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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철부지들 공동체" - 7.15,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5 조회수419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7.15 수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21-1274) 기념일 
                                                                                      
탈출3,1-6;9-12 마태11,25-27

                                                            
 
 
 
 
"철부지들 공동체"
 
 


저는 오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지도자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그대로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혜롭고 똑똑한 이들의 엘리트 공동체가 아니라
철부지들의 어수룩하고 약한 이들의 별 볼일 없는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아버지께 감사기도를 바치는 예수님 역시 철부지임이 분명합니다.
 
철부지들 공동체를 대표하여 철부지 지도자가 바치는 감사기도입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두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얼마나 신뢰와 겸손이 가득 담긴 어린이와 같은 아름다운 기도인지요.
 
예수님의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가 참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철부지’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려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철이 없는 아이,
또 철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보다는
'어린이 같은(the childlike) 사람들’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어린이 같은 사람들’이 뜻하는바
작고 가난하며 겸손하고 순진한 이들을 뜻하는 것이지
결코 말 그대로 어리석은 철부지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이들이
실제는 자기를 모르는 철부지 어리석은 사람일 수 있고
외관상 철부지처럼 보이는 겸손과 신뢰의 사람들이
자기를 아는 지혜로운 사람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신뢰와 겸손의 철부지들의 공동체요,
하느님께 멀어질수록 똑똑하고 교만한 이들의 공동체가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하느님의 복음적 공동체는
결코 크고 강하고 교만한 이들의 엘리트 공동체가 아니라
작고 약한 겸손한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실제 크고 강한 이들이 모여 좋은 공동체를 이루기는 참 힘듭니다.
 
어는 시인의 공동체에 대한 정의에 공감이 갔습니다.

‘공동체란 강력한 리더가 이끄는 일사불란한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어쩔 수 없이 몸을 기대고 부비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대로 예수님의 복음적 공동체에 대한,
우리 수도공동체에 대한 묘사 같습니다.
 
주님을 중심으로 작고 약한 이들이 모여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우리 수도공동체요
사실 이런 모습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참 신기한 것이 작고 약해도 사랑으로 하나 되어 살아가면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다 채워 주신다는 것입니다.
 
크고 똑똑한 사람들이 분열되어 사는 것보다
작고 약한 이들이 마음 합쳐 살 때 큰 힘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힘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음적 공동체의 지도자는
예수님처럼 작고 가난하며 약한 자나
실상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겸손으로 내적으론 참 힘 있고 강한 자입니다.
 
철부지 같은 신뢰와 겸손한 이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주님이십니다.
 
장차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가 될
모세에 대한 하느님의 수련이 참 치밀합니다.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트로의 양떼를 치는
목자가 된 모세의 처지 참 가난하고 약해보입니다.
 
광야의 외롭고 쓸쓸한 삶 중에
모세의 마음은 한없이 가난하고 순수해져
말 그대로 철부지처럼 겸손과 신뢰의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모세가 마음이 정화되어 깨끗해 졌을 때
주님은 자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모세야, 모세야!”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즉각 대답하는 모세입니다.
 
이집트인들에게 억압 받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로부터 이끌어 내라는 주님의 명령에,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반문하는 모세에게,
주님은 즉시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약속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실 때
진정 강하고 힘 있는 사람이요 공동체입니다.
 
철부지들 공동체와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이 우리의 위로와 힘의 원천입니다.
 
오늘도 철부지 공동체의 우리들과 함께 사시고자
말씀과 성체로 오시는 겸손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다.”(시편103,8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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