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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서영남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5 조회수354 추천수1 반대(0) 신고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2010년 02월 09일 (화) 12:18:45 서영남 syepeter@gmail.com
 

   
▲ 사진 출처/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

이처럼 좋은 쌀로 아이들에게 밥을 해 먹인다면

하느님께 자기 삶의 주도권을 맡겨드리면 덤으로 자유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열게 된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오학년인 예쁜 금지는 슈렉 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본 적도 없습니다. 레고라는 장난감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꿈이라면 입이 터질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고 잠들고 싶다고 합니다. 이런 어린이들을 위한 무상급식 또는 무료급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싶어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조그맣게 시작했습니다.

지난 해 어느 날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홈 페이지를 운영하는 단체에서 제안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으로 생산된 유기농 쌀을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서 후원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으로 재배된 유기농 쌀로 밥을 해 드리면 우리 손님들이 참 좋아하시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처럼 좋은 쌀로 아이들에게 밥을 해 먹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마음만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홈 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난리가 났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쌀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정중하게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민들레국수집 은행계좌로 모금한 돈이 들어왔습니다. 다시 돈을 돌려보냈습니다. 마음만 받기로 했습니다. 그 돈은 다른 곳으로 후원해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덕택에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하고 봉하마을 오리농법으로 생산한 유기농 쌀 후원하는 문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어린이라면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을 차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또 일을 벌인다고 핀잔을 들을 각오를 하고 어렵게 베로니카와 모니카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베로니카와 모니카가 아주 좋다고 합니다. 베로니카는 내일 당장 민들레 꿈 공부방이 있는 집의 아래층 빈 가게를 얻자고 합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이 있는 건물은 삼층입니다. 제일 위층에 조그만 공부방이 있습니다. 일층의 가게가 비어있습니다. 채소가게를 하던 곳이었는데 장사가 안 되어서 할 수 없이 문을 닫은 곳입니다. 그 가게를 얻어서 아이들을 위한 식당을 차리면 참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식당, 아주 멋진 생각이라고

모니카도 어린이들을 위한 식당은 아주 멋진 생각이라고 반가워합니다. 공부방에 있을 때면 동네 아이들이 배고파하는 것을 자주 보고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일곱 여덟시인데도 저녁을 먹지 못한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맞벌이하는 엄마나 아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아이들과 차상위 계층의 아이들은 그나마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눈칫밥을 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무료급식을 받으면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처럼 되어 싫어합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이 공부방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배 고파요!”라고 한답니다.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밥을 배불리 먹고 잠자는 것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골뱅이 무침”이라고 대답합니다. 무료급식권이 아빠의 술안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민들레 꿈 공부방 아래층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늦었습니다. 한 달 전에 가게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조그만 분식점을 열고 싶어 하는데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가게를 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가게를 임대한 사람이 계약을 취소한다면 제가 비용을 부담하고라도 얻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후에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가게를 임대한 사람이 도저히 분식점을 열기가 겁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증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합니다. 급히 보증금을 마련해 드렸습니다.

   
▲ 사진 출처/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아래층 가게의 열쇠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꿈을 꿔도 됩니다. 굶는 아이들과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는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식아동이라고 구별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극진한 배려를 받아야 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요셉의 아들, 목수인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셨습니다. 또 많은 병자를 고치시고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사랑의 하느님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가난하고 소외 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배고픈 사람들을 배불리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좋아했습니다.

예수님은 "어린이 하나를 곁에 세우신 다음,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사람이다." (루가 9, 47-48)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아주 작은 공간입니다. 겨우 40제곱미터입니다. 그래도 2003년 만우절에 문을 열었을 때의 민들레국수집보다는 훨씬 큽니다. 식탁을 네 개는 놓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일도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일도 교육입니다. 너그러움과 배려로 아이들을 사람답게 길러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건축가 이일훈 선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일 먼저 이일훈 선생께 물어보았습니다. 고마운 분이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식판을 기증하고 싶어 하시는데,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 아이들에게 식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았습니다. 식판은 어른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식판보다는 가정에서 먹는 것처럼 하는 것이 좋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식판 대신에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식기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일훈 선생께서 아이들을 위해 조금 욕심을 부리셨다면서 멋진 어린이 밥집 디자인을 건네주셨습니다. 참 마음에 듭니다.

바닥은 밝은 나무색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거친 타일을 깔고, 벽은 밝은 베이지색으로 칠하고 한쪽 면에는 코르크판으로 게시판 겸해서 마무리를 하고 천정은 푸른 바탕에 흰 구름이 있는 벽지로 하기로 했습니다. 작은 방에는 부드러운 벽지를 바르고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작은 모임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과 손 씻을 곳도 꾸몄습니다. 조명은 주광색을 좀 더 보충해서 부드럽게 하기로 했습니다. 포근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꼼꼼하고 섬세하게 일을 해 주셨습니다.

몇 가지 공사를 하기 위해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해 준 곳에 밥집 공사를 부탁했습니다. 신풍(주)의 이부성 사장께서 분명 꽤나 손해를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분은 아주 좋은 모양입니다. 부자 되는 것을 조금 멈추고 하늘 창고에 보화를 쌓는 것도 꽤나 행복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본받아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민들레국수집처럼 비슷하게 운영될 것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미국의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흉내 내고 싶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든지 오셔서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나이, 성별, 종교 등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있는 사람의 베풂이 아니라 사랑의 나눔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은 토, 일, 월, 화, 수요일 일주일에 닷새 동안 문을 엽니다.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언제든지 오셔서 식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조금 일찍 이거나 늦더라도 제가 국수집에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지났더라도 간단한 요기는 하실 수 있게 해 드립니다. 밥과 국 그리고 준비된 반찬을 자유롭게 드실 수 있습니다. 간단한 뷔페식 상차림입니다. 몇 번을 드셔도 괜찮습니다. 남기시지만 않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오셔도 괜찮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요일과 시간은 제한이 없습니다. 참고하실 것은 국수집이 너무 비좁아서 한꺼번에 많은 분들이 일하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봉사하신 데 대한 물질적인 대가는 전혀 없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동정보다는 사랑을 하실 줄 아는 분을 대환영합니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이제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민들레 꿈 공부방을 맡고 있는 모니카가 중심이 되어서 너그러움과 기다림으로 아이들을 사람답게 길러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나눔과 배려와 섬김이 살아있는 곳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이 글은 <공동선> 3-4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서영남/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노숙자 등 가난한 이웃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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