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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부님, 우리 신부님> - "단 하루라도"
작성자김수복 쪽지 캡슐 작성일2009-10-05 조회수590 추천수3 반대(0) 신고

단 하루라도

아름다운 사람들 2009/10/03 22:11 사랑수

 

저는 지금 3세대가 함께 살 집을 짓고 있습니다. 저는 공소 제의방에서 살고, 공소 교육관 두 방에서는 일하는 일꾼들과 식사와 샛거리를 준비해주시는 봉사자 자매님들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농촌을 향한 꿈과 희망을 일구며 살아온 형님과 함께 생태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형님은 명절인데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이천만원이 넘는 건축자재가 야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형님을 두고 저 혼자 명절을 지낸다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명절 아침 함께 살고 있는 형님과 찬밥을 누룽지와 함께 끊여 먹었습니다. 몇 분께서 아침식사를 초대 했습니다. 그런데 편안하게 제의방 주방에서 누룽지에 시디신 깍두기와 파김치와 김으로 아침을 때웠습니다. 이렇게 명절을 지내는 것이 초라하거나 고생을 사서하는 것이 아니라 뜻깊은 명절, 보람된 명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객지에서 혼자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의 처지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아버지를 공권력에 잃고 추석명절 차례상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농촌에서 명절을 혼자 보내야 하는 외로운 분들을 생각하면 저는 행복한 명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농촌의 희망을 위해 나머지 생을 목숨을 걸듯이 바치고자 하는 형님과 함께 있기 때문에 더 없이 행복한 명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20년 동안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님을 형님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한 명절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며 자급자족하는 생태마을 만들기에 여러 경로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연구해서 개발한 무공해 스츠로폼을 기증받아 집짓기가 시작된 지 10일이 지났습니다. 3세대가 함께 살 다세대 주택의 기초가 완성되었습니다. 6평 정도의 창고가 지붕까지 올라가 우선 중요한 장비들을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집터를 다듬으면서 절개한 부분에 규격석으로 축대도 쌓았습니다.

사실 마음이 급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지어야 합니다. 7월에 시작하기로 했던 공사가 9월 말에야 시작되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집짓기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치 못한 탓이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시작을 했습니다. 함께 살기로 한 세실리아 자매님이 위독해져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2년째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작년 7월에 종양이 뇌로 전이되고 말았습니다. 아산병원에서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안식년을 지낸 진안성수 증자동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황토방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가까이 방문을 했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기에도 안타까울 만큼 최선을 다해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뇌로 전이된 종양으로 인해 통증이 시작되면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팠습니다. 그런 아픔보다 신랑 얼굴도 아들딸의 얼굴도 볼 수 없는 절망이 더 힘들게 했습니다.  밤이면 통증은 극에 달했습니다. 식은땀을 쏟아야 하는 통증으로 밤새 우는 날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 날밤 아침이면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통증으로 인해 기절을 하게 되어 응급차에 실려 수원 빈센트 병원으로 갔습니다.    

 


 

일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줄 추석명절 선물 포도 10상자를 구입하러 전주로 가고 있었습니다. 자매님의 친정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집짓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우리 세실리아는 지금 방사선 치료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생태마을에 들어가지 못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거부해 왔었어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기절할 때도 있어서 3일전부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어요. 하루에 몇 번씩 생태마을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래 어서 좋아져서 생태마을에 가야지’ 하며 위로하고 있어요. 신부님 명절인데 집에 안 가세요. 명절 잘 지내세요.”
전화를 끊고 다리를 건너 하천 길을 돌아가는데 눈가에 뜨거운 이슬이 고이고 말았습니다. ‘단 하루라도 생태마을에서 살다 가야 하는데…,’하는 간절함이 두 눈에서 연민의 강물로 흘러내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일주일 전부터 4명의 일꾼들이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2명의 일꾼이 합류하던 날 밤, 비닐하우스 안에 농사지을 흙을 들이는데 트랙터 자원봉사를 해주신 형제님댁에 포도주를 준비해 방문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임시 숙소인 부귀공소로 돌아왔습니다. 교육관 가건물에서 먼저 일을 시작한 일꾼들과 새로 합류할 두 일꾼들과 맥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신 탓이었을까요. 새로 합류하게 될 일꾼들에게 세실리아 자매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살기로 했던 자매님이 뇌의 종양이 켜져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얼마나 살게 될지 몰라요. 그 자매님이 단 하루라도 우리 생태마을에서 살다갔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 자매님에게 ‘세실리아 집을 다 졌어. 우리 집에서 세실리아가 하루도 살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지만 남아 있는 우리들이 세실리아 몫까지 행복하게 살께. 우리들의 영원한 생태마을인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고백을 임종 전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기도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일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철근을 철사로 묶고 덤프트럭으로 흙을 옮기고 합판을 나르고 못질을 하고 일꾼들의 새참까지 준비할 때도 있습니다. 포도와 블루베리, 배추와 무 밭에 물도 주어야 합니다. 대금을 송금하고 필요한 자제를 구입하러 가기도 해야 합니다. 잡부와 주방과 농장 일까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저녁 6시까지 현장에서 일을 합니다. 힘이 들지만 보람과 행복이 큽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투병 중인 세실리아 자매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천국으로 가기에는 이승에 남게 될 고1 아들과 중2 딸이 너무 어리기 때문입니다. 두 자녀의 밥을 해 먹이며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수원과 진안을 오가며 간호하는 남편의 정성 또한 너무도 극진합니다. 그런데 새로 합류한 두 일꾼이 추석명절 후에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세실리아 자매가 단 하루라도 생태마을에서 살다 천국으로 가게 해야 하는데…, 자꾸 일이 지연됩니다.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래서 자주 기도합니다.

“하느님, 세실리아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우리 생태마을에서 오랫동안 살도록 기적을 베풀어 주소서. 그 기적이 인간적인 욕심이라면 집이 빨리 완성되어 단 하루라도 살다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러려면 자원봉사자가 필요합니다. 하느님 세실리아의 간절한 소원을 외면하지 마소서. 하루면 몇 번씩 딸 몰래 눈물을 훔쳐야 하는 친정어머니의 애원을 들어주소서.”

 


집짓기 자원봉사를 해 주겠다던 두 형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급한데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단 하루라도 세실리아 자매가 생태마을에서 살다 가기를 원하는, 내 간절한 소원이 두 형제에게 통하길 기도합니다. 또 다른 형제자매들에게도 내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길 두 손 모읍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두 눈에서 뜨거운 기도가 흘러내립니다.

 

사실 많이 많이 망설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마을 만들기
후원이나 자원봉사를 희망하시는 분은 
010-4614-4245  으로 연락바랍니다.
집짓는 현장은
전북 진안군 부귀면 거석리 308번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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