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진묵상 - 여름 날의 일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9 조회수598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여름 날의 일기
                                      이순의
 
 
 
그 동안에는 씨 심기를 수작업으로 했습니다.
그런데요
짝궁의 말로는 처음 짝궁이 산으로 갔을 때는
한 구멍 한 구멍 수작업으로 씨를 심는데도
아주머니 한 분이 하루동안 평균적으로 200평의 씨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력은 점점 고령화 되고
평균 1인당 150평까지는 농사를 지을만 한데
점점 어려워지더니
평균 100평으로 떨어지고
제가 산으로 가서는 70평 심기도 어렵게 되고 보면
50평도 심기 어려운 분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요.
더욱 큰 문제는요.
200평을 심을 때는요. 그 아주머니들의 연령대가 
그래도 아주머니라고 불러드릴 수 있는 연배시라서 
집중력이 뛰어났더랍니다.
그래서 정확히 한 구멍에 두알씩 넣었더랍니다.
그러니 솎음을 할 때도 22명이 5000평을 하루에 솎음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더랍니다.
그런데요.
제가 산으로 가서는 도저히 그 숫자로는 5000평을 하루에 솎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림도 없었지요.
그러니 짝궁은 저에게 일을 잘 못 굴린다고 야단만 치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분들의 실력은 현격히 노화되고.....
솎음에서 드러나기를 
인력의 노령화는 집중력 또한 뚝 떨어지고
한 구멍에 열 알, 열다섯 알, 스무 알씩 넣어버리는.......
그러니 한 번에 한 포기 솎아내는 것은 한 번에 솎음이 되지만
한 번에 열네 포기, 열아홉 포기를 솎아 내려면
손이 여나무 번은 들락 날락 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하루에 1500평 씨 심기도 어렵지만 
하루에 2500평 솎기는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농사지어서 인건비 감당이 안되지요.
더구나 총각무는 배추나 무와 달라서
뽑아서 한 알 한알 모아서 묶어야 팔 수 있는데
그 또한 노령화된 노동력으로 작업을 해야하는 품목이라서
인건비에 녹아내려서 농군은 목을 매 죽을 품목이지요.
결국에는 거금을 들여서 트렉타를 장만했습니다.
워낙에 고가이다 보니
올해는 벌이가 더 적은 것 같은 체감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아주 비싼 트렉타를 샀습니다.
 
 
 
 
기사님께서 로타리를 치시고 파종을 하시고
하루에 1만평 정도는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짝궁은 수작업의 효율성을 익히 알고 있는터라서
그 능력은 인정하나 일의 내용에는 기계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도 저는 사람이 사람의 노동력을 사서 하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든지요.
일단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기사님을 꼬드겼지요.
<기사아~니~임~! 오이 좋아하시던에요~~오~~옹. 오이 심어 드릴께 집에 작은 텃밭 좀 갈아 주세요~오~옹~ 꼬~오`옥 부~우~탁 해요~오~옹>
기사님께서는 철씩 같이 약속을 하셨습니다.
꼭 해 주신다고.
그래서 여기 저기 아짐들이 심고 남는다고 주신 모종들을 얻어다 놓고,
모자란 것들은 장날 장에 나가서 사다가 그늘 밑에 옹기종기 모셔 두었습니다.
아침에 들에 나가실 때 잠깐 갈아주시려나 하고 보면 그냥 나가시고
저녁에 들어 오실 때 잠깐 비벼주시려나 하고 보면 이내 식사 중이고
아침에는 나가는 시작에 걸리적 거릴까봐 말을 못하고
저녁에는 하루 종일 고단하게 일 하고 들어왔는데 미안해서 말을 못하고
그러다보니......
정해진 면적에 파종이 끝나고
아무 생각없이 기사님은 가셔버렸습니다.
다음 번 파종 날이 정해지면 오실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늘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종들을 말려서 죽일 제가 아니질 않습니까?!
트렉타 사용 설명서를 가져다가 이틀을 읽었습니다.
이상한 기계모형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제 3세계의 도형 같았어도
무조건 무조건 잠도 안자고 줄 그어가며 열심히 여얼쉼히 이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는
트렉타의 운전대 앞에 앉아서 그 번호 순서 대로
한 번에 한 가지씩 작동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 집옆의 너른 빈 밭으로 운전을 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여러 번은 겁나게 무서웠지만
로타리 날을 내려 흙을 가는 법이라든지
회전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가지 기능 들을 실험하고 복습하였지요.
그리고.......
하루의 해가 질 무렵에
그 작은 삼각형의 텃밭으로 트랙타를 몰았습니다.
네모도 아닌 세모의
큰 밭도 아닌 작은 텃밭을
그렇게 큰 트랙타로
어떻게 잘 갈아야 할지를 연구하며 트랙타를 움직여 보았습니다.
만족입니다.
 
