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자 김정화>
작성자송영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19 조회수652 추천수6 반대(0) 신고
 

 

경향잡지에 실었던 글입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김정화>


 예수라는 사나이는 우리랑 사람이 영 달랐나 보다. 우리는 우리보다 못나 보이는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고, 몸이나 머리가 부족한 사람을 보아도 좀 안됐다 싶을지언정,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 무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 우리네 부모를 따라 우리 새끼들도 학급에서 똑똑하지 못하고 모자라 보이는 친구를 왕따시키기 일쑤다. 그 새끼들이 커서 우리를 쏙 빼닮으면 어찌할까. 사천만 국민 중에 사백 오십만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인 우리를 어찌할까!

 그런 우리와 달리 예수는 사회에서 못난이, 병신, 죄인 취급당하는 사람들이 못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복음서를 읽어보면, 예수는 반신불수, 정신병자, 나병환자, 창녀, 세리, 죄인취급당하는 축들과 어울려 심란하게 구르다보니 먹보, 술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라나?

 팔년 전쯤인가 나는 잊을 수 없는 한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과 놀이 출판사 편집부 직원 정화 양과 고등학교 서무과 직원 한선 군이 결혼식을 올리는데 그 주례 목사까지 세 사람 모두 두 다리를 완전히 쓸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 목사 주례사가 지금도 또렷이 떠오른다. 이기심은 악이고 이타심이 선이라고, 위로 올라가려들면 지옥이고 바닥으로 내려가려들면 천당이라고, 바닥 사람들이, 병신들이 어깨 겯고 대양을 이루면 그것이 예수임을 명심하라고!

 정화는 정말 예쁘고 똑똑했다. 소화마비만 걸리지 않았더라면, 이름은 모르겠지만 광고모델로 제일 인기라는 여자 아이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마음씨도 짱이었다. 늘 쾌활하면서도 미소 짓는 모습이 그렇게 안온할 수가 없었다. 정화 덕에 우리 사무실 분위기는 늘 밝고 즐거웠다. 그런 정화는 장애우들의 단결과 나아가서는 정상인이라는 사람들의 진짜 장애를 치유하는 일에 몸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

 정화를 소개하는 데 참고하려고 오늘 인테넷으로 자기 소개를 좀 해달라고 했더니 10분 만에 답장이 왔다. 읽어보니, 내가 굳이 사족을 달 이유가 없어 간추려서 그대로 실어본다. 

 - 아프게 된 경위

 3살 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을 쯤에 심한 감기에 걸려서 예방접종 기회를 놓쳐서 소아마비에 걸려서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약간은 걸을 수 있었는데, 열 몇 살 때 수술을 하면 훨씬 나아질 거라는 말을 듣고 수술을 한 것이 영영 두 다리를 아주 못 쓰게 되었어요. 의사는 얼버무리고 말데요.(지체1급장애)

- 가장 기뻤던 일과 가장 슬펐던 일

 지금 다섯 살인 아들 정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가 가장 기뻤습니다.

 그리고 슬픈 일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물론 슬펐지만... 그래도 너무 비참하게 슬펐던 적은, 광주에서 직장 다닐 때 택시가 승차거부를 해서 몇 시간 동안 온통 비 맞고 눈 맞으며 내내 서있을 때... 슬펐어요.

- 남편과 관계에서 좋았던 일

 우린 장애가 똑같습니다. 등이 활처럼 휜 것도, 걷는 모습도, 움직이는 모습도, 다 똑같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너무 똑같아서 보완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요. 그래도 우리 식대로 뭐든 잘 꾸려가며 살아요. 이때까지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예쁜 아들 낳고 살아온 게 가장 행복해요.

- 아들 자랑

 부모의 처지를 너무 일찍 알고, 벌써 철이 들어버려서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아빠와 외출이라도 하려면 먼저 앞서가며 장애물을 치워주고, 조심조심 다니라고 하며... 엄마아빠가 할 수 없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많이 도와준답니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놀고 싶어도, 할머니가 계시지 않을 땐, 참기도 합니다. 아들 자랑을 하시라구 하지만, 너무 많아서 다 못 쓰겠네요. ^^

-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은 행복할 때도 함께 하는 게 당연하지만, 특히 어렵고 힘들 때 같이 하는 게 사랑이라고 봐요.

- 왜 사는지

 왜 사는지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부끄럽네요) 다만, 해질녘 아름다운 노을이나,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거나, 들녁에 피어있는 들꽃들, 파아란 하늘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변화를 발견할 때나, 그런 것들을 느끼고 볼 때, 그냥 제가 이런 모습으로라도 살아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의 희망

 우선 개인적으로 건강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게 희망입니다. 우리 정현이가 올바른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희망입니다.

 그리고 전 사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아서... 이제는 제가 받은 만큼 나눠가며 사는 게 희망입니다. 

- 기타 하고 싶은 말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인생인데요... 글로 쓰신다니... 많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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