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03 조회수462 추천수2 반대(0) 신고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오래 동안의 침묵 후에 다음과 같이 털어 놓았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어떤 때는 무엇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잠잠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차갑고 따뜻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또 잠자리에 들기도 합니다.
담요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담요를 차버리기도 하고 커피를 끓여 마시기도 합니다.
또 냉장고의 성에를 없애기도 하고 독서하기도 하고
묵상하기도 하며 일하기도 하며 기도하기도 합니다.
저는 분명히 내가 죽을 때까지 이 땅에서 내 조상이 살았던 것처럼 살 것입니다. 아멘.
그러나 설령 다른 사람이 걱정할지라도 특히 조상과 같은 삶이 나의 삶이라고 고집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점차 나의 일과 나의 교활함을 잊는 것을 배우려고 합니다.
 
 만족하면서 살기가 무척 어렵다.
삶에서 영혼을 쉬게 하는 것도 무척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디서나 오로지 사소하고 덜 중요한 가사(家事)에만 신경을 쓰면서 울적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항상 아쉬워하며, 잠자고 싶지만 자지 못하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춥고 더움을 거의 모르는 채 살고 있다.
우리는 커피 맛도 모르고 마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신에 우리들은 하루 종일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너무나 충동적이고 불만족스러워서
삶이 은총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하며 즐겁다고 생각하지도 못한다.
항상 무언가 아쉬워하면서 산다.
쉬기는커녕 두려워하고 죄의식 속에 살고 있다.
항상 목숨을 잃을까, 건강을 잃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일자리를 잃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젊음을 잃을까, 존경을 받지 못할까,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다. 또 우리들이 잘못한 일 때문에, 우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살아 있다는 것 때문에, 또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항상 죄의식을 느끼며 살기도 한다.
 
 우리들은 인생이 순수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리하여 바오로 사도가 한 말대로 사람들에게는
“인생이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몽롱하게 보이기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일시적으로 하느님의 집을 떠나 있으면서
인생을 더 완전히 이해하기를 바라지만 갈수록 인생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서서히 인생이라는 순례에 지치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뒤늦게 철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깨닫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가 말하였다.
당신이 겪는 것은 당신이 한 탓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기 마련이다. 복을 받으려면 복을 지어야 한다. 복을 짓지 않으면 복이 오지 않는다는 소위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말한 것이다.
 
다음은 캐런 캥스턴이 쓴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에 나오는 <잡념을 버려라>는
소제목의 글이다.
“정신분석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보통 하루에 약 6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이 가운데 95%는 어제 했던 생각의 반복입니다.
이는 또한 그제 했던 생각과도 똑 같은 반복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은 목적 없는 비생산적, 반복적 잡담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생각을 해 본 것이 언제였던가요?
슬프게도,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똑 같은 궤도를 맴돌며, 정신을 온갖 세속적인 잡동사니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의 투명성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명상의 여유를 갖고, 일정시간을 ‘무들링(moodling)’을 위해 보내야 합니다. 무들링이란 ‘느슨한 휴식시간’을 일컫는 말로 질 에드워즈가 만들어낸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휴식이란 어디에도 있을 필요가 없고, 그 무엇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머리 속 잡념을 잠재우고 보다 높은 지혜와 지도력, 더 높은 창조력을 향해 문을 여는 것을 뜻합니다.”
 
 무들링이란 호숫가 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 본다든지,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생각이 제 마음대로 흘러 다니게 한다든지,
풍요로운 가을밤 보름달 아래서 평상에 누워 잠을 잔다든지,
바닷가에 나가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본다든지 하면서 하던 일을 내려 놓고 곧 나를 버리고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는 것이다.
묵상은 어떤 소재가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무(無)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분심이 생겨 기도를 계속할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한다.
그래서 진정한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한다. 바로 이 무들링의 경지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진정한 기도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알아차림(sati)도 모든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잡념과의 싸움인 것이다. 
 
어떤 상황이 생각을 만들어낸 것이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無)의 세계에 들어 가야 한다.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생각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안에 있는 마귀가 횡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키에르케고르는 “생각에 빠져 죽는 것이나 물에 빠져 죽는 것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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