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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손가락 이어폰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6 조회수932 추천수12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연중 제 23 주일 - 손가락 이어폰

 

 

 

요즘 ‘블랙’이란 영화가 상영 중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미셸이란 아이는 마치 짐승처럼 살아갑니다. ‘블랙’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것을 넘어서서 아무것도 분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녀에게 마법사와 같은 스승이 나타나는데 그의 이름은 사하이입니다.

그에게 가장 힘든 것은 모든 사물 하나하나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녀에겐 케이크도 냅킨도 공도 새도 스푼과 다를 바가 없는 것들입니다.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 안에 살고 있는 자신도 누구인지 깨닫지 못합니다. 마치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창조물임을 아는 것과는 반대로 모든 것들이 저절로 존재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느 날 화가 난 사하이는 그녀를 분수에 빠뜨립니다. 분수에 빠진 그녀는 자신이 평소와는 다른 무엇 속에 빠져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이 바로 ‘물’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유일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비로소 세상 모든 것들엔 이름이 있고 의미가 있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선생님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때가 새롭게 태어나는 때입니다. 이는 내 주위에 존재하는 것들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 안에 있는 나 자신도 동시에 인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신 하느님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면 나의 존재까지 참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분수에 빠졌던 것은 마치 ‘세례’처럼 그녀를 새로운 세상에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사하이는 세례를 주듯이 세 번 아이를 물에 담급니다.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이도 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주의에 있는 모든 것들이 새로 태어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어제 어떤 성지에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매우 좋았지만 잠을 얼마 못잔 상태라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정도 바람 솔솔 부는 그늘 아래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보니 잠자기 이전과 정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피곤할 때는 세상이 피곤해 보였지만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새로 태어남인가 싶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 것들이 변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변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떻게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시는지 살펴봅시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귀도 뚫어주시고 입도 열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벙어리를 군중들로부터 떼어놓으시는 것은 영적인 기적을 행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은 어차피 죄의 소굴이자 사탄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의 두 귀에 손가락을 넣으십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마치 앞에 서서 이어폰을 끼어주어서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의 말씀만을 들으라고 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것들을 떠나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들으라는 뜻입니다.

혹은 예수님은 포도나무이기 때문에 가지를 접붙여서 그에게 성령의 수액을 계속 전달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말씀을 듣는 것이 결국 성령님을 받는 길입니다.

 

제가 사춘기 때는 성(性)적인 것에 관심을 두어 그런 것만 보려하고, 들으려하였습니다. 중학교 때 저는 이론상으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칠판에 그림도 그려가면서 성교육을 했었습니다. 관심 있는 것이 그런 것이고 그래서 보고 듣는 것도 그런 것이니 그런 말들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안 좋은 영상도 많이 보았는데 거리를 걷는 여자들이 다 벗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 가끔 사람들이 음담패설 하는 소리를 들으면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고 ‘그렇게도 할 얘기가 없나?’ 라고 한심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내 안에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알려면 자신이 하는 말을 녹음시켜서 들어보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육체적이고 쾌락적인 것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돈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따라서 세상적인 것들은 차단하지 않으면 그 소음에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성경을 읽으려 해도 텔레비전을 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바로 성령님입니다.

 

예수님은 침을 그의 혀에 발라주시는데 예수님 몸 안에 있는 물은 역시 성령님을 상징합니다. 성령님을 그의 혀에도 발라주시는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하늘에 한 숨을 내쉬십니다. 인간이 창조될 때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엇을 넣어주셨습니까? 바로 숨입니다. 그 숨은 역시 성령님, 곧 생명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성령님을 넣어주시는 표징을 보여주시고 ‘에파타’, 즉 ‘열려라’ 하시며 모든 기관을 영적으로 바꾸어주신 것입니다.

침을 비롯하여 예수님의 몸 안에 있는 ‘물’은 항상 ‘성령님’을 상징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물이 흘러나오는 광야의 ‘바위’라고 표현하고 실제로 십자가에서 피와 함께 물이 흘러나옵니다. 또 예수님은 당신에겐 생명의 물이 있으니 무거운 짐 진 자들은 와서 거저로 마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생명의 물은 곧 성령님을 상징한다고 요한복음은 전합니다.

즉, 예수님은 성령으로 한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하십니다. 마치 태생 소경에게 진흙으로 눈을 만들어 주시고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하신 것과 같습니다. 물 안에 들어가면 과거의 자신은 죽고 새로운 그리스도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를 보는 눈이 생깁니다. 과거에 우연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 하나도 우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성령’님은 성체와 말씀을 통해서 옵니다. 말씀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성체도 충분한 은총을 주지 못합니다. 각자가 말씀으로 변화된 만큼 성체의 은총은 다르게 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말씀으로 오랫동안 성경을 설명해 주신 뒤 빵을 떼어 주신 것과 같이 항상 말씀의 전례가 성찬의 전례를 선행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손가락 이어폰으로 세상 소리들을 막으시고 당신의 말씀으로 가르치심으로써 그 사람이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변화시키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난 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오늘 귀머거리는 입이 풀려 하느님을 찬양하였다고 전합니다. 성령으로 혀가 풀린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입니다.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하여 벙어리가 되었던 즈카리야가 혀가 풀리자 처음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는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죄의 땅인 이집트를 탈출한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바로 광야에 나가 하느님께 예배, 곧 찬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입이 만들어진 가장 고귀한 목적은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비로소 주님을 찬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진짜 벙어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세상 소란함으로부터 우리의 귀를 막으시며 당신의 말씀을 들어서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만들고 또 하느님을 찬미하게 만들고 싶으신 것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의 ‘손가락 이어폰’을 끼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씀만을 듣고 살기를 결심합시다. 그래야 매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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