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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0 조회수973 추천수14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대림 제 4 주일 -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

 


 

 

이번 여름에 제가 지내던 곳은 산속에 있는 한 수도원이었습니다. 그 곳에 있다 보니 제가 어떤 성당의 보좌로 있을 때의 일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그 때 주임신부님께서 그 수녀회의 지도신부를 맡고 계시기 때문에 주임신부님과 함께 그 수녀원의 수련소에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련소는 제가 머물던 곳 바로 위쪽에 있었지만 경사가 매우 가파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운전을 했었는데 신부님은 그 밑에서 걸어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과일과 여러 가지 무거운 것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수련자들보고 들고 오라고 시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운전병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연세가 드신 분이 그러자고 하시니 순명하기로 하였습니다. 올라가서 수련장 수녀님께 수녀들을 몇 명 내려 보내서 과일을 들고 올라오게 시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내려와서 차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과일 한 박스를 여자 둘이 들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고 저는 힘들어하는 예비수녀들을 보며 그것을 차에 다시 실으라고 하고 그들을 태우고 수련소 문 앞까지 올라갔습니다. 수녀들이 어찌나 좋아하든지 저도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다가 주임 신부님의 얼굴을 보고 순간적인 영웅 심리는 한 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주임신부님을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그것에 대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저는 그 일로 돌아오는 내내 불편했고 그것이 꽤 오래 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가 한 결정은 이웃사랑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비수녀들을 덜 고생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고 그것보다는 이웃사랑이라는 핑계로 내가 주임 신부님을 넘어서고 또 내가 잘나 보이기 위한 것이 더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사건이었지만 저에게 큰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못한 이유는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행동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에덴동산의 행복을 잃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하는 벌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저의 교만으로 저만 인정받고 드러내려다가 순종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엔 저 자신도 기쁨과 평화를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는데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시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유일한 계명,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하신 것과, 또 요한 사도의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이웃사랑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또 이웃사랑과 하느님사랑은 결국 같은 것이니 이웃을 열심히 사랑하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물론 다 맞는 말이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성부와 성자께서는 한 분이시고 동시에 존재하시는 분이시지만 ‘질서’가 있습니다. 성자는 성부의 다음에 오시고 성부께 순종하시지만 결국 두 분은 성령, 즉 사랑 안에서 한 몸을 이루십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이 하나이기는 하지만, ‘질서’, 혹은 ‘순서’는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질서 상으로 과연 무엇이 먼저인지를 알려줍니다.

 

오늘 우리는 성모님께서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한 복음을 듣습니다. 성모님의 인사를 받자 엘리사벳과 뱃속의 아기 요한이 성령으로 가득차서 기뻐 뛰어놉니다. 지금까지는 유일하게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에게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라고 인사를 받았는데 이제는 엘리사벳도 성령으로 가득차고 태중의 아기도 기뻐 뜁니다.

기쁨은 성령의 열매이므로 그 태중의 아기도 성령으로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태중에 잉태되시기 이전에 성령으로 가득 하신 분이셨습니다. 왜냐하면 원죄까지도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깨끗한 곳을 좋아하는 분이셔서 죄로 더럽혀진 인간 안에는 오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엘리사벳과 미래의 세례자 요한이 될 아기에게서 성령님으로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이는 그들의 죄도 사라졌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성모님과 가까이 했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성령으로 불타는 나무와 같아서 옆에 가기만 하여도 그 불이 옮겨 붙고 나쁜 것을 다 태워 사람을 정화시키고 성령으로 가득 차게 합니다. 바로 성모님을 통해 세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기쁨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성모님도 당신을 통해 위대한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기쁨으로 찬미합니다. 오늘도 성모님은 당신을 통해 새로 태어난 하느님의 두 자녀, 즉 엘리사벳과 아기 요한을 보며 당신도 기뻐 마니피캇을 노래합니다. 이 마니피캇은 찬미한다는 뜻입니다. 특별히 미사의 분위기가 바로 성모님의 마니피캇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한 마디로 말하면 성모님의 ‘이웃사랑실천’입니다. 성모님은 자신의 사촌 엘리사벳이 잉태한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는 천사의 말을 의심해서 그것을 확인 차 방문한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많았기에 걱정이 되고 또 당신 태중의 그리스도의 수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방문한 것입니다. 어쩌면 성모님은 그렇게 몇 달 지내다 가면 나중에 요셉이 자신의 잉태를 알게 되면 더 큰 오해를 하게 될 것도 이미 짐작하셨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더 필요한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이웃 사랑은 하나의 희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열매”를 태중에 잉태하고 계셨습니다. 사랑은 겸손이고 순종입니다.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여 순종하지 못하고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엘리사벳 방문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 성자께서 함께 움직이시지 않는다면 어떤 이웃 사랑도 한낱 껍데기로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아버지가 없는 아들의 단독적인 구원도 있을 수 없고 남편이 없는 아내의 단독적인 자녀사랑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이웃사랑도 하느님께 대한 순종이 약해지면서 동시에 약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그 때의 제가 한 행동은 잘못 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사랑의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항상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택해야합니다. 그 때도 저는 주임 신부님의 말씀에 순종했어야 옳았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더 먼저 중시해야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만약 성자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겠다고 아버지의 뜻을 어겼다고 합시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장나고 맙니다. 그러나 오늘의 성모님의 예에서처럼 먼저 하느님과의 관계가 좋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시면 어떤 행동을 해도 이웃사랑이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먼저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해서 이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우리에게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기쁨’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기쁨은 성령님의 열매입니다. 성령님은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러나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겸손한 사람은 불평하지 않고 모든 일에 만족하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성모님께서, 겸손하셔서 ‘감사’할 줄 아셨고, 그래서 ‘기도’ 중에, 받으시지도 않아도 되는 고통을 인류 구원을 위해 성자와 함께 받으시기로 결심하셨고, 그렇게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며~ ”라고 마니피캇의 ‘기쁨’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우리는 이웃사랑을 위해서라도 하느님과 먼저 온전한 관계를 회복해야함을 알았으니 이제는 우리의 결정과 노력만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성탄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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