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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거룩함/노동과 거룩함 Ⅰ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0 조회수424 추천수2 반대(0) 신고
 
 
노동과 거룩함 Ⅰ 


우리는 이제껏 그리스도적 거룩함이 순전히 개인적이고
 고립된 덕행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평화롭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사회 내의 영적이고 문화적인 쇄신을 위해
공동으로 펼치는 노력의 일환으로 간주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회칙 중 하나인
[어머니와 교사](Mater et magistra)는 교황 요한 23세가
선포한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가르침으로 20세기
중반에 대두된 시급한 문제들에 관한 위대한 성명이었다.

이 회칙은 전문가, 정치 경제 학자,
그리고 사회학자 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선의의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며
특별히 그리스도교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에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노동과 투쟁으로 점철된 현실 세계와
 믿음의 삶을 분리할 수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삶은 핵,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파괴,
 부의 정의로운 분배, 테러리즘,
패권주의 등 제반 문제들을 우리가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비단 본당 활동이나
 
 기도 생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수백만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인류 문명의 미래 뿐 아니라
인류의 존속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에도 적극 관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엄청난 문제에 연관되어 있으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인 이상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과 참여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황 요한 23세는 "교회는 비록 영혼들을 성화시키고
그들을 초자연적인 질서에 도움이 되는 협조자로
만들어야 하는 특별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인간들의 일상생활의 절박한 사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것은 비단 식량이나 생활의 여타 물질적인
조건들 뿐만 아니라 삶의 수많은
측면들의 발전 및 문화적인
측면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교회의 관심사가 무엇이든지,
그것은 교회의 지도층이나 성직자들 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물론 [어머니와 교사]에서 다루어진
경제적인 사안들은 그리스도교의 평신도, 시민,
제조업자, 농부, 정치인, 사업가 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일상사들이 그리스도교적 방법으로 수행될 때,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세우신 자연질서에
전적으로 일치되고,
교회의 가르침과 규범에 의해 분명하게 된다면
그것은 일상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성화와
구원에 확실히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교회는 노동이야말로 인간을 거룩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근본적인 인간활동 중 하나라고 가르치고
있다. 회칙 [어머니와 교사]에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간성의 표현이다."라는
 이 구절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시간, 우리의 재능,
 우리의 에너지는 판매 가능한 상품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고 여긴다면 우리의 재능은 가치있고
 만족스러운 방법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판매하는 데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능력과 재능은 '돈을 버는 것'에 종속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 질서에 반하는 것이다.
인간의 재능을 선하고 효과적인 일에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인간적이며 만족감을 주는 활동이고,
정당한 대가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몇몇 근본적인 심리적,
 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무질서한 사회적 상황하에서 노동은 이같은
근본적이고 건강한 특징을 잃어버리고
절망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것이 된다.

노동이 단순히 생각 없는 반복 노역이 되거나
기계적인 일상의 노예로 전락해 버려
임금만을 목표로 할 경우,
노동자의 정신과 체계는 본능적으로
이 같은 비이성과 무질서에 저항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레크레이션을 통해 그들의 지루한 일상을 극복하고
의미있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특별히 영적인 영감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단조롭고 무익한 작업 과정에서 도피하여 기계적인
세상과는 유리된 영적인 영역에 머물며
기도와 하느님과의 통교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한 경우도 꽤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 가치 전도와 무질서가 심각하게 악화된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는 사업 계획을 세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중요한 다른 것들의 의미를 잃게 된다.
가정은 뒷전으로 밀리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최
종 목적을 방해 할 경우 인간관계마저도 서슴없이 파괴한다.
인생은 피상적이 되고 긴장이 쌓이며 거짓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의 모든 행위는 양면성을 띄게 되고
순수한 인간적 차원들은 시들게 된다.
자신의 실존 안에 만들어 놓은 모순들을 따라가고
 맞추기 위해 그는 술이나 진정제,
 아니면 둘 다에 의지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진정한 영성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종교는 기껏해야 허식, 외적인 형식,
 또는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욕망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신앙은 다른 많은 것들과 같이 여유가 생길 때
 '나중에' 가서 할 수 있는 일로 전락한다.


「삶과 거룩함」에서
Thomas Merton 지음 / 남재희 신부 옮김 / 생활성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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