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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 숙제" - 11.1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8 조회수537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9.11.18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마카 상7,1.20-31 루카19,11-28

    
 
 
                                                        
 
 
"인생 숙제"
 
 

곧 배 밭 전지가 시작되겠습니다만
배나무 마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나무 가지들이 장관입니다.
 
마치 하늘이 그 목표이자 방향이듯
모든 가지들이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을 목표로, 하느님을 방향으로 한
수도승의 삶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하느님으로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끝나는 수도승의 일과입니다.
 
몇 시편들이 말씀 묵상 중에 떠올랐습니다.

“그지없이 사랑하나이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시편18,1)

“당신의 은총이 생명보다 낫기에,
  내 입술이 당신을 찬양하나이다.”(시편63, ).

“주여, 당신 은총이 어이 이리 귀하신지,
  인간의 자손이 당신 날개 그늘로 숨어드나이다.”(시편36, ).

며칠 전 짙은 구름 사이 드러난 하늘과 태양을 보며 떠오른 글도 생각납니다.

“짙은 구름 사이 드러난 파란 하늘/하느님의 얼굴
  쏟아지는 햇빛/하느님의 은총”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시편 저자는 하느님의 은총이 생명보다 더 낫다고 고백합니다.
 
생명보다 더 소중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했기에
자기 생명을 하느님께 봉헌했던 성인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만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만이 내 생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마련이며
믿는 이들에겐 모두가 은총의 때입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숙제이며 우리의 모든 때는 은총의 때입니다.
 
하루가, 사계절이 우리 은총의 생애를 상징합니다.
 
아침의 때가 있으면 점심의 때, 저녁의 때, 잠자리에 들 때가 있는 하루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때로 흐르는 사계절입니다.
 
과연 우리의 나이는 하루 중 어느 시점에,
사계절로 하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요.
 
과연 감사하며 인생 숙제 잘하며 은총의 때를 보내고 있는지요.
삶은 은총이자 숙제입니다.
 
은총에 감사만 할 게 아니라 주어진 숙제를 잘 해야 합니다.
 
숙제하지 않으면 학교에 가기도 싫고
학교에 가도 벌 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조마조마 하기도 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숙제하는 마음으로 매일 강론을 씁니다.
 
강론 없이 제대에 서는 것은 숙제하지 않고 학교에 간 기분과 흡사합니다.
 
인생에는 특히 죽음 시험에는 벼락공부가, 벼락숙제가 통하지 않습니다.
 
때에 맞게 미루지 말고 그때마다 인생숙제를 해야 합니다.
 
노년에 이르러 숙제 시작하면 시간 부족으로 낭패를 겪을 것입니다.
 
물같이 흐르는 시간
그때그때마다 주어진 인생 숙제를 잘하는 사람이
진정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인생 숙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 탕진하다 인생 마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우리의 끝기도 시 고백의 기도나,
매일 미사 전 고백의 기도는
바로 하루 인생 숙제 상황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고,
매년 대림의 새해가 시작되기 전의
위령성월과 연중 마지막 시기는
일 년의 인생 숙제를 점검해 보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영신사정을 세심히 배려한 교회 전례가 참 고맙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제 때에 맞게 인생 숙제 잘 하고 있는지요.

오늘 복음의 비유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분명해집니다.
자비하시고 공평무사하신 주인은
열종들에게 똑같이 한 미나의 선물을 주었는데 결과는 다 달랐습니다.
 
그대로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주님으로부터 똑 같은 은총의 하루를, 은총의 생애를 선물로 받았는데
숙제의 정도에서는 다 달랐습니다.
 
열 미나를 남기든, 다섯 미나를 남기든, 세 미나를 남기듯
최선을 다한 인생숙제면 됩니다.
 
결과의 양을 비교하시는 게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해 숙제 했느냐의
과정의 질을 보시는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심하고 두려운 마음에 한 미나 그대로 간직했다 내 놓은 종,
주인의 혹독한 심판을 받습니다.
 
전혀 은총을 활용하여 인생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 허망하고 어리석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인생입니다.
 
주님께 받은 은총 그대로 입니까
혹은 잘 활용하면서 인생 숙제 잘하고 있습니까?
 
우리를 향한 주님은 엄중한 물음입니다.
 
건강하고 힘 있고 살아있을 때
인생숙제지 나이 들어 기력이 떨어 질수록 숙제하기는 힘들어집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일곱의 아들들의 순교 중에도 믿음을 지켜 낸 이들 어머니 역시
평상시 얼마나 인생숙제에 충실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들입니다.
 
아들들 역시 어머니의 영향 아래 제 인생 숙제에 충실했기에
모두 거룩한 순교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음을 봅니다.
 
평소에 들어나지 않던 인생숙제의 정도가
죽음의 마지막 시험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들 어머니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옹감하게 견디어 냈으며,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했다 합니다.
 
참으로 내공 깊은,
하느님 공부에 충실하여 인생숙제를 잘했던 어머니였습니다.
 
임금은 마지막 아들 역시
‘조상들의 관습에서 돌아서기만 하면,
  부자로 만들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며,
  벗으로 삼고 관직까지 주겠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유했지만
그 아들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합니다.
 
살아서 죽은 삶을 살기 보다는
죽어서 하느님 안에 영원히 살기를 선택한 일곱 아들들이었습니다.
 
변절하고 살아간다는 것,
평생 계속되는 양심의 가책에
살아있으나 영혼은 죽은 삶이나 진배없을 것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 안에서 우리의 인생숙제 상황을 점검해보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모든 날,
  주님 집에 사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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