님 좀 초대해 주세요.
본당 교우가 객지에서 수고하며 짐지며 고생하는데
타 본당인 진부성당 교우들이 웃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시고,
그럽니다.
공짜로 도와주시라고 하면 주님의 질서에 맞지 않을 것 같고요.
진부성당 신부님께서 잠실7동에 가셔서
주님의 말씀을 산골식이로 전하시고
또 도움도 청하여 오병이어의 기적도 마련하시게
길 좀 터 주십시오.
제가 산골의 교우들을 위해서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이런 자리를 빌립니다.
가을에 돌아가서 꾸벅 감사인사 올릴께요.
신부님 부탁합니다.
참, 진부 바로 옆 본당과 결연하여
도움을 주고 계신 것을 주보에서 보았는데요.
그래도 쪼꼼만 진부성당에도 기회를 주십시오. 
신부님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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