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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어린이 남매>
작성자송영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06 조회수399 추천수1 반대(0) 신고
경향잡지 '아름다운 사람들' 난에 실었던 글입니다.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어린이 남매

                이강산・소영과 그 부모>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이 당신께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제자들을 나무라면서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르 10,14-15) 라고 말씀하셨다.

 예수 시대 그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는 대개 그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린이는 사회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고들 여긴다. 그래서 어린이는 사회에서 내세울 것 없는 약한 사람들, 따돌림 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어린이처럼 자기 자신을 비운 가난한 사람이라야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기가 쉽다.

 우리나라 부모들 대부분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사람취급하지 않는다. 사실 사람은 태어나서 성년이 될 때까지가 몸과 마음과 정신이 자라고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가장 소중하고 찬란한 인생기간이다. 그런 자녀의 인생기간을 우리네 부모들은 유치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과외를 시켜 소진시키고 빼앗아버린다. 입시지옥에 처넣은 채 부모로서 할 일 다 한 양 안심한다. 그런 우리네 부모들 탓에 학교 폭력와 청소년 자살 문제 등이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아이들은 우리 부모들 인격을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학교문화와 청소년문화는 우리 어른들 사회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아주 꼬마둥이들과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자기 집 형편과 시험성적에 따라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만들고 있는 범인이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다.  

 내가 나다니는 모임이 하나 있다. 한국가톨릭노동사목 광주지부에서 일하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친목을 다지고 노동자 문제와 사회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그 모임에 강미순(38세)이라는 여성 동지가 있다. 늘 밝고 쾌활한 미순 씨는 1990년부터 광주 노동사목에 들어와 활동하기 시작했다. 일용직 목공 일을 하는 순하고 착하기만 한 이장열(40세)와 결혼을 한 다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짜리 아들 강산이와 2학년 아홉 살짜리 딸 소영이와 더불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언젠가 미순 씨가 자기 아이들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는 것을 들었다. 건물 청소원으로 일하는 미순 씨가 점심시간에 그리고 일과시간이 끝난 다음 광고지를 한 장 당 20원 받고 돌리는 데 한번은 강산이와 소영이에게도 아파트에 광고지를 붙이도록 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강산이와 소영이가 펑펑 울면서 엄마한테 와서 경비 아저씨가 붙여놓은 광고지를 따 떼어 오게 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일러바쳤다. 훌쩍이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달래서 집에 데려왔다. 그런 다음부터 강산이와 소영이는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는지를 생각하고 용돈을 거의 타지 않으려 애썼다.

 또 소영이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여러분은 똑같이 예쁜 어린이들이니까 잘 사는 집 어린이와 어렵게 사는 집 어린이가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 별로 없으니까 많이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기 것을 나누어주어야 해요.”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버거운 선생님 말씀을 제 딴에는 어렴풋하게나마 감명 깊게 들었던지 소영이는 주변의 어려운 집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한사코 무엇인가 주려고 안달을 했다.

 강산이는 학교에서 딱히 반장을 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반장을 하면 떠든 친구들을 선생님께 일러바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돌아가면서 하는 반장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 강산이가 인기가 있었던지 친구들이 말을 잘 따라주었다. 선생님도 강산이가 반장 역할을 잘 해냈다고 칭찬했다. 강산이는 평소 우쭐대지 않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면 반장과 같은 책임도 너끈히 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미순 씨와 이장열 씨 부부는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참 훌륭한 부모 같다. 강산이와 소영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학원은 보내지 않고 앞으로도 보내지 않겠다고 하지만, 자녀가 올곧고 따뜻한 마음씨를 키우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정말로, 남들보다 공부 잘 시켜 성공하고 출세하게 하려는 욕심은 털끝만큼도 없다. 자기들처럼 열심히 일해서 살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기쁘게 해 주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을 따름이다.

 미순 씨 가족 말고도 그와 닮은 가족들이 숱하게 많다. 그런 부모들과 자녀들이 우리 사회와 인류가 살길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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