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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36) 하이 소프라노 뽕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8 조회수462 추천수0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399       작성일    2004-07-05 오전 10:03:48 

 

2004년7월5일 연중 월요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ㅡ역대기 하 24,18-22;로마서5,1-5;마태오10,17-22ㅡ

 

        

 

      (136) 하이 소프라노

                                        이순의

 

어스름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초여름의 후덥지근한 장마기운이 수녀원 뜰 안을 맴돌고

있다. 간밤에 분명히 잠을 잤을 텐데도 흐트러짐 한 점 없이 모두들 쌕쌕한 자세와 초

롱초롱한 눈망울로 대 침묵의 고요를 흔들고 있었다.

적막감이 주인인 수녀원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수녀님들과 예비수녀님들이 모여들었다.

대성당 안에서의 아침기도가 시작 되었다.

오로지 주님의 뜻으로 모두의 입시울이 열리는 순간이다.

침묵이라는 성역에 소리라는 파장이 원을 그리며 세상을 향해 첫 음을 전달하고 있다.

마치 산사의 범종이 자연을 깨우며 새벽을 열듯이 여인들의 청아한 기도소리는 도시의

새벽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깊어지는 성무일도의 합송은 천상의 울림이다.

한 마당의 합창이 끝나고 목청에서 시작된 기운을 모아 정갈하게 자리에 앉는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눈을 감기도 하고, 감실을 바라보기도 하며, 묵상집을 펴서 한 구

절의 화두에 실타래를 풀기도 하는, 그 심연이라는 깊은 바다에 빠져 든다.

묵상의 시작이다.

숨소리조차 허락 되지 않는 고요다.

미동도 도망을 간 참선의 온실이다.

산소마저 공급을 정지 해버린 시간이다.

그런데?

출처가 어디인지 모를, 아주 짧은 단음의 high soprano "" 소리가 성당안의 

대 침묵을 깨고 금세 줄행랑을 쳤다.

한참을 생각했다.

이 소리가 어디서 났지? 누구지?

묵상시간에 그거를 못 참아서 배출한 이가 도대체 누구야?

묵상이라는 근사한 명제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앞자리의 마리아인가? 옆자리인가? 뒷자리인가?

우와~~! 대단하다.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왜 아무도 웃지를 않는 거야?

 

눈총이라는 걸음으로 주변을 한 바퀴 비~잉 돌았어도 범인 색출에 실패하고, 자신의

분심을 가다듬으려고 눈을 감았을 때!

"오잉?! 어떻게 해? 나잖아!"

워낙 짧은 찰나의 단음이 최상위 소프라노였으므로 그 감도조차 느낌이 없었다. 웃음을

참으려는 긴장을 풀고, 묵상이라는 고요를 선택하는 편안함이 거기 중대한 괄약근의

신경을 회복시킨 것이다. 

그런데 왜 냄새도 안 났지?

냄새라도 났으면 좀 겸손 했을 텐데........

 

그 날의 수녀원 아침식탁은 시끄러웠다.

모두들 눈총으로 대성당 안을 배회하느라고 아침묵상이 소란 했더란다.

아 하하하하하.......!!!!

 

그 날 대성당 안에서는 예수님 혼자서 신이 나서 웃으셨을 것이라고 한다.

"바보들! 이렇게 재미있는 웃음을 왜 참니? 으하하하. 우헤헤헤. 이히히히"

 

<이 글 읽으시는 분들은 오늘 묵상시간 다 보냈네요. 헤헤헤헤.......묵상하지 마시고

예수님께 그 날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세요. 웃음을 참고 눈총으로 성당을 배회

하시는 수녀님들의 표정 좀 전해달라고 보채세요. 후후후후.......  저는 예수님을 만나

면 꼭 그 이야기부터 들을 거네요. 호호호호....... 모두들 까먹고 당사자인 저만 기억

하고 있을 겁니다. 히히히히......>

 

성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에 수녀원 안의 풍경을 살짝 비춰 보았습니다.

 

그러나 잡혀 갔을 때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하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때가 오면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일러 주실 것이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

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마태오10,19-2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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