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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주를 지팡이 삼고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0 조회수460 추천수1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③      



                                                   묵주를 지팡이 삼고




벌써 6년 전인가요, 2003년 5월 본당 '성모의 밤' 행사 때 「묵주를 지팡이 삼고」라는 시를 지어 성모님께 올린 일이 있었지요. 등산을 할 때도, 걷기 운동을 할 때도, 시내를 걸으면서도 노상 묵주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불현듯 묵주가 마치 내 '지팡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시를 지을 수 있었지요. 평생 동안 묵주를 지팡이 삼아 살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나이 먹어가면서 묵주가 내 지팡이 같다는 생각, 죽는 날까지 묵주를 지팡이 삼고 그 지팡이에 의지하여 살겠다는 생각을 더욱 명료히 또 절절히 하게 됩니다.

집에서는 묵주기도를 거의 하지 못합니다. '아침·저녁기도'와 '삼종기도'만 겨우 할 뿐이지요. 하지만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묵주를 손에 쥡니다. 제대로 걷기 운동을 하는 게 아니고 짧은 거리를 걸을 때도, 심지어는 차 운전을 할 때도 묵주기도를 합니다.

가장 묵주기도에 신경을 쓰는 때는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탈 때입니다. 이제는 좌석을 양보 받는 경우도 있고, 보행 불편한 장애인은 아니지만 장애인 범주에 드는 신세라서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자리에 버젓이 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상의 주머니에서 묵주를 꺼내듭니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사람이나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내 동작에 눈을 주어 보기를 바라며, 대개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묵주 쥔 손으로 성호를 긋고 묵주기도를 합니다.

짧은 순간이나마 내 묵주에 눈을 주었던 사람들, 묵주기도를 하는 내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뇌리에 묵주가 영상으로 남아서, 그것이 어떤 작은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그것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지하도 층계를 두 발로 오르내리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내 손에 들린 묵주가 정녕 지팡이인 것 같은, '지팡이 질감'이 확연해지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앞으로 더 나이 먹어갈수록 지팡이 질감은 한결 선명해지리라는 생각도 하면서, 내게 평생 동안 의지할 수 있는 묵주라는 이름의 지팡이가 있는 사실에 감사하곤 합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대전주보> 2009년 8월 9일(연중 제19주일) 제1988호 I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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