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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95) 그들이 떠날 때 듣는 말!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09 조회수386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810         작성일    2004-04-08 오후 5:07:54 
 
 
 

 

   (95) 그들이 떠날 때 듣는 말!

                                                        이순의

 

나는 곧 이별해야 할 일이 두 번씩이나 있다.

한번은 4년에서 조금 모자라게 같이 살아 온 옆방 새댁과의 이별이고, 한번은 오랜 친구

가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말을

댁과 친구에게서 듣게 되었다.

 

얼마 전에 새댁이 아침 밥상 앞에서 남편이 하던 소리를 전해 주었다.

"언니, ##아빠가 그러는데요. 서울 살이 하면서 저런 이웃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고요. 별 말이 없던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제 마음이 좀 그렇데요.

늘 언니한테 감사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런 말을 들었다.

"나이는 나 보다 한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항상 언니처럼 최선이었어. 항상 최선인 사람

에게 뭐라고 표현하기도 미안해. 정말 나에게 할 만큼 해 준 사람이야."

생각해 보면 참으로 부끄럽지만 기분이 좋은 말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가진 것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내가 넓은데 살아서 자주 초청할만한 형편도 아니

고, 그렇다고 말투가 나긋나긋 하지도 않고, 성깔 또한 굽히거나 휘지를 못 하고 뚝하고

부러져 버리고 마는데 무엇이 좋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좋았을까?

 

새댁에게는 오히려 귀찮게 한 것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새댁신랑까지 나서서 다시 만나

어려운 이웃으로 꼽다니? 친구에게는 서로 어려운 마음을 다독이며 살아 온 터라

해준 게 없는데 뭔지는 모르지만 받을 만큼 받았다고 하다니? 칩거 중인 나에게 유일한

방문지가 된 새댁 집과 유일하게 나의 모든 아픔을 들어준 친구가 오히려 나에게 고마

워하니? 나는 새댁과 친구에게 그들보다 먼저 그런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다. 그냥

살아 온 대로 하루면 몇 번씩 새댁 집 문지방을 드나들고 별일도 아닌 시시콜콜한 훈

를 하고 돌아온다. 멀리 가게 되었다는 친구에게 "태극기~~"영화 보자고 꼬드겨서

이런저런 푸념만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들이 떠나는 입장에서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했던 것이다.

 

오늘은 성 목요일이다.

주님께서 떠나실 준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마지막 말과 행위를 보여주신다.

섬기라는 것!

발을 씻어 주듯이 항상 섬기라는 뜻!

죽을 고통과 슬픔을 몰라줄지라도 마지막 잔칫상을 마련해서 나누라는 가르침!

 

새댁은 이 집에 이사 와서 만났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젊은 신세대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웃이다. 젊은 세대답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아직은 이상이 더 높은 꿈의 세대다. 그런 새댁이 나를 만나 현실을 알아가고, 이루어야

이상 보다 생명을 키우는 엄마의 중요성을 세뇌 당하느라고 고생이었다.

친구는 옛날에 서로 봉헌의 삶을 주님께 드리고자 소속된 공동체에서 만났다. 여차여차

한 내막은 밝힐 수 없으나 속어를 빌리자면 봉헌의 삶을 친구는 차고 나왔고 나는 채여

서 나왔다.(^-^) 그런 친구와는 서로 못 할 말도 못 할 비밀도 없이 신앙과 세상살이 안

에서 오는 내면의 갈등들을 서로 보듬으며 살아왔다. 그렇게 가까운 두 사람이 떠난다.

떠나면서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나는 그냥 쉬이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안절부절 이다.

 

주님께서 떠나실 일을 모르고 있는 제자들은 그냥 좋아서 만찬 상에서 즐겁다. 발뿐만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 씻어달라고 하면서 주님과 상관있는 사람이고 싶어 한다. 주님께

서 떠나신 다음의 제자들에게는 지금까지 주님을 의지해 살아온 방식이 아닌 직접 가야

하는 주님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도 새댁에게도 친구에게도 또 다른 인연의

길이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살아

가는 데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나 좋으면 남도 좋은 법이다."

내가 새댁을 만나서 좋았으므로 새댁도 좋았고, 내가 친구를 만나서 좋았으므로 친구도

 좋았던 것이다. 주님께서 세상에 오셔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서 좋았으므로 어머니도

 좋아 하셨고, 아버지 요셉을 만나서 좋았으므로 아버지도 좋아 하셨고, 제자들을 만나

너무너무 좋아하시고 사랑하셨으므로 제자들도 주님과 눈도장이라도 한 번 더 찍으려

고 만찬 상에서 조차 철없는 법석을 떤다.

새댁도 친구도 그들이 좋았으므로 내가 좋을 수 있었다. 새댁과 친구가 나에게 해 준 것

처럼 그들도 좋은 것을 받으며 새로운 이웃과 기쁘게 살기를 바란다. 새댁도 친구도 그

렇게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는 착한 이웃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웃이었어요. 늘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최선이었어요. 정말 잘 해 주었어요."

새댁과 친구가 떠나는 날에는 이렇게 좋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다시 한 번 결심해 본다.

 

ㅡ그런데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요한13.14~15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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