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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29일 야곱의 우물- 요한13,16-20 묵상/ 이름 없는 꽃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29 조회수456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름 없는 꽃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16“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17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18내가 너희를 모두 가리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뽑은 이들을 나는 안다. 그러나 ‘제 빵을 먹던 그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들었습니다.’ 라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져야 한다.
 
19일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미리 너희에게 말해 둔다. 일이 일어날 때에 내가 나임을 너희가 믿게 하려는 것이다. 20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우리 본당 뒤에는 나지막한 산이 있습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되면 한 번씩 오르는 산의 능선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반깁니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계곡과 오솔길이 분명하지만, 봄 · 여름 · 가을 · 겨울마다 자생하는 식물들이 다르고, 나무들도 철따라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느 하나가 전체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체 안에서 하나하나가 자신의 색과 향기를 갖고 존재하며 아우르는 까닭입니다.

능선의 한가운데 서 있노라면, 숲속 가족이 이야기를 건네옵니다. 나뭇가지로 날아들며 노래하는 새, 바스락거리며 솔잎 사이를 지나다니는 다람쥐, 이름 없는 작은 꽃들, 나뭇등걸에 기대 오르는 덩굴들도 덩달아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느 것이 더 크고 작음을 비교하지 않고, 권위를 세워 제자리를 주장하지 않으며, 하늘이 주시는 만큼에서 필요한 만큼만 고집합니다. 그곳에는 종은 있되 주인은 없고, 피조물은 있되 조물주를 자칭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생명을 더하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지켜갑니다.
 
유독 사람만이 주인으로 자처하고, 계곡의 물을 끌어들여 농작물에 주고 남은 물이 한데로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아 계곡은 빼앗긴 냇물로 여위다 못해 시궁창이 됩니다. 산자락의 채소밭에 울타리를 쳐서 길을 막고 열쇠로 채워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하며, 아무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뿌려놓은 제초제 앞에서 잡초마저 얼씬도 못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도 받아들임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작은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오시고, 오시는 그분은 우리에게 ‘임마누엘의 삶’ 을 가르쳐 주십니다. 사람을 창조하신 분이 자연을 창조하셨고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창세 1, 12) 하신 이 세상을 통해 그분은 우리의 손을 잡으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름 없는 꽃들 때문임을 아시는지요 ?
반명순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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