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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는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8 조회수486 추천수6 반대(0) 신고

 

1 마카 2,15-29

배교를 강요하는 그리스 임금의 관리들에게

마타티아스와 그 아들들은 용감히 맞선다.
그들은 부귀와 영화, 권력을 약속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임금의 왕국에 사는 모든 민족들이 그에게 복종하여,
저마다 자기 조상들의 종교를 버리고
그의 명령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나와 내 아들들과 형제들은 우리 조상들의 계약을 따를 것이오.
우리가 율법과 규정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소.
우리는 임금의 말을 따르지도 않고,
우리의 종교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겠소.”

 

..................................................................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는 것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아보니 알겠다.

 

단체 하나를 책임 맡아도 오른쪽 편, 왼쪽 편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에 서서 양쪽의 의견을 듣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양쪽의 입장이 나름 일리 있어서일 때도 있지만,

판단하는 사람의 성향, 입장, 사고에 따라

한쪽으로 자동 기울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딴에는 공정하게 키웠다 해도

저희들이 생각하기엔 그렇지 않은지.

가끔씩 불평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지구도 약간 기울어졌듯이

우리 인간의 마음도

조금씩 다른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것 아닌가.

 

어떤 인간도 항상 똑바로, 정 중앙에 서있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될 수 있는 한, 그 기울어짐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어떤 기울기로 기울어져있는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사태를 파악할 때마다 참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약간의 기울어짐이 있다고 절망적인 것도 아니다.

지구가 기울어졌기 때문에 사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듯이

올곧게 수직으로 서 있는 것보다(그럴 수도 없지만)

약간 삐딱선으로 기울기 때문에 세상이 더 다양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이 기울어져 극우, 극좌가 되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오늘 마타티아스는

"우리의 종교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겠소.”

하고 말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정말로 재미가 없는 것이 종교다.

이것도 저것도 다 상관없지 않냐는 상대주의나 자유주의도 히미지근하고,

내 것만 절대적이고 모두 아니라는 외골수의 근본주의도 정말 골아프다

 

하느님이 왜 지구를 약간 기울여 놓으셨는지....

근본주의자들은 생각해봤음 좋겠다.

하느님이 왜 지구의 기울기를 한쪽으로 고정시켜 놓으셨는지....

자유주의자들도 생각해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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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왼쪽으로 벗어나지 않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오른쪽 왼쪽이 딱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타티아스도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않겠다 하더니

야훼 신앙을 말살하려는 극좌(?)에 맞서

극우(?)의 행동을 불사한다.

 

그렇다.

왼쪽과 오른쪽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오른쪽에 있으면 나는 저절로 왼쪽이 되고

상대가 왼쪽에 있으면 나는 저절로 오른쪽이 된다.

 

 

조상들의 계약을 따르고, 

율법과 규정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항전하는 마타티아스 가문.

 

그들의 필사 항쟁으로 이스라엘은 짧게나마 독립을 얻었지만,

그들의 후예들은 그런 정신을 기필코 계승시켜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지켰지만,

그들의 후예의 후예들은 율법과 계율과 규정의 노예가 되어 중앙선에서 너무 너무 멀어져갔다.

 

열성이 필요할 때가 있고

항쟁이 필요할 때가 있다.

냉정이 필요할 때가 있고 

순응이 필요할 때가 있다.

 

  

 

 노선 표시가 없는 곳에선 더욱 바짝 긴장해 있어야 한다.

졸음 운전 해서는 안 되고 깨어 있어야 한다.

너무 왼쪽으로 주행하면 중앙선을 넘어 다른 차들과 정면충돌할 수 있다.

너무 오른쪽으로 주행하면 중앙선에서 너무 멀어져서 논두렁으로 추락할 수 있다.

 

경계선이 확연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나 사상, 이념도 그렇다.

극좌로 치우치면 다른 대상들과 정면 충돌하여 대파될 것이다.

극우로 치우치면 본질에서 멀어져 스스로 추락할 것이다.

 

 

무엇이 정도(正道)인가?

어디가 중앙(中央)인가?

 

그것을 알려주시려고, 예수님께서 오셨던 것이다.

잣대는 예수님이다.

 

법을 지키면서도 법을 초월하여 계신 분.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벗어나 있는 분.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고집스럽게 자신의 의지를 고수하는 분.

 

자신이 오른쪽에 섰는지,

왼쪽에 서 있는지를 알려면 예수님을 보라.

우리의 향도,

보라, 이 사람을 !!! 

(Ecce Homini)  

 

 

 

 

 

 


Bossa Baroque - Dave Gru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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