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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81) 미안해서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26 조회수506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577         작성일    2004-02-29 오후 9:10:53
  

 

 

 

2004년2월29일 사순 제1주일 ㅡ신명기26,4-10;로마서10,8-13;루가4,1-13ㅡ

 

     (81) 미안해서

                               이순의

 

 

 

ㅡ행복ㅡ

흔히 사람들은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인생고락이 잘 풀릴 때 보다 풀리지 않아서 앞이 캄캄할 때에

하느님을 더 열심히 찾게 된다는 말을 한다.

그것은 아쉬울 것이 없다면

세상천지에 나보다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는 우리네 속담이 그 표현을 잘해주고 있다.

마실 물이 풍부한 사람이 우물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목마른 사람은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헛된 구멍도 더 잘 파게 되어있고,

고뇌가 많은 사람이 조급하게 되어 있다.

그만큼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유혹이나 근심에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허물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가진 것 마저 송두리째 잃을 수 있고,

남은 기운마저 몽땅 소진하고도 남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그 시험 기간이 짧은 사람도 있고,

해도 해도 하는 것마다 안 되는 사람도 있으며,

잘 견디고 순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낙심하여서 폐인의 길을 자초하는 인생 말종의 길을 가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간은 나약한 근성의 소유자이며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지극히 인간적인 삶의 방법들 안에서

인간적인 성취가 아닌 전혀 다른 극복을 보여주고 계신다.

일반적인 승리라면

제1독서의 젓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불러내는 고생이 아니라

이집트를 처 부수고 역으로 식민지를 세워 보복을 해야 마땅하다.

제2독서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마음으로 믿는 모든 사람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하느님 말고

나만의 주님,

내 믿음만의 주님이어야 한데도 불구하고 

복음서의 유혹들은 또 얼마나 답답한 상황을 전하고 있는지 모른다.

돌더러 빵이 되라 하면

산을 빵으로 만들어 배터지게 먹여 줬어야 하고,

절을 하라 하면

싸가지 없는 마귀를 이단 옆차기로 안 되면 팔 구단 옆차기로다가

한방에 꼬굴처서 무릎을 꿇게 했어야 하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라 하면

물 위를 걸어 다니기보다도 쉬운 구름 위를 뛰어 다녀버리면 될 것을

주님께서는 워째서 그렇게 한심스러운 문자만 쓰셔야 했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고생도 해본 사람이라야 남의 고통에 대하여 동정심이나마 발할 수 있게 된다.

굳이 성서학자들의 어려운 학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생고락을 격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주님은 그리스도이시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친히 사람이 되셔서

첫째 아들 아담의 범죄로부터 백성을 구원하시고자 오신 분이시다.

이루지 못 할 것이 없는 왕의 신분으로만 오셨다면

범죄 한 인간의 나약한 속성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아버지 하느님께서도 불안한 인간성의 고뇌와 갈등들을 인정하시고

성자를 통하여 성자와 함께

승리의 중심을 전능하신 아버지께로 돌리는 극복의 길을 선택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순시기의 말씀을 통하여

인간인 우리가 얼마나 낮아져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주님께서 신성을 드러내시기보다

지극히 나약한 인간성의 모습에서 확실한 믿음을 드러내시며,

인간적인 상황이 몹시 극악한 한계적 상태에서

아버지와의 일치를 더 크게 확신하고 계신 것이다.

복음서의 주님께서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목마르다고 해서 절대로 헛된 우물을 판다거나

솔깃한 마음의 조급한 어리석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이는 그리스도 자신뿐만 아니라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에게 곧고 확실한 믿음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인간세계의 수 없는 갈림길에서 시시때때로 방황하는 우리에게

단 한 번에 확신하는 완전한 믿음을 바라시며,

나머지의 이루심과 그 응답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구하라고 하시는

엄격한 명령이시기도 하다.

예를 든다면

목회 안수를 받고도 교회운영이 성에차지 않는다고 점집을 찾는 일이라거나,

시련이 왔다 해서 주님을 원망한다든지,

고통이 따른다고 해서 신앙생활을 달리해 보는 그런 인간성의 유혹을 물리치고

의심 없이 확고한 믿음을 친히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주님께서 전자의 예시처럼

산을 빵으로 만들거나,

이단 옆차기로 마귀를 꼬꾸라뜨리고,

구름을 타고 날아 다니셨다면,

주님을 믿는다는 우리 모두는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아버지께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한계적 노력에 대하여

간구하지도 소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주옥같은 눈물을 봉헌할 이유나 가치조차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께서 빵만을 구해 살지 말라고 하신,

곧 물질만을 구해 살지도 말고,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집착하지도 말라는 말씀으로

주님 친히 낮추고 낮추셔서 얻고자 하는 것을

높은 데에 계시는 분께 구하라고 보여주시는 모범이시다.

나는 한 없이 나약한 인간성의 소유자이면서 또한 사회적 동물이다.

더구나 사회적 공존의 안목을 이기고 초연해서 살 수 있는 인간은 절대로 아니며,

대단한 용기를 가진 기인은 더더욱 아니며,

내가 믿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높은 사람이고 싶을 뿐이다.

내가 이루고 있는 관계 안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본성을 발휘하고 싶지도 않다.

그것이 학력이든 재력이든 권력이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주님의 시각과 안목의 높이에서

아버지의 뜻과 아버지의 목적과 아버지의 수단을 아끼지 않고

아버지의 계획대로 이루어 놓으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코 나의 사심이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님의 마음대로 이 길을 주셨기 때문에

오직 순종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다만 유혹에 허물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운을 엉뚱한 곳에 소진하지도 않고,

인간적인 고뇌 보다는

우리 주님 그리스도처럼 승리를 향한 극복의 길을 가고 싶을 뿐이다.

주님의 복된 말씀처럼

나는 아직도 그 희망의 모든 에너지를 아버지 하느님께 의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만큼 빵을 많이 먹을 수 없었으므로,

남만큼 커다란 집을 가져보지 못 했으므로,

남만큼 잘나보지 못 했으므로

언제나 주님을 찾아 그 한계적 위로를 구하고자 했을 것이다.

빵을 달라고 머문 것이 아니라

빵을 못 먹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 해 드렸고,

집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셋방살이 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졸이는지 전해 드렸고,

잘나게 해 달라고 때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잘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왜 궁상맞아야 하는지를 나누어 드렸고,

항상 아버지와 함께 세상살이에 관하여 정담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주님의 충실한 전령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아버지께서 나를 항상 당신 품안에 두고 싶으셔서 주시는 시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함께 머물렀기 때문에 행복 했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뜻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나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한 조카가 나만 보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젊은 조카보다 늙은 이모가 좁은 집에 살기 때문에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주님께서 조카에게 주신 몫이고 이건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몫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몫이 달랐다면

친정아버지께서 천상아버지의 부르심을 일찍 받지 않았을 것이고,

친정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는 날로 막내 인생의 몫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에 주님께서 얼마나 내 곁에 오래 머물러 계셨는지를!

그래도 그 조카가 고마울 뿐이다.

나를 그렇게 절절히 배려해 주는 마음이 눈물 나게 고마울 뿐이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서 송구하다.

오늘의 복음을 보며 내가 왜 더 행복한지를 조카도 알 수 있기를........

 

 

 ㅡ"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예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떠보지 마라." 루가4,1-13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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