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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31일 야곱의 우물- 루카 4,16-20 묵상/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시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31 조회수506 추천수2 반대(0) 신고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신 나자렛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경을 봉독하려고 일어서시자,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가 그분께 건네졌다.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펴시고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그러면서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틀림없이 ‘의사야, 네 병이나 고쳐라.’하는 속담을 들며, ‘네가 카파르나움에서 하였다고 우리가 들은 그 일들을 여기 네 고향에서도 해보아라.’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삼 년 육 개월 동안 하늘이 닫혀 온 땅에 큰 기근이 들었던 엘리야 때에, 이스라엘에 과부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엘리야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파견되지 않고,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되었다. 또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그들은 들고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 고을은 산 위에 지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 희년은 가난한 이의 빚이 모두 사면되고 해방되는 위대한 해이다. 노예가 된 인간과 빚 때문에 빼앗긴 땅에 대한 모든 경제적 사면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절망적인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고 사회는 자유와 평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얼마나 근사한가! 예수님은 이 희년법이 현실상 불가능한데도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신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선포하실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어서 말씀하신 사렙다 과부와 나병 환자 나아만 이야기는 어떤 의미로 하신 걸까? 희년과 기적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내 인생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때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루르드를 1순위 방문지로 삼았다. 행렬 속에서 촛불을 들고 묵주기도를 드렸고 벨라뎃다에게 성모님이 주셨다는 기적수를 마셨고, 그곳에 몸을 담갔다. 그런데 내 삶엔 크게 변화한 것이 없었다. 그냥 일상은 일상일 뿐.
조심스레 짐작해 보건대 예수님은 눈에 보이는 기적과 다가올 해방의 날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 같은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신 듯하다. 기적을 맛본 사렙다 과부와 나아만은 이방인이지만 자신의 현재 삶에 충실하며 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며 출신부터 따지는 그들이 해방을 다른 곳 다른 시간에서 찾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는 한 희년의 기쁨은 결코 누리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려주려 하심이 아닐까?

나 또한 루르드에서의 경험이 소중한 신앙 체험이 되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기적에 집착한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겪었던 어려운 길을 주님이 함께 걸어주셨다는 사실을 느끼고 내 일상을 소중히 여기 게 되었다. 한동안 냉담했던 내 마음에 복음의 열정이 지펴져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하느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조금씩 기부도 하며, 가끔은 사회봉사 활동도 하게 되었다.
루르드 이전에는 삶이 힘겹고 버겁기만 했는데 지금은 삶이 행복하고 선물 같다. 이렇게 보면 내 삶에도 기적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그 앉은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고 외쳤던 구상 시인의 외침에 백 배 공감할 수 있게 된 지금, 나는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이루신 하느님의 은총의 해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
한은주(수원교구 안중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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