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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25) 워째서 간섭허고 난리당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31 조회수326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306       작성일    2004-06-22 오후 12:25:51
 

2004년6월22일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놀라의 성 바울리노주교 또는 성 요한 피셔 주

와 성 토마스 모어 순교자기념ㅡ열왕기하19,9-11.14-21.31-35ㄱ.36마태오7,6.12-14ㅡ

 

    (125) 워째서 간섭허고 난리당가?

                                                    이순의

 

 

여러 날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내 방에 간직해 두었다.

 

<쏟아지는 눈물!

어제 밤부터 어머니 집에 전화가 되지 않아서 새벽부터 전화기를 들고 씨름을 했다.

전화기의 응답은 정오가 되어서야 가능 했다.

 

"어머니 회사에 못 다니게 되었어도 쓰레기 줍지 마세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래도 남편 버리고 집 나가는 며느리들에 비하면서 행복이다 하고 사세요.

제가 어떻게든지 어머니는 책임질 거니까 너무 고적해 마시구요.

점심때랑 저한테 오셔서 점심도 드시고 그러세요.

그 동안 저도 아범하고 사느라고 벅찼었어요.

어머니께 잘 해드리지 못 해서 죄송해요.

어머니 동네에서 폐지 줍지 마세요.

어머니 쓰실 용돈은 꼭꼭 챙겨 드릴게요.

올해는 아범의 일이 잘 될 거예요.

회사에 못 다녀도 거리에서 폐지 줍지 마세요.

제 가슴이 너무 아파요."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하지 못 했다.

 

"에미야!

폐지 줍는 것을 어디서 봤냐?

회사 다니다가 갑자기 놀으니께 갑갑혀서 그려!" 

내 걱정 말어. 너 몸 아픈거나 걱정해!

회사 그만둔지 며칠 안 되야. 늙었다고 써먹을 데가 없다고 헌다.

그라고 퇴직금 있은께 아직은 너 힘들게 허고 잡지 않다.

너가 시집와서 고생을 너무 많이 혀서 내가 더 미안허다.

어쭈꼬든지 너 몸 단속해라."

 

어머니 생각에 먹는 약도 목이 메었다.

이런 날에 하늘을 우러러 머리 둘 곳이 없다.>

 

그 후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횟수가 잦아졌고, 이것저것 여쭐 것도 많아졌다.

언제나 가슴 한편에 입력 저장된 불쌍하다는 의식은 내 양심의 바닥을 후벼 놓는 갈고

리와 같다.

남편을 보며 불쌍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한한 측은지심이 깊게 깔려있다.

그 바닥에는 도시 빈민의 표본 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든지, 가난의 생활고를 벗겨

드린다든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공 해 드리지 못하는 불효의 심정도 넘지 못 하는 철

이다. 

 

그런 어머니께서 오랜 일자리를 물러나신 것이다.

당연히 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당연히 어머니 사시는 일상을 편케 해 드려야 하고, 당

연히 어머니의 남은여생을 보장해 드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러지를 못 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가시방석이요, 숨을 쉬어도 바늘 끝이

쑤셔온다. 그래서 수시로 전화를 드려 이것저것 안부를 묻고 거리의 폐지들 줍느라 힘

들어 하지 마시라는 청을 드리곤 했다.

 

그러나 며칠 동안은 그러마고 하시더니 거듭된 요청이 잦아지자 대뜸 으름장을 놓으

셨다.

"워째서 간섭허고 난리당가?

 가만히 있으면 늙어서 안 아픈디가 없는디 운동 삼어서 움직이고 나면 아픈디도 없어

지고 내 자유도 있는디 계속 간섭 할라냐?

그만 둬라. 내 몸 놔버리기 전에는 내 자유대로 놔둬라.잉!"

 

아직 장가를 들이지 않은 자식하고 살고 계시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으시고, 독립해서

당신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가시고 싶은 대로, 움직이고 싶은 대로, 사시는 자유를 간섭

받는 것이 싫으셨나보다.

그러고 난 후로 어머님께 이러세요 저러세요 라고 말씀 드리지 못 했다.

저 모습이 어머니의 자유라면 기운이 더욱 쇠잔해 지시기 전까지는 보장해 드려야 될 

것 같다.

 

참으로 인생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

참으로 산다는 것이 내 뜻과 같지 않다.

성당의 노인대학도 싫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세례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대세로나 허락하실지 모르겠다.

아직은 어머니 마음대로 살고프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

 

ㅡ너희는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마태오7,12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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