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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5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14 조회수1,093 추천수22 반대(0) 신고

 

3월 15일 사순 제4주간 월요일-요한 4장 43-54절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단지 조금 늦을 뿐>


   불치병으로 오늘 내일 하는 어린 자식을 중환자실에 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한 마디로 표현해서 제정신이 아닐 것입니다. 미칠 지경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머릿속은 단 한 가지, 어떻게 하면 아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일 것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닐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왕실관리가 그랬습니다. 죽어가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체면이고 뭐고 없습니다. 죽기 살기로 예수님께 매달립니다. 간절히 청합니다.


   “제발 저랑 같이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셔서 제 아들 좀 살려주십시오.”


   치유란 것, 다른 무엇에 앞서 치료자와 환자가 만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직접 환자의 얼굴을 마주 봐야 상태를 알 수 있고, 진찰을 할 수 있고, 치유활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왕실관리는 예수님께 먼 길이어서 수고스럽겠지만 병세가 워낙 위중하고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까지 가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가거라. 네 믿음으로 인해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이런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은 누구십니까? 우리 인간 세상 안으로 육화강생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삼라만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 절대자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예수님 앞에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이런 메시아 앞에 ‘원격치유’는 너무나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왕실 고관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 한 가지 굳센 믿음뿐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이루지 못하실 일이 없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하느님께서는 결코 나를, 내 아들을 버리지 않으시리라는 믿음, 내가 이토록 죄인이고, 이토록 부족하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좋은 것을 마련해주시리라는 믿음...


   너무나 감동적인 글을 발견했습니다. ‘희망이 있는 자, 죽지 않으리라’는 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은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네. 단지 조금 늦을 뿐이라네.”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의 처절한 삶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마음과 육체를 단련시켰습니다.


   이 수용소에 한 젊고 유능한 외과 의사가 함께 갇혀 있었습니다. 매일 가스실과 인체실험실로 끌려가는 동족들의 죽음의 행렬을 바라보며 곧 자신도 가스실의 제물이 되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감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작업하는 시간이 되면 흙 속에 몰래 파묻어 둔 유리조각을 꺼내 그것으로 면도를 하며 얼굴을 단정히 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 상황 속에서 그의 외모를 가꾸는 일은 정말 어리석은 일인지라 남들은 손가락질했지만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다듬었습니다.


   나치들은 면도로 말끔한 절망하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고 그를 일찍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 죽일 차례를 자꾸 뒤로 미루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치가 패망하는 날을 맞았고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그가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를 떠나던 날 그의 소지품은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깨진 푸른 유리 한 조각이었습니다.


   그 외과의사는 나중에 스웨덴에서 병원을 개업하여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과월절이 되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르던 노래의 가사를 다음과 같이 약간 수정하여 불렀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결코 늦는 법이 없다네. 다만 우리가 너무 성급할 뿐이라네.”(한국가톨릭문화원, 영성의 샘에서 발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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