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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희망을 쏜다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14 조회수338 추천수2 반대(0) 신고

 

 며칠전서부터 옆구리가 몹시 절리어 진통제를 먹고 있지만 이번주 봉사할 일이 걱정이 된다. 걷기도 힘든 정도이고 허리 디스크도 수시로 나를 괴롭히니 병원신세를 저야되나 망설여진다. 오늘  함께 봉사하던 손가브리엘대자가 폐렴이 걸려 두어주 쉬어야 되니 이번주 봉사를 못한다고 연락이 왔다.  봉사가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폐렴부터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믿음이 아직 약한 대자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궁금하며 걱정이 된다. 

 

 나와 함께 봉사한지가 벌써 달수로 10 개월이 된다. 흔히 힘든 봉사를 하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책임지어 주시겠지 하고 만사형통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이고 주님의 생각과  다를 때가 많다. 잘못생각하면 시험 들어 믿음에 회의를 느끼기 쉽다.  믿음이 굳건한 사람은 이런 시련을 잘 견딜수 있고 감사도 할 줄 알지만 아직 믿음이 약한 손가브리엘 대자가 자기믿음으로 잘 견디어 내어 주님의 시험에 합격을 해야 될터인데...승리를 위해 그를 도와기도를 한다.

 토요일 저녁에 김상열베드로 형제가 결혼식에 참석하기 때문에 이번주 봉사를 못한다고 또 연락이 왔다. 아니 내 몸도 추수리기가 힘들고 허리도 몹시 아프니 또 봉사자 두 명도 이번주에 못온다고 하겠다고 하니  아에 이번주 봉사를 그만둘까?하는 유혹이 나를 덮친다. 벌써 내 마음에 때가 묻어 봉사가 의무로 변질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혼자 봉사를 할 때와 봉사자 두 명이 함께 하는 동안 육체의 편안함이 정신을 나태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노숙인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 주일을 한번도 궐한적은 없고 주일밤이 되면 우리의 출현을 기다리면서 일찍 왔느니 좀 늦었느니 하는  노숙인들을 생각하면 가서 쓰러지더라도 가야된다고 하는 사명감이 나를 불태운다. 마치 예레미야 예언자가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려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삼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더 이상 견디어 낼 수 없다"(예레20,9)는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주님께서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것이기에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로했다.

원래 처음부터 혼자 봉사를 시작하지 않았었나!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 진다.

 엎친데 덮친다는 격언과 같이 집에서 나올 때 진통제를 곱배기로 먹고 왔는데 지난번 물품 사입때 종이컾을 빠뜨려서 할수없이 활인 마트  20분거리를 갔다오니 허리, 옆구리가 몹시 통증이 온다. 그전에 그런일이 없었는데 왜? 하필 내가 아플때 그런일이 일어 나지 하고 투덜거려 본다. 주마가편이라던가!  이왕 고통중에 시작한 것이니 사순절의 의미를 실컷 느끼며 주님안에 잠겨보라고 하는 것 같다. 잠시 누워 쉬고  있는데 밤 10시 30분쯤 오창해형제님이 찾아오셔 봉사를 하시겠단다. 무척 반가웠다. 주님께서는 내가 혼자하는 것이 무리였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고 힘이 솟았다.

 밤 날씨는 아직도 쌀쌀했지만 그저 견딜만하였다. 역사대합실 양 옆으로 대충 12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두러누워 자고 있거나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는 서성이며 대합실을 왔다갔다 한다. 2월 말 기준으로 모든 쉼터에서 동계 노숙인대책 프로그램이  끝마쳤기 때문에 역사대합실로 많은 노숙인들이 찾아들었다.

그 간 3 개월 동안은 문제있는 노숙인들이 간간이 힘겼게 하였지만 그런대로  조용한 편이었는데 오늘은 몹시 소란하며 어지럽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주 있을것 같다.

 땅딸막한 중 키에 건강해 보이는 노숙인 한분이 취중에 목사님, 신부님 하면서 커피 한잔을 달라고 하며 내 앞에 앉는다. 술 냄새가 몹시 독하다. 그는  " 나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며 찬송가를 읊조리며  '나는 죄인입니다' '나는 죄인입니다'를 계속하길래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면 그러시겠느냐 ? 하면서 위로해 주며 여기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모두가 다 죄인인데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크게 찬송가를 불러 보라고 하였더니 그형제 아주 큰 소리로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하니 여기 저기서 함께 찬송가를 부른다. 역시 이곳의 노숙인들은 천주교, 개신교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찬송에 익숙해 있다.

 

술을 먹지 않으면 아주 얌전히 있던 노숙인이 오늘은 일당 벌은 돈을 경마에 몽땅 날리고 화김에 술을 많이 먹었다고 주변에 있는 다른 분이 이야기한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피곤도 하지 않은지 지치지도 않고 계속 설쳐댄다. 모처럼 우리가 차려 놓은 '하늘다방'(내가 그렇게 부른다)에 손님이 제법 많이 찾아온다. 그 중에 취객노숙인이 와서 시비를 건다.  뜻밖에 용기를 내어 우리 주위에 있던 노숙인들이 이분들이 밤을 새워가며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와서 행패냐고 여럿이 나서 그 취객을 나무란다. 이런일은 오늘이 처음이다. 좀처럼 나이외 일에는 전혀 무관심한  분들이기에 그분들의 정의로움에 쁘듯한 기쁨을 누려본다.

 

이곳 생활을 잘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노숙인들에 대해  인간 쓰레기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이곳도 인정이 있고 순수하고, 또 사람이 사는 주님이 사랑하는 영혼이 깃들어 숨쉬고 있는 곳이다.

주님께서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땅끝은 바로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땅끝이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 모릅니다."(룩카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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