 
 
 
 
 
그리고 골을 잡고
비닐도 쒸우고
오이도 심어서 지주대도 세우고
토마토도 심고
고추, 가지, 상추, 치커리, 들깨, 아욱, 갓, 배추 몇 포기, 감자, 호박, 고구마......
다 기억은 안나지만 별거별거 다 심었습니다.
아! 적채도 심고, 양배추도 심고......
아저씨랑 둘이서
제 손으로 직접 모두 모두 심었습니다.
 
 
 
 
 
 
입은 많은데 풋고추 한 팩 사다 놓아봐야 게 눈 감추듯이 없어지던데
더구나 문제는 유통과정이라는 시간적 이유로
맛이 없다는 불평들이 이어지던데......
그래서 작년에 겨우 몇 포기 풋고추 심어 보았더니
그 몇 포기가 주는 결실은
그 입맛들이 알아서 손을 내밀 때마다
따도 따도 또 딸 것을 주었던 고추나무가 아니던가요?!
그래서 올 해는 더 여러 포기를 심었고
땡초인 청향고추도 따로 더 심고
종류도 이것 저것 별거 별거 다 심었습니다.
 
 
 
 
 
 
 
시장에서 사는 브로컬리는
아주 작은 한 개라도 값이 비싸서 쉽게 사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혼자 트랙타 공부해서
그렇게 얻고 구한 모종들을 말리지 않고 심은 보람들을
톡톡히 충분히 해 주고 있었습니다.
따도 따도 딸 것이 있고
뜯어도 뜯어도 뜯을 것이 있고
먹어도 먹어도 먹을 때마다 싱싱한 먹을 것이 널려 있었습니다.
저 브로컬리들은 제 때에 다 못 따 먹어서 꽃이 피어버리기도 했으니......
 
 
 
 
  
 
맨 마지막에 캔 것은 첫 서리가 내린 후에
고구마였어요.
봄에 산으로 들어 갈 때 시장에서 고구마 한 상자를 사갔는데
먹다가 먹다가 바빠서 몇 개를 다 못 먹고 상자 안에서 싹이 났었지요.
그걸 그대로 땅에 묻어 두었다가 싹이 올라오고
싹이 자라서 줄기가 되고
그 줄기를 잘라서 그 작은 세모 텃밭의 귀퉁이 빈 자리에
그리고 심은 감자가 다 올라오지 못하고 몇 구멍 죽은 자리에 꽂아만 두고
가을이 되었지요.
서리가 왔으니 얼기 전에 굉이질을 하였더니
고구마가 대갈빡 만큼씩 해서.......
와~! 옹골지고!
 
 
 
 
 
있잖아요.
밭을 갈아 주기로 한 약속을 깜박 잊어버린 기사님께서도 놀라셨는데요.
더욱 놀라신 분은요.
트랙타를 파신분이 오셔서
책만 보고 이 세모모양 밭을 로타리 첬다는 소리에
지금까지 트랙타 팔아서 책만 보고 혼자 로타리 치신 분은 처음이라는!!!!!!!
하하하하하하하!
기사님께서 바쁘실 때는요.
제가 먼저 초벌 로타리 처 놓고 기다리기도 해요.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하느님 크시도다.
 내 영혼 주를 찬양하기리 크시도다 주 하느님~> 
 
 
 How great thou art (스웨덴 민요),주 하느님 크시도다.  
 
-음악이야기방에서 박현주님 것 얻어왔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