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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16) 나무 깎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19 조회수365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162       작성일    2004-06-01 오전 11:37:00 
 
 
 
2004년6월1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ㅡ 베드로 2서3,12-15ㄱ.17-18;마르코12,

13-17ㅡ

 

    (116) 나무 깎기

                              이순의

         

ㅡ순교자ㅡ

날마다 작은 나무를 깎고 있다.

어느 날은 끓는 물에 삶기도 하고,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소금물을 칠하느라고 손바닥이 절어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식초를 바르느라고 냄새와 전쟁 중이다.

 

그리고 또 건조를 시켜서 열심히 깎는다.

 

다듬는 정도이지 근사한 모양을 내거나 조각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작은 막대기 몇 개를 주어다 놓고 씨름을 하고 있다.

매끈매끈 반질반질하게만 만들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도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막대기 몇 개를 주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허름한 끈으로 묶어서 들고 전철을 탔다.

"그거 무슨 나무유? 어디에 좋은 약이래유?"

"그거 뭐하구 같이 달여 먹어야 좋다우?"

"어디서 구했수? 나도 좀 알읍시다."

"요새는 약재도 귀하다는데 좋은거유?!"

 

낮 시간의 어른 승객들은 초라한 나뭇가지 몇 가닥에 나름대로 보약타령들을 하셨다.

내가 보아도 진짜로 볼품이라고는 한 치도 없는, 반은 썩음 털털하고 반은 벌래가 갉

아버린 나뭇가지를 보약이 아니고는 들고 다닐만한 나이의 아지매가 아니지 싶으다.

그러니 전철안의 사람들은 무심히 넘기지 못하고 신경이 선다.

 

앞으로도 여러 날 동안 계속 잘 다듬어서 참기름도 발라야 한다.

어느 날에는 하루 종일 참기름을 바르고 또 발라야 한다.

그 막대기 하나하나에 주머니집도 만들어서 담아줘야 하고.

명패도 인쇄를 해서 달아줘야 하고.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워낙 썩은 부위가 많고 허름한 막대기라서 쉽지가 않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데치고 소금에 문지르고 식초를 바르는 이유는 병과 해충을 방지

하기 위해서다.

오래오래 썩지 말라고 참기름도 바를 참이다.

 

성지에 갔더니 380년 된 고목이 죽어 있다.

절단 된 몸통만이 성인들의 한 많은 순교현장을 기억하고 있다.

주변에는 이미 분토된 잔가지들만 성인들의 유골처럼 널려있다.

탁탁 쳐보니 이내 흩어져 가루가 된다.

 

부서지지 않고 남아 준 몇 가지를 주어다 깎고 있다.

피 흘린 신앙의 전리품을 애장하고 싶어서다.

먼저 짝꿍이랑 나랑 하나 갖고, 우리 아들에게도 하나 주고, 또........

신앙에 보신을 삼으려 한다.

 

그 때는 무성한 푸르름이 주님의 이름으로 사각사각 울어 주었겠지?!

한국의 성인성녀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ㅡ아멘ㅡ

 

ㅡ"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하

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의 말씀을 듣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마르코12,17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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