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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쟁 중에 바친 기도 / (관련 사진 첨부)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6 조회수420 추천수2 반대(0) 신고
 
 
                          전쟁 중에 바친 기도
 
 
 
 
전쟁 중에 기도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 독수리 10호 작전 / 1970년 또 한번의 대부대 작전에 참가하면서 헬기장의 치누크에 탑승하기 전 사진 한번 찍었다. 이 사진이 어쩌면 내 마지막 유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지요하  베트남 전쟁

근 40년 전 베트남 전장에서 기도를 많이 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삽니다. 묵주를 지니고 사는 습성, 또 '몸고상'을 목에 걸고 생활하는 습관도 그때부터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한 번의 대부대 작전이 개시되어 이른 새벽에 헬기 장으로 가는 대규모 차량 행렬 속에서, 내 몸고상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진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서 차량 대열을 정지시켰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거의 사흘 간격으로 이루어진 소부대작전, 즉 매복작전을 나가 정글 속 숨막힐 듯한 긴장 속에서 밤을 새울 때마다 손가락 끝이 아릴 정도로 묵주 알을 만지곤 했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그때 기도를 하면서, 이 기도는 나 한 사람만의 무사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고 동료 부대원 모두를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시각 어디에 있는지 모를 베트콩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 싶습니다.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기도란 성립될 수도 없다는 오늘의 생각은 어쩌면 그때 기초가 놓여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 군대 시절로부터 근 40년이 흐른 때 나는 또다시 전쟁 중에 기도를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안반도 '기름과의 전쟁' 때 갖게 된 경험입니다.
 

▲ 기름제거작업 후의 기도 / 2008년 5월 4일 서울 명일동성당 신자들이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신너루 해변에서 기름제거작업 후 기도를 하고 잇다.  
ⓒ 지요하  태안 기름유출

베트남 전장에서는 혼자 속으로 기도를 했지만, '기름과의 전쟁' 마당에서는 수많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핸드마이크로 소리를 내며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형제 자매들이 태안에 와서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태안성당을 통해 기름제거 자원봉사에 참여한 본당들과 수도회, 병원, 단체들의 수는 500이 넘고, 신자 수는 4만 명이 넘습니다.

작업요령 설명, 작업장 안내와 배치, 점심 급식, 기타 뒷바라지를 해드리면서 함께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작업 전후에 기도를 한 날이 많았지요.

천주교 신자들은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는 자원봉사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위해 현장에서 기도까지 했으니, 자원봉사는 그야말로 신앙생활의 연장일 터였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요즘엔 기도 중에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의 9월 6일(연중 제23주일)치 <대전주보>에 실린 글입니다만, 대전교구 외 신자들과, 그리고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지난 2007―2008년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하셨던 전국의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여기에도 올립니다.


09.09.07 11:36 ㅣ최종 업데이트 09.09.07 11:36
베트남 전쟁, 묵주기도, 태안 기름과의 전쟁
출처 : 전쟁 중에 바친 기도 - 오마이뉴스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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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⑤




                                                  전쟁 중에 바친 기도




전쟁 중에 기도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근 40년 전 베트남 전장에서 기도를 많이 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삽니다. 묵주를 지니고 사는 습성, 또 '몸고상'을 목에 걸고 생활하는 습관도 그때부터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한 번의 대부대 작전이 개시되어 이른 새벽에 헬기 장으로 가는 대규모 차량 행렬 속에서, 내 몸고상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진 것을 알아차린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서 차량 대열을 정지시켰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거의 사흘 간격으로 이루어진 소부대작전, 즉 매복작전을 나가 정글 속 숨막힐 듯한 긴장 속에서 밤을 새울 때마다 손가락 끝이 아릴 정도로 묵주 알을 만지곤 했던 기억도 아련합니다.

그때 기도를 하면서, 이 기도는 나 한 사람만의 무사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고 동료 부대원 모두를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 이 시각 어디에 있는지 모를 베트콩들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 싶습니다. 오로지 나 한 사람만을 위한 기도란 성립될 수도 없다는 오늘의 생각은 어쩌면 그때 기초가 놓여지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 군대 시절로부터 근 40년이 흐른 때 나는 또다시 전쟁 중에 기도를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안반도 '기름과의 전쟁' 때 갖게 된 경험입니다.

베트남 전장에서는 혼자 속으로 기도를 했지만, '기름과의 전쟁' 마당에서는 수많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핸드마이크로 소리를 내며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형제 자매들이 태안에 와서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태안성당을 통해 기름제거 자원봉사에 참여한 본당들과 수도회, 병원, 단체들의 수는 500이 넘고, 신자 수는 4만 명이 넘습니다.

작업요령 설명, 작업장 안내와 배치, 점심 급식, 기타 뒷바라지를 해드리면서 함께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작업 전후에 기도를 한 날이 많았지요.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는 자원봉사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위해 현장에서 기도까지 했으니, 자원봉사는 그야말로 신앙생활의 연장일 터였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요즘엔 기도 중에 태안 '기름과의 전쟁'에 참여하셨던 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요하 막시모(소설가·태안성당)  
 
 
 
*<대전주보> 2009년 9월 6일(연중 제23주일) 제1993호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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